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우울증이라더니… 알고보니 조울증
최현묵
입력 2005/12/27 17:07
10명 중 7명 잘못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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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이 2002년부터 최근까지 입원했던 조울증 환자 482명 중 과거 신경정신과 진단을 받았던 3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처음부터 제대로 조울증 진단을 받았던 경우는 3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우울증(20%), 정신분열병(27%), 분열정동장애(15%) 등으로 잘못 진단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들이 첫 증상(조증 혹은 우울증)을 보인 뒤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의 기간을 조사한 결과, 첫 증세가 울증인 경우엔 조울증 진단까지 6.2년, 첫 증상이 조증인 경우엔 2.5년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첫 진단이 우울증이었던 경우 자살 시도율이 17.6%로 보통 우울증 환자의 10% 수준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분당서울대병원 기분장애클리닉 하규섭(신경정신과) 교수는 “조울증에서 나타나는 우울한 상태는 일반적인 우울증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심지어 전문의들조차 오진하기 쉽다”며 “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를 복용할 경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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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진단에 따른 피해는 심각하다. 열심히 치료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불안정한 기분상태로 생활을 유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상인 경우에 비해 2~3배 높은 이혼율을 보이기도 한다.
하 교수는 “조울증은 조기에 발견해 약물치료를 할 경우 2~3년 만에 완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가족들의 이해가 환자의 증세 호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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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묵 기자 seanch@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