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3-20

현대인의 공통된 관심사를 세 가지만 꼽으라면 아마도 건강, 자녀교육, 재테크 일 것입니다. 새해 소원을 빌 때도, 평소 인사를 할 때도 대부분 이 세 가지를 입에 올립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정말 건강에 관심이 있는지, 혹시 말로만 건강에 관심이 있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네 재물(財物)이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마음, 즉 관심이 있는 곳에 돈을 쓴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나 '관심=돈'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건강은 가장 관심이 없는 분야인지도 모릅니다. 저희 집만 보더라도 자녀 사교육비로 '부담스러울 만큼' 많은 돈을 쓰지만, 건강을 위해선 거의 돈을 안 씁니다. "관절이 뻣뻣하고 아프다"는 아내에게 관절 영양제를 사서 먹으라고 했더니 인터넷 쇼핑몰을 돌아본 아내가 "너무 비싸서 못 샀다"고 하더군요. 수 십 배 비싼 학원비는 아낌없이 결재하면서 제 몸에 좋은 영양제 하나 사기를 꺼려하는 모습이 비단 저희 집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영양제뿐 아니라 운동, 건강서적, 건강용품(또는 장비), 건강검진 등에 돈을 쓰는데도 사람들은 인색하기 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의 예상과 달리 '건강 비즈니스'는 전망이 없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인생 전체로 보면 개인이 돈을 가장 많이 쓰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아마도 건강과 관련된 일 때문일 것입니다. 문제는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망친 뒤 치료, 즉 '수리'를 위해 돈을 쓴다는 것입니다. 큰 병에 걸려 그 동안 모아놓은 재산을 모두 탕진하는 일을 우리는 주위에서 얼마나 자주 보고 있습니까?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에 가장 잘 들어맞는 상황이 바로 건강과 관련된 경우인 것 같습니다.

일본 건강박람회에 다녀온 뒤 쓴 지난 3월5일자 칼럼에서 일본의 건강보조식품 시장 규모와 그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에 관해 소개했습니다. 흥미롭게 느꼈지만 그 때 쓰지 못한 것 중 하나가 건강보조식품의 가격체계였습니다. 같은 종류의 건강보조식품 가격이 천차만별(千差萬別)이었는데, 예를 들어 한달 치 글루코사민 가격이 1000엔인 제품부터 1만 엔을 넘는 제품까지 다양했습니다. 가이드는 "원료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내에게 이 얘기를 해 주며 "돈 줄 테니 싼 것만 찾지 말고 비싸고 좋은 것 사서 먹으라"고 말해줬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선진국일수록 사회문화적으로 '헤지(hedge·위험분산)'가 잘 돼 있는 것 같습니다. 노년의 질병을 피하기 위해 현재의 건강에 투자하는 것은 썩 훌륭한 '헤지펀드'가 아닐까요? 건강을 위해 말뿐인 관심만 아니라 돈까지 투자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고 했습니다.

/ 임호준 Health편집장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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