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동영상 발언으로 본 조씨의 심리상태

<조승희 성명서 전문>

시간이 됐다. 거사는 오늘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은 오늘과 같은 참사를 피할 수 있는 천억 만 번의 기회가 있었다.
내게 피를 흘리게 하고 나를 궁지로 몰아넣었으며 결국 내가 이 선택밖에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네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었고 판단은 네가 했다. (투사)
이제 네 손에는 씻을 수 없는 피가 묻을 것이다.
너희는 나를 괴롭히면서 즐거워했다. (피해의식)
너희의 즐거움을 위해 나는 머리에 암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아팠으며 심장은 갈갈이 찢어졌고 아직도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 (두통,가슴통증 등 신체증상)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떠날 수도 있었다. 날아서 도망갈 걸 그랬다. (도움을 바라는 마음, 공격적 행동에 대한 갈등)
하지만 아니… 난 도망가지 않았다.
희생당한 나와 내 아이들과 내 형제 자매들을 위해서 나는 거사를 치룰 것이다.
나쁜 십XX들! 너희는 내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영혼을 파괴했고 의식을 불태웠다. (공격적 행동의 결행을 결심)
너희들이 제거하는 인물이 너희처럼 불쌍하고 하찮은 소년이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소외감과 피해의식)
그런 너희들에게 고맙게도 나는 앞으로 오랫동안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예수님처럼 죽는다. (순교자적 희생으로 공격성을 합리화, 자기 과대화적인 생각)
누가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
목구멍으로 쓰레기를 넘기는 기분, 자기 무덤을 파는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
양쪽 귀까지 입을 찢기는 기분이 어떤지 알아?
산채로 불에 타 죽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아?
모욕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기분은 알아?
보는 사람의 재미를 위해 피를 쏟으며 죽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아?
단지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너희는 얼마나 많았던지.
벤츠 자동차로도 부족했어? 이 새끼들아!
금목걸이가 부족했냐? 이 속물들아!
보드카와 꼬냑으로도 부족했냐?
넌 모든 걸 가지고 있었어. (피해의식, 질투, 분노)

동영상에 나타난 조승희 씨의 발언으로 추정한 조 씨의 심리상태다.

조씨가 지목하고 있는 대상이 어떤 집단인지 혹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부유하고 쾌락주의적인 삶을 살고 있는 대상에 대한 분노가 병적인 수준으로 매우 심해지고 커져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러한 병적인 분노와 공격성을 건강한 부분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자신의 심리적 고통의 원인을 모두 타인과 사회의 잘못으로 돌리는 투사적 방어기제를 사용했다. 그리고 자신의 분노와 공격성을 자신의 내면에서 합리화하고 확장시켰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분노의 근원에는 자신이 심리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수치스러운 고통을 받았으며 이러한 고통을 위로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낮은 자존심과 치유받지 못한 심리적 상처가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조씨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라고 보도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동료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소외된 상태로 지내면서 이러한 심리적 고통을 치유받거나 건강한 방향으로 해소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조씨는 두통과 가슴통증 등으로 표현되고 있는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나 이러한 신체적 고통 역시 타인에게로 원인을 돌리며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분노와 공격성을 더욱 키워갔다. 하지만, 이러한 분노와 심리적 고통을 화해를 통해 해결하고 싶은 소망을 보이며 이러한 공격적 행동을 결행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갈등을 잠깐이나마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망을 자신 스스로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찾지 못했고 정신과적 감정을 받았다는 기사내용을 참고로 할 때 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던 순간들에서도 자신이 판단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이며 치료의 필요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격성 표출에 대한 갈등의 순간에서 조씨는 자신의 죽음과 타인을 죽이는 행동이 소외받고 약한 자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합리화하면서 자신의 내면에 가득찬 공격성과 분노를 타인에게 향하며 순교자적인 희생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삶도 마감했다.

요약하면 조씨는 낮은 자존심과 피해의식으로 인하여 병적 수준의 분노와 공격성을 내면에 키워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건강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부와 쾌락이라는 대상에게 자신의 공격성을 투사하면서 비특정 다수를 향하여 공격성을 분출하게 되었고, 자신을 약한 자들을 대변하는 순교자적 희생으로 과대화시키면서 자신의 심리적 상처와 고통을 보상하려 했고 공격적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결행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이러한 행동을 결행하기 전에 잠시 보였던 조씨의 갈등과 고민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과 석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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