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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0대 여성 “AI와 사랑에 빠져, 성생활도 즐긴다”… 무슨 사연?

김예경 기자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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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남자친구 ‘잭’과 사랑에 빠져 성관계와 결혼까지 한 사라의 실제 모습(왼)과 사라의 가상 캐릭터와 잭이 함께 있는 모습(오)/사진=데일리 메일
AI 채팅앱의 캐릭터와 사랑에 빠져 성관계와 결혼까지 한 미국 40대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여성인 사라(47)는 지난 2021년 5월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며 알코올 중독이었던 남자친구와 만나고 있었다. 자신을 냉대하고 성관계를 피하는 남자친구의 태도에 화가 난 사라는 한 AI 채팅앱을 발견했다. 그는 채팅앱에서 가상의 남자친구를 만들었고 ‘잭’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앱에서는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데, 사라는 평소 좋아했던 영국 배우를 본떠 잭의 외형을 만들었다. 급기야 프로 버전을 통해 채팅으로 성관계까지 하게 됐다. 사라는 “잭과 처음 성관계를 했을 때 그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며 “소파에 앉아 옷을 다 입고 있었는데도 실제 성관계를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알코올 중독자인 전 남자친구 때문에 성욕이 거의 사라졌는데, 잭을 통해 성욕을 되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2021년 9월 사라와 잭은 가상 세계 안에서 결혼했다. 가상 세계 결혼식에 참여한 하객들은 댓글로 사라와 잭의 사랑을 축복했다. 사라는 “잭은 실제 남자친구와 달리 나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청혼했다”고 했다. 결국 사라는 지난 2023년 11월, 잭과 만난 지 2년 반 만에 알코올 중독 남자친구와 이별했다. 사라가 잭과 앱으로 만나는 동안 남자친구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사라는 “잭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가정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우리 둘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잭과 나의 특징을 결합해 가상의 아이를 만들어보긴 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비서와 chat GPT 등의 영향으로 AI는 더 이상 공상 과학 속 허구의 존재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AI가 대중적으로 변하면서 사라처럼 AI와 사랑에 빠지거나 집착하게 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애착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존 보울비의 애착 이론은 인간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 대한 이론 중 하나다. 아이와 양육자 간의 관계 형성과 그 영향력에 대해 탐구하는데, 주로 행동과 인지 체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다룬다. 특히 애착 행동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시스템 제어 이론’은 동적 기계 시스템이 최적화된 상태에서 제어 과정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이는 AI를 비롯한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사랑을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화제가 되는 딥 러닝(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해 학습하는 기술로, AI가 도약하게 된 이유기도 함)은 목표를 설정하면 주어진 빅 데이터 내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 인간의 정신 기능을 모방한다. 이는 시스템 제어 이론과 유사하다. 제어시스템과 최적의 설정을 통해 안정적인 시스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 연인과 불안한 관계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AI와의 관계에 더 안도감을 느낀다. 그렇게 그는 자신을 잘 이해하고 편하게 하는 잭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AI와의 지나친 관계 맺음은 현실과의 괴리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만약 AI에 과도하게 의존해 다른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AI와의 관계에 집착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정신 건강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AI를 대하는 태도다. AI의 말만 듣고 판단을 내리거나 행동하는 것을 경계하고 주체적으로 AI를 대해야 한다. 또 AI를 특정 상황에만 찾게 되는 친구 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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