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1-21
콧병의 마지막 종착역 <축농증>
감기에 걸리면 대부분 “이까짓 감기쯤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그러나 감기를 그대로 두면 병세가 악화되어 콧속에 염증을 일으켜 급성비염이 된다. 염증상태를 오랫동안 방치하면 염증이 쌓여서 여러 가지 합병증과 후유증을 낳게 된다. 급성비염이 만성비염으로, 만성비염이 다시 축농증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축농증은 콧병의 마지막 종착역인 셈인데, 만일 만성축농증으로 발전되면 치료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 상태가 되면 강한 치료약재를 사용해도 증상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고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축농증은 콧속의 농이 목으로 넘어가 기관지를 자극해 만성기침, 천식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또는 만성기관지염으로까지 발전하거나 기관지 확장증 같은 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관지 확장증은 이름 그대로 기관지가 군데군데 늘어나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에 가래 같은 노폐물이 고여서 염증을 더 악화시키고 병원균이 자라게 된다. 항상 누런 가래와 기침이 나오고 늘 숨이 찬 상태로 생활하게 된다. 이와 같이 축농증은 초기부터 확실하게 잡지 않으면 알레르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코 주위의 얼굴 뼛속에는 부비동이라 불리는 여러 개의 빈 공간이 있다. 광대뼈 속에 가장 커다란 상악동, 콧등과 눈 사이에 벌집 형태를 한 사골동, 앞이마 속에 전두동, 그리고 코 제일 안쪽에 위치하여 뇌와 인접한 집형동이 각각 두 개씩 모두 여덟 개가 있다. 점막으로 덮여 있는 이 부비동은 코와 연결되는 통로와 이어져 있어 분비물을 코 쪽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감기 바이러스가 콧속 점막에 위치한 섬모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세균들이 활개를 치게 되면 비염으로 이어져 코 안의 점막이 부어오르게 된다.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 코로의 연결통로가 막혀 분비물이 부비강안에서 고인 상태로 썩게 되고 고름이 가득 차게 된다. 이것이 콧속에 농이 쌓이는 증상인 ‘축농증(蓄膿症)’ 이다. 흔히 우리가 축농증이라고 부르는 것은 만성축농증을 일컫는 것이다.
만성축농증은 부비강에서 급성염증이 치료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된 것이다. 누렇고 끈끈한 콧물이 자주 나오고 코막힘, 악취, 후각장애, 두통 등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또, 귀가 멍멍해져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산만해지기 쉽고 급격한 피로감에 휩싸이게 된다.
만성축농증의 경우 코 부위의 통증은 별로 없으나 옆머리가 아픈 경우가 많다. 염증 그 자체보다는 염증 가까이에 있는 신경이 자극되기 때문에 두부에 반사적으로 통증이 전달되는 것이다. 또한 축농증 환자는 코막힘을 가장 많이 호소한다. 콧물은 양이 많고 특히, 여름철에는 자신의 콧물에서 나는 악취가 심해져 구토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축농증이 시력저하를 일으킬 수도 있다. 안구뼈의 위쪽은 전두동이고 안쪽은 사골동, 아래쪽은 상악동, 그리고 뒤쪽 깊은 곳은 접형동이다. 즉, 눈 주위의 3분의 2가 부비동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콧속의 원인이 시력저하 등 눈의 증상으로 발현될 수 있다.
눈물은 24시간 계속 분비된다. 이때, 안구의 표면을 촉촉하게 만든 후 남은 눈물은 콧속으로 통하는 눈물관을 거쳐 코의 앞쪽으로 흘러내려간다. 눈과 코 사이에 연결통로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결국 코에 질병이 있으면 눈으로 그 질병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감각기관이 3차 신경은 눈과 콧속에 공통적으로 분포되어 있고, 점막의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자율신경도 눈과 코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감기나 비염에 걸린 이들에게서 콧물과 함께 눈물도 쉴 새 없이 나오는 이유가 이러한 해부학적 구조 때문이다.
영동한의원 / 김남선 원장
김남선 영동한의원(코알레르기 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