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07




“아직 수술하기는 아까워요. 조금 더 쓰셨다가 완전히 연골이 없어지면 인공 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합시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내원한 환자는 진료실에서 이 말을 듣고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다. 무릎을 처음 상태로 돌릴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지 간절한 마음으로 의사에게 되묻지만 대답이 썩 희망적이지 않다. 현대 의술로는 연골을 완벽히 재생할 수 있는 방법도, 무릎의 움직임을 온전히 복원할 수 있는 인공 관절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수의 환자들은 전문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현존하는 수술법을 뒤로 하고 약과 무릎 주사만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 나가고 있다. 희망적인 치료법인 <별의 순간>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교토대학병원은 2020년 1월 24일 타인의 iPS(induced pluripotent stem; 유도만능줄기) 세포에서 제작한 연골 조직을 무릎 연골이 손상된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 연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iPS 세포란 사람에게서 채취한 혈액 등의 체세포에서 국소적으로 유도인자를 투입하여 배양시킨 만능 세포이다. 이 세포는 인체의 조직이나 장기로 제한없이 분화할 수 있고, 더군다나 거의 무한대로 증식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었던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절 연골은 뼈의 표면을 얇게 덮어 매끄러운 관절의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연골은 회복 능력이 부족하여 손상을 받으면 닳거나 벗겨지기 쉽고, 또 적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병변이 확대된다. 이것이 만성화되어 퇴행성 관절염 말기에 이르면 잦은 관절통이나 변형으로 인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다. 손상된 관절 연골에 대한 기존의 치료방법으로는 연골의 결손부위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흘러나온 자가 골수 유래 세포를 통해 연골을 치유하는 [미세 천공술] / 골연골편 (osteochondral plug)을 채취하여 병변에 이식하는 [골연골 이식술] / 건강한 부위의 관절 연골을 채취하여 약 3~6주간 연골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한 후 이식하는 [자가세포배양 이식술] / 동종 탯줄 혈액에서 유래한 중간엽 줄기세포 (카티스템) 및 지방-골수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결손 부위에 직접 심어주는 [줄기세포 이식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치료 방법에 대해서 어느 것이 연골 회복에 있어 더 우수한가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iPS 세포에서 분화시킨 연골 조직 이식술은 무엇이 더 월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분화된 연골 조직이 본래 연골 조직과 동일한 초자 연골(hyaline cartilage)이면서 그 상태가 질적으로 매우 우수하다는 것이다. 기존에 연골 손상에 대해 보편적으로 시행된 [미세 천공술]은 본래와 다른 섬유 연골(fibrous cartilage)을 생성하므로 어느 정도까지 관절 보호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골연골 이식술], [자가세포배양 이식술] 같은 경우에는 이식편을 채취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하거나, 채취하는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줄기세포 이식술]은 배양한 줄기세포가 실제 연골 조직으로 분화하는가 그 여부와 조건에 의문이 남아있다. 이러한 기존의 치료법의 한계점들 때문에 막 임상실험을 시작한 iPS 세포에 대한 그 기대감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기존 치료 방법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관절 연골의 완벽한 재생이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그 순간이 올 수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에서 퇴행성 관절염을 가진 환자는 약 350만명에 달하고 진료비 또한 1조3천억에 이른다. 그러므로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통받으며 이상적인 치료를 기다려온 수많은 환자들에게는 iPS 세포 임상실험을 시작한 바로 지금이 그야말로 <별의 순간>이 아닐까?

물론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눈앞에 산적해 있다. 아직은 임상 시험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지 못했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의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그에 관한 대처법에 대한 추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많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의 고통과 진료비 부담을 줄이고 완치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지금도 많은 연구자들과 의료진들이 세계 각지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직접 대면하고 보살피는 의사로서 그리고 새로운 치료법을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한 사람의 이웃으로서, 하루라도 빨리 iPS 세포가 진료 현장에 들어오길 간절히 희망한다.

/교토대학 박사과정 송영동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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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의 운명 / 어깨의 운명 / 허리의 운명 / 손발의 운명

[아산재건정형외과]
조훈식 원장

아산재건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
서울아산병원 슬관절 전임의
서울아산병원 임상 및 외래교수
연세대학원 정형외과 박사
남기세병원 관절센터 과장
동두천중앙성모병원 정형외과 과장
바른본병원 관절센터 원장
어울림병원 관절센터 원장
AKAS (Asan Knee Arthroplasty Surgery) 간사
서울특별시 학교안전공제회 보상심사위원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슬관절학회 정회원
대한골절학회 정회원
대한스포츠의학회 정회원
북미관절경학회(AANA) 국제회원

북미관절경학회 무릎연골재생 master course 연수

우리 몸에도 각 신체 부위마다 봄,여름, 가을,겨울이 있고 그 변곡점이 있다. 노화의 변곡점을 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떤 관리가 필요한가? 또 각 시기마다 어떤 치료(수술)를 통해 그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가? 그 명확한 한계점은 어떤 것인가?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