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무게당 가격 다이아보다 비싸

우황은 소의 담낭이나 담관에 생긴 담석으로, 주성분이 콜레스테롤이다. 우황은 동양의 한약재로 쓰인다. 서양에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베조아(bezoar)라고 부르는 위석(胃石)이 있다. 이것은 반추동물의 위에서 발견되는 단단한 물질로 식물성 섬유나 모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세에 아랍 의사들에 의해 유럽에 퍼진 베조아는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해 수백 년 동안 서양의 민간요법에서 최고의 지위를 누렸다.

베조아는 원래 시리아산 염소의 네 번째 위에서 나온 것을 원조로 쳤는데, 신대륙이 발견된 후인 16세기부터는 남미 페루에 서식하는 라마의 위 속에서 나온 것을 가장 고급으로 쳤다. 무게 당 가격이 다이아몬드보다 비쌌다는 이 돌은 조금씩 갈아서 복용하기도 했지만 아픈 신체 부위를 문지르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고 알려져 부자들이 비상용으로 휴대하고 다녔다.

르네상스의 명의였던 앙브로와즈 파레는 베조아에 대한 이같은 맹신을 없애기 위해 프랑스의 샤를르 9세 왕을 설득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파레는 왕에게 베조아의 효과를 시험해 보자고 권했고, 왕은 동의했다. 왕의 주방에서 은그릇을 훔치다 잡혀서 사형이 확정된 요리사가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교수형을 당하든지 아니면 독을 먹은 후 왕이 가지고 있는 베조아로 치료를 받는 것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 당한 요리사는 두말없이 후자를 선택했다. 요리사는 독약인 염화수은을 마신 다음 왕의 베조아를 복용했지만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숨을 거두었다. 숨이 끊어지기까지 약 7시간 동안 그는 “이렇게 고통스러울 바에야 차라리 교수형을 택할 것을 그랬다”며 울부짖었다. 실망한 왕은 베조아를 태워버렸다.

어쨌거나 18세기까지 유럽의 왕실에서는 베조아가 만병통치약이었다. 갖가지 보석으로 치장된 베조아는 독살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의 병상 옆이나 물을 마시는 잔에 달려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수많은 만병통치약 중 역사상 가장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아마도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왕관을 장식한, 황금으로 세팅된 베조아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담·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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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의학사

[울산 의과 대학교]
이재담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일본 오사카 시립대학 박사
미국 하버드 대학 과학사학교실 방문교수
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의학의 역사를 이야기형식으로 재미있게 소개하는 이재담교수의 의학사 탐방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