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07

수능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때쯤이면 수험생들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지기 십상이다. 1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겠지만, 특히 이 시기는 수험생에게 인고의 시간인게 틀림없는 것 같다. 

진료실에도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감과 두통이나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학생이 찾아온다. 공부를 잘 하고 성적을 올리는 위해서는 학습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제대로 실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생활 습관을 알아보자.


1. 수면과 기억력


‘3당4락’이라는 말이 있다. 3시간 자면 합격,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수업생에겐 협박 문구나 다름없는데, 의학적으로도 현명하지 못한 전략이다. 학습 능률을 올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숙면을 가장 먼저 꼽고 싶다. 낮에 열심히 공부하고 활동하다 보면 몸에 피로 물질이 쌓이게 마련. 저녁이 되면 피곤하고 잠이 오는 것이 당연하다. 밤에 잠을 푹 자면 하루 동안 쌓인 피로 물질이 없어지면서 피로가 풀리고 뇌와 신체에 영양분이 공급된다. 또한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낮 동안 학습한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머릿속에 정리한다.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중요한 것은 잘 저장해서 기억을 만든다. 따라서 공부를 잘하려면 잠을 잘 자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단어를 외우고 잠을 잔 그룹이 잠을 자고 나서 단어를 외운 그룹에 비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해 냈음이 밝혀졌다. 즉 수면이 특정 사실, 경험적 사건 등을 기억해내는 서술적 기억(declarative memory)을 증가시킨다. 

미국의 엘리자베스 굴드 박사팀이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정상수면을 취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3일 동안 잠을 못 자도록 했다. 그 결과, 잠을 못 잔 쥐들의 기억중추인 해마에서 줄기세포로부터 신경세포 생성이 현저히 저하됨을 발견했다. 즉, 수면은 우리 뇌의 해마에 존재하고 있는 줄기세포를 활성화시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많이 만들 수 있게 한다.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기억 중추(해마)의 신경세포의 형성이 현저히 감소한다.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기억 중추(해마)의 실제로 수면과 학습능률에 관련한 실험도 있었다. 전 날 밤 8시간 이상 잠을 충분히 자고 기억 테스트를 받은 학생과 잠을 자지 않고 테스트를 받은 학생들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잠을 충분히 잔 학생들의 테스트 결과가 30%이상 좋았으며, 부족한 잠의 정도를 표시하는 ‘수면 빚’(주말 수면시간-주중 수면시간)이 적을수록 학교 성적이 좋다고 보고되고 있다.  신경세포의 형성이 현저히 감소한다.



즉, 졸린 상태로 밤늦게까지 공부해봤자 입력된 정보가 저장되지 못해 자신의 지식이 될 수 없다. 잠을 깊이 푹 자야 공부한 내용이 머릿속에 잘 저장된다. 그러나 잠은 길게 자는 것보다 깊이 자는 것이 중요하다.


2. 학습과 주변 환경

 집중력을 높일 수 있게 하는 또 한 가지의 요소로 쾌적한 환경 조성을 들 수 있다. 실외와 온도 차는 5℃ 이하, 하루에 서너 번 환기를 시키고 습도는 50~60%가 적당하다. 수험생이 공부하는 방은 무엇보다 환기가 중요하다. 밀폐된 곳에서 공부를 하면 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능률이 떨어진다. 실내 오염도는 점점 높아지므로 수시로 창을 열어 맑은 공기를 공급해야 한다. 조명은 자연광에 가까운 것이 좋다. 공부방의 조명은 시력 보호와 집중력 향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전체 조명과 부분 조명을 동시에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어두운 방에서 조그만 스탠드 하나만 켜놓고 있으면 시력 저하를 부를 수 있다. 먼지가 쌓이는 카펫이나 털 인형은 치워야 한다. 카펫과 털 인형은 먼지가 잘 쌓이기 때문에 집 먼지 진드기의 서식처가 될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이 있는 수험생의 증세를 악화시키는 위험 요소일 것이다.

공부에 집중하다 보면 목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목 뒤가 뻣뻣하고 어깨가 무거운 증상이 나타나도 보통 '수험생이 겪는 증상' 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50분 의자에 앉아 있었다면 5~10분은 자리에 일어나 목을 상하좌우로 돌려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손과 발, 허리 등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집중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3. 성적을 올려주는 식생활 

아침은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아침 식사가 학습 능력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사고력과 집중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이 발표되었다. 실제로 아침 식사를 꼬박꼬박 하는 학생의 수능 평균 성적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20점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 이유는 사람의 뇌 세포가 여러 가지 영양소 중에서 유일하게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기 때문인데, 끼니를 걸러 혈당이 떨어지면 당연히 뇌의 활동 에너지가 부족하여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학습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몸은 12시간 이상 공복 상태가 지속되면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가중되어 모든 활동 능률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만약 아침을 거르면 점심 식사 때까지 12시간 이상 공복 상태가 지속되면 오전 내내 머리가 멍하고 졸리기 때문에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

아침 식사로는 포도당이 혈액으로 천천히 스며들 수 있는 현미밥, 오곡밥과 같은 잡곡밥이 가장 좋다. 그러나 과식은 졸음의 원인이 된다. 뇌 세포 활동에 포도당이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배가 조금 고픈 정도는 대뇌 피질을 자극하여 두뇌 회전을 민첩하게 만든다. 식사는 약간 아쉬울 정도의 양만 먹는 것을 권장한다. 대신 간식으로 과일이나 야채 등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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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 교수의 평생건강관리 클리닉

[충남대학교병원 ]
정진규 교수

1998년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04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2007년 의학박사
현재 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장/부교수
세계 가정의학회 회원
TJB 객원의학 기자

독자들과 함께 하는 정진규 교수의 평생건강관리 클리닉!
현대인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각종 성인병과 아울러 스트레스 대해 의학적으로 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