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관상동맥 우회술, 위험하지 않아… 겁먹지 않아도 돼”

이슬비 기자

[전문의에게 묻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지현근 교수

 



12년 전 A씨(82)는 급성 심근경색이 와서 막힌 혈관을 뚫는 혈관 중재술을 받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피가 통하지 못했던 탓에,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벽에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심근 중격이 파열되면 심한 울혈성 심부전이 생겨 수술하지 않으면 90%가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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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지현근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A씨는 80세 고령인 데다, 중재 시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술받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보호자와 상의해 결국 수술을 결심했고, 다행히 잘 회복됐다. A씨를 수술한 건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지현근 교수는 "현재 95세가 되셨는데 엊그제도 건강하게 병원으로 외래 진료를 보러 오셨다"고 말했다. 심장 세포를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이 막혔을 때, 해결법은 두 가지다. 혈관을 뚫는 중재술과 막힌 혈관을 대신해 새로운 우회로를 만드는 관상동맥 우회술이다. 아무래도 원래 있던 혈관을 살리는 중재술이 시술 시간도, 치료 기간도 짧고, 회복도 빠르다. 그러다 보니 중재술로 치료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우회술은 무섭고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A씨 사례처럼 우회술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다. 지현근 교수를 만나 관상동맥질환의 적절한 치료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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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지현근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관상동맥 질환이란 무엇인가?
심장은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관상동맥은 그런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다. 관상동맥 질환이란 이런 관상동맥에 병이 생긴 걸 통틀어 말하는 것인데, 아주 심각한 단계의 허혈성 심근병증, 급성 심근경색, 만성 심근경색, 협심증, 심근 내막 파열 등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 성인에게, 동맥경화로 인해 발생한다. 소아에서도 선천적 기형, 가와사키병 등으로 관상동맥 질환이 생길 수 있다. 혈관은 도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도로가 갑자기 침수되거나 산사태가 일어나면 도로의 기능을 잃게 된다. 관상동맥이 있는 혈관에 그런 일이 생기면 심장으로 가는 피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빨리 복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관상동맥 질환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원인은 동맥경화다. 동맥경화는 관상동맥뿐만 아니라 모든 혈관에 다 생길 수 있는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비만 등으로 유발된다. 또 동맥경화 자체가 나이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어,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동맥경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안타깝게도 가족력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고지혈증을 타고나는 사람도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크다.


-관상동맥 질환을 인지할 수 있는 특정 증상이 있는가?
대표적인 증상은 협심증이다. 협심증은 말 그대로 심장이 쪼이는 듯한 느낌을 말한다. 가슴이 조이거나 가슴에 돌을 얹어놓은 것처럼 압박감이 느껴진다. 어떤 환자는 고춧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가슴이 쓰라리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증상은 아니지만 간혹 치통이 심하거나 목 위로 강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왼쪽 팔이나 어깨로 통증이 퍼지기도 한다. 대부분 협심증 환자는 관상동맥 질환이 있지만, 모든 협심증 환자가 다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고위험군이라면 건강검진을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일차적으로 혈액 검사를 하고 심전도를 찍는다. 관상동맥 질환이 의심되면 CT 촬영을 한다. 관상동맥 CT는 굉장히 특이적이어서 거의 90%의 진단율을 보인다. CT 결과 관상동맥 질환이 중증이라면 추가로 정밀 검사를 시행한다. 정밀 검사로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겼는지를 보는 심장 초음파 검사, 관상동맥 질환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보는 관상동맥 조형술 등 두 가지가 있다. 심장 기능이 많이 상한 후 발견됐다면, 심장 MRI를 찍어서 심장 근육의 손상이 회복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검사까지도 시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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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지현근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손상된 근육이 회복되기도 하는가?
고무줄로 팔을 묶으면 저리다가 나중엔 기능까지 상실하게 된다. 그 전에 고무줄을 풀어주면 저렸더라도 다시 회복된다. 마찬가지로 혈관 질환이기 때문에 근육 손상이 영구적으로 진행되는 6시간 전에 혈액이 통하도록 하면 차근차근 심장 근육도 회복될 수 있다.

