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5-09

지난 주말, 2박4일의 짧은 일정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다녀왔습니다. 해외 환자의 적극적 유치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내 27개 의료기관 협의체가 개최한 한국 의료기술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함이었습니다.

60명이 넘는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각 의료기관, 여행사 관계자 등이 도대체 어떻게, 얼마나 많이 해외환자를 유치해 올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T)이 지금까지 한국의 성장동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생명공학기술(BT), 그 중에서도 우리의 뛰어난 임상 의학 기술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은 지난 20~30여 년간 우리나라 최고 인재들을 ‘싹쓸이’했습니다.
인재의 쏠림 현상이 이토록 심한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 만큼 의료계는 마땅히, 그리고 기꺼이 대한민국의 주된 성장동력임을 자임하고 그에 걸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우리 임상 의학 기술은 그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위암, 간암 등의 치료와 장기이식, 미용의학 기술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벤치마킹 및 경쟁 대상은 일찍부터 의료와 관광을 접목시켜 엄청난 산업으로 키워가고 있는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같은 나라들입니다. 이들은 우리보다 물가가 싸고 관광자원이 풍부하지만, 임상 의학 수준은 우리보다 한참 뒤집니다.

따라서 출발은 늦었지만 우리가 제대로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 출장을 떠난 이유도 그 가능성을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의료사절단’의 LA활동은 그러나 기대 이하였습니다. 현지 교포 언론과 여행사 관계자 70여명 앞에서 2시간 정도 설명회를 가졌고, 다음날 ‘한국인음악축제’ 참가자 중 일부에게 팜플렛을 나눠줬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미국 주류 사회를 위한 어떤 행사도, 노력도, 메시지도 없었습니다. 사절단의 목표가 오로지 교민이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습니다. 동남아로의 의료관광을 계획하고 있는 수 많은 미국인들은 애써 외면하고 손쉽게 교민 환자만 빼 가려 한다는 교포 사회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물론 외국인을 한국까지 불러들여 수술대에 눕히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엄청난 홍보 예산과 정부 차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복지부와 협의체 관계자들은 “너무 급하게 준비하느라 부족한 점이 많았다.

시작 자체에 의미를 둬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믿고 싶습니다. 너무나 중요하고 절박한 시도이기 때문에 파괴적인 비판보다 생산적인 격려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이번의 ‘작은 실패’를 교훈 삼아 정부와 의료계는 좀 더 탄탄한 계획과 준비를 해서 좀 더 큰 시장으로 달려가기를 바라겠습니다.

/ 임호준 Health 편집장 hjlim@chosun.com

2007.05.08 17:05 입력 / 2007.05.08 18:13 수정

         <관련서적 안내>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호준기자의 헬스편집실

[헬스조선]
임호준 대표

현 조선일보 헬스편집장
현 헬스조선 대표이사

우리나라 100대 홈페이지로 선정된 인기블로그, 헬스조선 대표컬럼으로 새롭게 꾸며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