정신과
정신과 의사가 본 총격사건 조승희
입력 2007/04/18 13:20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의 조승희 씨가 대량살인 혹은 다중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사건에서 예측되는 조씨의 평소 심리상태를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듣고 정리했다.
첫째, 복수심에 불타는 좌절한 외톨이일 가능성이다. 자신의 실패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을 부당한 처사의 희생자로 보면서 복수심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범죄심리학과 교수들에 따르면 대량살인자들은 자신들을 희생자라고 보고, 자신들 주변이 온통 부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조 씨의 기숙사 방에서 발견된 노트에는 캠퍼스의 “부잣집 자식들”(rich kids) “방탕”(debauchery), “기만적인 협잡꾼들”(deceitful charlatans)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백인우월주의 등 인종차별이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버지니아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곳의 지역적 분위기에 위축된 생활을 하며 이방인처럼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지역사회에 대한 분노감이 폭발하면서 이번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둘째, 평소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미국 수사소식통의 말을 빌리자면 최근 조 씨는 기숙사 방에 불을 지르고 일부 여성을 스토킹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과 폭력 성향을 보였다. 전문의들은 대인관계가 좋지 않고, 고립된 생활을 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조 씨가 성격장애와 편집증 같은 편집형 정신불안, 만성 우울증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일반적인 우울증은 대개의 경우 자살로 이어지는 반면 만성우울증은 간헐적으로 분노감정이 표출되면서 불특정 다수를 해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양대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조 씨는 충동조절장애였을 수도 있다”며 “범죄자들 중에는 화가 나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불을 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충동조절장애를 갖고 있는 사례가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충동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평소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성격장애 등의 복합적인 정서문제를 함께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이런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성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평소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셋째, 조 씨가 현실을 컴퓨터의 가상현실로 착각해 범죄를 무감각하고 대범하게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조 씨의 주변인들에 따르면 그는 스카우트와 같은 복장을 했으며 총격 당시 매우 침착했고, 훈련받은 듯 아주 능숙하게 총기를 다뤘다. 또 조씨 자신에게 총격을 가했을 때도 별다른 갈등없이 즉각적으로 행했다고 알려진다. 조 씨가 평소 폭력적 게임을 즐겼던 것이 범죄를 가볍게 생각해 실행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넷째,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분당차병원 정신과 이상혁 교수는 “조 씨처럼 내성적이어서 존재감이 없게 생활하게 되는 것이 반복되면 평소 자아가 굉장히 억눌려져 자신의 존재감이 매우 미미하다는 데 대한 콤플렉스를 갖게 된다”며 “총격사건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존재감을 알리려는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