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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중 유기견에게 입은 가벼운 찰과상을 방치했다가 4개월 만에 광견병으로 사망한 50대 영국 여성의 사례가 법정 심리에서 공개됐다./사진=더 선
해외여행 중 유기견에게 입은 가벼운 찰과상을 방치했다가 4개월 만에 광견병으로 사망한 50대 영국 여성의 사례가 법정 심리에서 공개됐다.

지난 3일 외신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이본 포드(59)는 지난해 2월 모로코 해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유기견에게 긁히는 상처를 입었다. 당시 그는 상처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별도의 의료 처치를 받지 않고 상처를 간단히 물티슈로 닦아내기만 했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온 뒤 수개월이 지나 두통과 메스꺼움, 극심한 불안 증세가 나타났고 환각과 방향 감각 상실 등 신경학적 이상 증상도 동반됐다. 초기 의료진은 증상이 복합적이고 비특이적이어서 정신질환이나 라임병을 의심하는 등 진단에 어려움을 겪었다.

포드를 진료한 정신과 전문의 알렉산더 번즈 박사는 그의 남편을 통해 모로코에서 강아지에게 긁힌 사실을 확인한 뒤 광견병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는 법정에서 “해당 질환을 직접 경험한 적은 없었지만, 신경학적 증상을 종합했을 때 광견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셰필드 교육병원 감염병 전문의 캐서린 카트라이트 박사는 법정에서 “영국에서는 1946년 이후 광견병 확진 사례가 26건에 불과할 만큼 매우 드문 질환”이라면서도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치명률은 100%에 가깝다”고 했다.

광견병은 광견병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동물의 침 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물린 상처나 찰과상을 통해 전파되며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주로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통해 감염되지만,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도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대개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감염된다.

바이러스 노출 후 발병까지의 잠복기는 일주일에서 1년 이상으로 다양하지만, 평균적으로는 1~2개월이 지나면 증상이 나타난다. 머리에 가까운 부위에 물릴수록, 상처의 정도가 심할수록 증상이 더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다른 질환과 구분이 잘되지 않는 발열, 두통, 식욕 저하, 구토 등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에 물린 부위에 저린 느낌이 들거나 저절로 씰룩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광견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후 흥분, 불한, 타액 과다분비, 물 공포증이 이어지며 증상 발현 후에는 치사율이 사실상 100%에 달한다.

광견병이 의심되는 야생동물이나 개에게 물렸을 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조치를 받아야 한다.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아 광견병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를 침범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현대 의학으로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광견병 유행 지역을 여행할 때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접촉이 예상될 경우 미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 동물에 물렸다면 즉시 비누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상처를 수 분간 씻어내야 한다. 해당 동물의 감염 가능성이 있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면역글로불린과 예방 백신을 접종해야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