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4-17

저는 늦잠을 자는 적이 거의 없습니다. 늦잠자기로 작정한 휴일 아침에도 7시만 되면 눈이 번쩍 뜨입니다. 배가 고프기 때문입니다. 배 속에 들어 앉은 '걸신(乞神)'의 시계는 정말 정확합니다. 저녁 식사는 조금 늦어져도 양해가 되지만, 아침(7시)과 점심(12시) 식사는 약간만 늦어도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그만큼 저는 먹는 것에 집착하는 편입니다. 아마도 제가 현재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잘 먹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소식(小食)은 하마처럼 뚱뚱해지고 있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건강지침입니다. 문제는 너무 적게 먹는다는 것입니다. '몸짱 열풍' 때문인지 어느 날 갑자기 아침을 굶기로 결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식사량을 절반이나 그 이하로 줄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것 먹고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 걱정될 정도로, 새 모이만큼 식사를 하는 사람도 흔히 봅니다.

살을 빼려면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초등학생에게나 어울릴법한, 아주 낮은 차원의 수학입니다. 물론 양껏 먹으면서 살이 빠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고등수학으로 넘어가면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질 수 있고, 반대로 적게 먹어도 살이 찔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게 먹어서 살을 빼려는 것은 '하수(下手)'입니다. 상수(上手)는 맛있는 것,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면서도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원시 수렵시대부터 근대 농경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항상 기아(饑餓)의 위협에 시달려 왔습니다. 사람들이 맘껏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따라서 인류에게는 아직도 기아에 대비하는 유전자가 작동되고 있습니다. 먹이가 부족할 때는 운동량뿐 아니라 기초대사까지 줄여 칼로리 소모를 최소화하고, 반대로 먹이가 풍족할 때는 잉여 칼로리를 지방의 형태로 비축해 두는 것이 이 유전자의 작용입니다.

적게 먹거나 굶어서 살을 빼겠다는 발상은 그래서 어리석은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갑자기 아침을 굶는다면 처음 몇 일간은 살이 빠질지 모르지만 계속되면 인체는 위기상황이라고 인식하고 가장 먼저 기초대사량을 줄이게 됩니다. 그 결과 예를 들어 하루 2500㎉를 소모하는 몸이 1800㎉를 소모하는 몸으로 다시 세팅됩니다. 일단 세팅 포인트가 내려가면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바뀌게 됩니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따라서 체중감량을 결심한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칼로리 세팅 포인트를 올리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운동량을 늘려야 하고, 체(體) 성분 중 지방을 근육으로 바꿔야 하며, 무엇보다 아침을 굶지 말고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합니다. 칼럼을 쓰면서 아내의 잘못된 생각이나 생활습관을 즐겨 소재로 삼았는데, 이번만은 지난 18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밥을 차려 준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임호준 Health편집장 hjlim@chosun.com

         <관련서적 안내>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호준기자의 헬스편집실

[헬스조선]
임호준 대표

현 조선일보 헬스편집장
현 헬스조선 대표이사

우리나라 100대 홈페이지로 선정된 인기블로그, 헬스조선 대표컬럼으로 새롭게 꾸며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