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보톡스에 새로운 효능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1989년 미국 엘러간사(社)의 보톡스가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승인될 때만 해도 사시, 안면 경련, 안검 경련 등의 일부 분야에 국한됐으나 최근에는 주름치료, 사각턱 교정, 종아리 퇴축 등 미용 영역 외에도 소아뇌성마비환자나 뇌졸중 환자의 근육경직 치료, 전립선 비대증, 다한증, 통증, 요실금, VDT 증후군, 치열, 안검경련 등 다양한 영역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 항암 치료

보톡스가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미국암임상연구회(AACR)에서 발행하는 임상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벨기에 루벵 대학의 버나드 갈레즈 교수팀은 보톡스를 기존의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요법과 병행할 경우 이들 치료법에 내성을 지닌 암세포를 파괴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툴리눔 톡신이 종양 혈관의 수축을 막고 혈관 확장을 도와줌으로써 치료 약물이 효과적으로 도달하게 하는 원리다. 이는 대부분의 암 연구들이 종양 주변의 혈관 성장을 억제해 암세포의 영양공급을 차단하는 원리와 상반된 새로운 시도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안검경련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거나 깜빡이게 될 때가 있다. 심한 경우 눈이 완전히 감기게 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을 안검경련 이라고 한다. 안검경련은 대개 카페인·니코틴이나 피로,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안검경련의 치료에도 최근 간단한 보톡스 시술이 대체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이동국 원장은 “기존의 약물치료는 재발이 잘 되는 편이고, 수술을 할 경우에 마취를 해야 한다는 위험성이 있어 최근에 보톡스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단, 보톡스를 주사하는 구체적인 부위는 개인마다 다르며 잘못 놓으면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아 뇌성마비 환아의 근육경직 치료

소아 뇌성마비 환아들은 근육이 발달함에 따라 해마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소위 ‘생일 증후군’으로 고통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보톡스는 이런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고, 수술을 상당 나이까지 지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소아 뇌성마비 환아들이 보톡스를 맞게 되면 경직됐던 손, 다리에 불필요한 아세틸콜린 분비를 막음으로써 구부러지지 않게 하는 동시에 고통도 줄일 수 있다. 보톡스로 신경과 근육 사이의 과도한 신호 전달을 차단하게 되면 사지의 긴장이 줄어들고 근육의 정상 발달이 가능해진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의과대학 신경과 전문의 앨리슨 브래시어 박사는 의학전문지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보톡스가 뇌졸중에 의한 손목 또는 손가락의 경직을 완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임상실험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 전립선 비대증, 요실금

2004년 11월에 국내 최초로 보톡스 시술을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도입, 수술이 필요한 전립선비대증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보톡스를 시술한 결과, 67% 이상이 전립선 크기가 줄어들었다. 약 70%가 빈뇨(頻尿)와 야간뇨 등 전립선 증상지수(IPSS)가 대폭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특히 회음부를 통한 보톡스 시술은 출혈이 없고, 바이러스 감염의 우려가 적어 부작용 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본피부비뇨기과 유시택 원장은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게 하는 보톡스 시술은 나이든 사람들에게 보통 적용되며 6개월 이후까지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다한증

다한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흉강내의 교감신경을 잘라내는 교감신경절제술이 있지만 이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수술 후 흉터가 남는다는 부담이 있다. 또 시술 부위 외에 다른 부위에 생기는 보상성 다한증에 대한 위험도 30%나 된다. 이에 반해 보톡스 시술은 시술 흔적도 없고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해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양쪽 겨드랑이에서 8시간당 4컵이나 되는 땀을 흘리는 극심한 다한증 환자 145명에게 보톡스 시술을 한 결과 분비량이 85%나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미국 의학잡지에 발표된 바 있다.

고운세상피부과 김태윤 원장은 “일반적으로 액취증과 다한증에는 고바야시 시술이 많이 사용된다”며 “땀이 많은 부위에 보톡스를 주사하여 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을 차단함으로써 땀 분비를 억제하는데 치료가 매우 간단하다”고 말했다. 단, 4~6개월 정도밖에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 편두통

편두통 환자가 이마에 보톡스 시술을 받았을 때 75%정도의 환자가 3개월 정도 두통의 통증에서 벗어난 실험을 토대로 보톡스가 통증에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지난 4월 열린 미국 신경학회에서는 보톡스의 단독 시술만으로도 만성 신경병증 통증에 있어 지속적인 진통 효과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보톡스 시술이 통증의 발생빈도와 강도를 감소시켜 줄뿐 아니라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이동국 원장은 “현재까지 그 효과나 신뢰성이 적어 극히 일부 병원에서 시술되는 방법으로 보편화될 지 여부에 대해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발성 장애

최근에는 성대에도 보톡스 주사를 맞아 목소리를 개선하기도 한다. 보톡스가 성대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 의대와 캐나다 토론토 재활연구소의 공동연구팀은 보톡스 주사를 통해 경련성 발성장애 환자들의 목소리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38개월 동안 42명의 내전근 연축성 발성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피험자 전원의 목소리 관련 삶의 질 점수가 크게 개선됐다. 특히 성대의 근육이 별 이유 없이 갑자기 수축하거나 떨리는 연축성발성장애는 보톡스 주사를 이용한 치료방법이 일반화 돼 있다.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증상이 재발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우울증

미국피부외과학회(ASDS)의 공식 저널인 피부외과지(Dermatologic Surgery) 최근호에는 보톡스 주사를 맞은 10명의 우울증 환자 중 9명이 우울증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이들 10명은 다른 약물이나 심리치료로 반응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에릭 핀지(Eric Finzi) 박사는 “찡그린 얼굴 근육에 보톡스 주사를 놓으면 뇌의 우울증 센터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이 치료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