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2-14
가슴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근육의 긴장이나 소화불량과 같은 가벼운 질병에서부터 폐렴, 늑막염, 기흉, 협심증, 심근경색증에 이르기까지 모두 흉통을 일으키는 병들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슴이 아프면 더럭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걱정부터 합니다. 아마도 심장마비에 대한 걱정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리 걱정하고 대비해서 나쁠 까닭이야 없지만 쓸데없는 고가의 검진을 받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흉통은 통증 양상을 잘 관찰하면 원인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흉통이 무엇 때문인지를 잘 알게 된다면 대처를 하는데도 한결 편리할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협심증 흉통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협심증이란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근육이 경련을 일으켜 생깁니다. 협심증 흉통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은 통증이 가슴 중앙부에서 목, 팔, 턱으로 뻗치는 것이 전형적인데 사람들은 ‘가슴이 뻐개지는 것 같다’ ‘가슴이 벌어지는 것 같다’ ‘가슴에 고추 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처럼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이러다 내가 죽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감이 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협심증 흉통은 안정을 취할 땐 괜찮다가 계단을 오르는 등 운동을 할 때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안정형 협심증이라 합니다. 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흉통은 운동시 통증이 2~3분 지속되며,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사라지므로 이 같은 증상만으로도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운동하지 않고 안정을 취할 때도 통증이 생기는데 이를 불안정형 협심증이라 합니다. 불안정형 협심증은 흉통의 시간도 길어지고 빈도도 많아지는데 대부분 안정형 협심증이 악화돼 생깁니다. 때문에 이런 사람은 급성 심근경색증이 생길 가능성도 안정형 협심증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한편 운동이나 안정 여부와 상관없이 낮에는 괜찮으나 아침에만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변이형 협심증이라 합니다. 주로 새벽에 흉통이 생기는 이유는 밤새 안정되어있던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면서 혈관이 더 많이 수축하기 때문입니다. 변이형 협심증은 전형적인 협심증의 흉통 양상과 다르기 때문에 신경성이나 위장관계 질환으로 인한 흉통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협심증 흉통을 한번이라도 느꼈다면 즉시 병원에 가서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불안정형 협심증의 경우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25% 정도는 급성 심근경색이 생기므로 응급 상태에 준해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협심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철사로 만든 그물망을 좁아진 혈관 속에 넣어서 혈관을 확장시키는 시술, 좁아진 혈관을 새 혈관으로 갈아 끼우는 수술이 있습니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혀 밑에 녹여서 복용하는 니트로글리세린(질산염제제), 캄슘차단제, 항혈소판제제, 아스피린 등 약물치료로 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심근경색의 발병을 억제할 수 있지만 심해지면 막힌 혈관을 확장하는 시술을 받거나 아예 혈관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설마”하며 치료를 미루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칫하면 심근경색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협심증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한편 경우에 따라선 협십증이 아닌데도 협십증과 동일한 흉통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심한 스트레스와 과로가 원인인데 이를 ‘심인성 심장병’ 또는 ‘심장 신경증’이라 합니다. 대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20~40대가 많고, 남자보다 여자에게 많고, 감정이 예민하고 마른 사람에게 더 많습니다. 이런 사람은 ‘정상’이라는 진단 결과를 믿고 건강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평소 운동 등으로 긴장을 풀고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합니다. 심한 경우엔 신경 안정제 등 약물치료나 정신요법도 도움이 됩니다.
그 밖에 위-식도 역류나 비궤양성 소화장애와 같은 소화기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흉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흉통이 식사나 특정 음식과 연관돼 나타나며, 제산제로 완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몸을 숙이거나 누우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산제에 의존하지 말고 소화기내과 전문의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협심증 흉통과는 다른 가슴 통증이 있으면서 호흡이 가쁜 경우엔 38도 이상의 열이 나는지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흉통이 있고 숨이 가쁘고 고열이 있는 경우엔 폐렴과 같은 호흡기 감염일 가능성이 있으니 즉시 의사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흉통이 있으면서 숨이 가쁜데 열은 없는 경우엔 폐가 찢어진 기흉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역시 신속히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최근 수술을 받았거나 출산을 했거나 부상을 당한 뒤 흉통이 있고 숨이 가쁜 경우엔 폐에 혈전이 생긴 폐색전증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협심증 흉통이 아닌 흉통이 있는 사람 중 호흡은 가쁘지 않지만 숨을 쉴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엔 가슴을 한번 만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슴을 만져서 아프지 않지만 기침이나 열이 있다면 늑막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가슴을 만져서 아프다면 운동이나 흉부 손상으로 인한 근육 긴장 또는 타박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엔 진통제를 복용하고 기다려 보고 그래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의사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임호준 - 조선일보 의료건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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