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의학사

독가스에서 나온 물질로 항암 치료

울산 의과 대학교

이재담 교수

제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배 한 척이 이탈리아의 바리 항에서 독일군에 의해 격침됐다. 이 배에는 독가스인 일종인 ‘머스타드질소’가 100t이나 실려 있었다. 승선 중이던 병사들이 가스에 노출됐고 며칠 후 이들에게서 피가 잘 멎지 않고 면역능력이 저하되는 예상치 못했던 증상들이 나타났다. 이 가스는 백혈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 3~4일 후부터 그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군의관 스튜어트 알렉산더 대령은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다.

염소가스가 실전에 사용된 1차 대전 이후, 각국은 다양한 화학무기를 경쟁적으로 개발했다. 머스타드질소도 그 중 하나로 인간의 피부에 물집을 만들고 눈에 심한 결막염을 일으킬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 보고서는 미국 화학전 부대의 연구에 참여하고 있던 예일대학의 알프레드 길맨과 루이스 굿맨의 주의를 끌었다. 머스타드질소를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암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먼저 림프육종을 이식한 생쥐에 머스타드질소를 주사하고 종양이 없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임상시험의 대상으로는 말기 림프육종을 앓고 있던 48세의 은세공 기술자가 선정됐다. 실험은 극비를 요하는 군사기밀로 분류됐다. 머스타드질소는 ‘화합물 X’로 불렸고, 환자도 담당의사도 어떤 약물이 투여되는지 알지 못했다. 약의 효과는 놀라웠다. 열흘간의 주사로 종양이 말끔히 사라졌다. 비록 두 달 후에 암이 재발했고, 그로부터 한 달 후에 환자가 사망했지만, 머스타드질소의 항암작용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 발견으로 전신에 퍼진 암이라도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리라는 희망이 생겨났다. 연구자들은 항암작용을 가진 약물을 찾고, 그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1960년대까지 21만4900 종의 물질을 검토하여 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새로 도입된 항암제들에 힘입어 암 치료법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 중 가장 큰 진전을 보인 것은 머스타드질소계 화합물을 사용하는 급성 백혈병의 치료였다. 예전에 0.07%에 불과하던 이 병의 완치율은 1980년대 중반 이후 70%를 넘고 있다.

이재담·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학의 역사를 이야기형식으로 재미있게 소개하는 이재담교수의 의학사 탐방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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