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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이 묻은 아버지의 외투를 입었던 것이 계기가 돼 수십 년 뒤 암 진단을 받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사진=미러
어린 시절 석면이 묻은 아버지의 외투를 입었던 것이 계기가 돼 수십 년 뒤 암 진단을 받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외신 미러(Mirror)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헤더 본 세인트 제임스(57)는 어린 시절 추운 날이면 문 옆에 걸려 있던 아버지의 외투를 입고 나가곤 했다. 당시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일해 외투는 자주 회백색 먼지로 뒤덮여 있었지만, 먼지에 석면도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2006년, 36세가 된 제임스는 출산 이후 지속적인 피로와 함께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증상이 이어지자 그는 병원을 찾았고,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폐 근처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이후 의료진은 석면 노출로 인한 희귀 암인 악성 중피종을 진단했다. 그는 “의료진이 가족 중 석면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며 “수술받지 않으면 약 15개월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제임스는 이후 흉막과 심장막, 횡격막 일부, 왼쪽 폐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고 항암·방사선 치료를 이어갔다. 다행히 이후 암은 재발하지 않았으며, 현재는 석면 관련 질환 인식 제고와 환자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그의 아버지는 2014년 신장암으로 사망했으며, 당시 의료진은 석면 노출이 원인 중 하나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악성 중피종은 흉막, 복막, 심막 등 장기를 둘러싼 ‘중피’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대부분 석면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발병하며, 잠복기가 10~30년에 이를 정도로 길다. 석면 노출력이 없는 경우 발생은 매우 드물다. 과거 환경부가 석면 산업과 악성 중피종 발병 추이를 분석한 결과, 국내 석면 산업은 1990년대 정점을 찍었고, 이에 따라 악성 중피종 발생은 2010년 이후 증가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잠복기를 고려하면 환자 수는 2045년경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악성 중피종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병이 진행되면 지속적인 흉통, 수개월에 걸친 호흡곤란, 마른기침,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복막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복통, 식욕 부진, 구역질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악성 중피종은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종양이 주변 조직으로 쉽게 퍼지고 외과적으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술 자체도 난도가 높아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크다. 대부분 항암 치료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흉수가 심한 경우 흉수 천자나 흉막 유착술로 증상을 완화하기도 한다.

악성 중피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석면 노출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석면에 노출된 이력이 있다면 호흡곤란이나 흉통 등 증상이 나타날 때 지체하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