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7-06
이가 흔들려 치아를 빼고 임플란트를 하고 싶다며 치과에 찾아온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미 잇몸뼈가 심각하게 녹아내려 임플란트를 식립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서야 오셔서 이 상태면 치료가 힘들다는 말씀을 드리며 마음이 편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 잇몸뼈와 같은 치주조직이 수술을 위한 적당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이 환자처럼 임플란트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처럼 치주질환은 임플란트 식립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치과의사는 잇몸과 치아, 그 주위 뼈 등을 일컫는 ‘치주’의 상태를 보고 발치 여부와 시기도 판단하게 되는데, 만약 치주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을 때 자연치아를 살릴 수도 있다.
치주염-전신질환 연관성 높아
치주질환은 몇 년째 우리나라 외래 환자 다빈도 질환 순위에서 급성 기관지염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중 장년, 노년층이 호소하는 만성 치주염은 다양한 세균총에 의해 발생되는데, 그 중 가장 악성이고 대표적인 세균인 P.진지발리스균은 잇몸 속 깊은 곳에서 독소를 뿜어 염증을 일으키고 잇몸뼈를 녹인다. 다시 말하면 입 속 세균들이 엉겨 붙어 치태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치아에 단단하게 붙는 치석으로 석회화 되며, 치석 주위에 옮겨붙은 세균이 치아 뿌리 끝으로 내려가 치주를 망가뜨린다. 심한 경우 입 속이 고름과 진물이 만연한 세균 전쟁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전쟁이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만성 치주염이다. 문제는 만성 치주염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치하는 분이 많다. 어느 날 갑자기 잇몸이 붓고 피나며 치아가 흔들린다고 느낄 수 있으나 하루 아침에 생긴 일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계속 입 속에 존재하던 독소와 염증을 느끼지 못했을 뿐 갑자기 모든 치아가 흔들릴 때야 그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어 병원을 찾는데, 그때는 이미 치아를 줄줄이 빼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치은염, 치주염을 오래 방치할수록 P.진지발리스균의 기세는 더욱 맹렬 해진다. 잇몸을 서서히 녹이던 P.진지발리스균을 포함한 다양한 세균총에서 비롯된 독소나 염증은 어느덧 혈관을 따라 온몸을 돌아다니며 다른 전신 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만성 치주염과 전신질환의 연관성은 높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치주병은 심혈관계 질환 (협심증, 뇌경색, 심근경색)이나 당뇨, 류마티스 관절염, 치매, 조산 등 여러 질환에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치주질환 유병자는 일반인보다 협심증의 위험이 1.18배, 당뇨의 위험성이 6배 높고, 류마티스 관절염은 1.17배, 조산의 확률은 7.5배나 높다. 이처럼 치주 질환은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기에 당장 통증이 없고 불편하지 않더라도 치과 방문을 미루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칫솔·치실 등 올바른 양치습관 중요
하지만 다행히 그리 낙심할 필요는 없다. 치주질환은 올바른 칫솔질과 정기적인 치과 검진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규칙적인 칫솔질은 물론, 칫솔이 도달하지 않는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P.진지발리스균을 치간 칫솔과 치실 사용을 통해 깨끗이 타파하는 게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치과를 찾는 습관도 필수다. 염증의 양상에 따른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치과에서 받는다면 보다 치밀한 관리가 가능하다. 정확한 양치법도 배우고 잇몸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면서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씩 보험 적용을 받는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아를 관리하는 데 매일 시간을 조금씩 할애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매일 샤워하고 매일 머리를 만지고 화장을 하는 것 같이 ‘치실 하는 시간’을 둬보는 것이다. 돈도 많이 들고 아플까 봐 무서운 치료를 피하고 싶다면 스스로 집에서 예방부터 잘하면 치주질환의 발생을 상당히 억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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