-빠른 치료가 정말 중요할 것 같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치료는 흉부외과에서 하는 관상동맥 우회수술과 내과에서 하는 중재시술이 있다. 관상동맥 우회수술은 역사가 약 55년쯤 된 수술로, 경화돼 딱딱해진 혈관 아래쪽으로 우회 도로를 새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우회로를 내는 혈관으로는 갈비뼈 안쪽 속가슴동맥을 주로 사용한다. 직경이 2mm 정도로, 혈류가 매우 좋다. 중재시술은 보통 스텐트(좁아진 부위를 일정한 부피의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금속 구조물)를 집어넣어서 진행하는데, 점점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수술의 약 70%가 이제는 심장 중재시술로 전환됐다. 증상이 초기이거나 병이 심각하지 않다면 충분히 스텐트만 삽입해도 건강한 심장을 되찾을 수 있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동맥경화가 광범위하거나 ▲스텐트 시술을 하기에 좋지 않은 부위에 동맥경화가 생긴 환자에게 적용된다. 심장 혈관이 갈라지는 부위는 한쪽에 스텐트를 넣으면 다른 쪽이 손상될 수 있고, 좌주 관상동맥(두 개로 이루어진 좌측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부위)을 시술하다가 이상이 생기면 심장마비가 생길 수 있어 두 부위에서는 스텐트 시술보단 관상동맥 우회술이 더 안전하다.


-심장 수술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들었다. 어떻게 나뉘는가?
인공심폐기(심장과 폐를 대신하는 인공 장치, 펌프)를 이용해 심장을 정지시키거나 보조하면서 수술을 진행하는 방법과 펌프를 사용하지 않고 심장박동을 유지하며 수술하는 방법이 있다. 펌프를 사용하는 수술이 전통적인 심장 수술이다. 1990년 후반부터 심장을 보조하는 기술들이 많이 발전해,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심장이 뛰는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심부전, 부정맥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다른 심장 수술보다 관상동맥 수술이 더 안전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 아주 큰 발전이다. 게다가 펌프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수술 시간이 단축된다. 그러나 기술 난도가 높다. 굵기가 1~2mm밖에 되지 않는 관상동맥에 혈관을 이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50~70%가 펌프를 사용하지 않고 수술을 진행한다.

-펌프를 사용하지 않는 게 더 안전한가?
환자에게 적합한 수술을 따져봐야 한다. 펌프를 대동맥과 우심방에 연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동맥 동맥 경화가 심한 환자는 죽상종이 떨어져 나가 뇌졸중이 유발될 수 있다. 이런 환자는 가능하면 펌프 없이 수술해야 한다. 그러나 무리하게 펌프를 안 돌리고 수술하다가 갑자기 심장 마비가 오거나 출혈이 많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환자 상태에 맞게 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 관상동맥 질환 관련 연구 동향은 어떤가?
벌써 수술이 나온 지 55년이나 돼서 이제는 발전할 만큼 발전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새로운 여러 가지 이제 연구법이 나오면서 과거에 수술했던 것 중에 어떤 게 결과가 좋은지, 어떤 건 하면 안 되는지 등이 조금 더 밝혀지고 있다. 또 우회술에 사용하는 혈관 중 속가슴 혈관을 다 사용했거나, 사용할 수 없을 때 지금까진 허벅지에 있는 복재정맥을 사용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정맥이다 보니 동맥과는 기능이 조금 달랐다. 그래서 최근에는 팔에 있는 요골 동맥을 많이 사용하게 됐다. 또 최소침습수술이 하나의 새로운 화두다. 심장은 잘못 건드리면 심장마비나 심실세동이 올 수 있어 최소침습수술이 보편적으로 이뤄지진 않고 있다. 최근 최소침습수술이 과거보다 안전해져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더불어서 최소침습수술과 심장 중재 시술을 합친 개념인 하이브리드 수술이 많이 도입됐다. 많은 혈관에 동맥경화가 확인되면 최소침습 관상동맥 우회수술로 속가슴 동맥을 이용하는 치료를 하고, 나머지 부분은 중재 시술로 하는 등이다.

-관상동맥질환은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방하려면 생활 습관을 어떻게 교정해야 하는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다면 반드시 잘 관리해야 한다. 또 전자담배든 연기가 나는 담배든 담배 속 물질이 동맥 안에 있는 내피세포를 망가뜨리므로, 금연해야 한다. 특히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환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복부 지방을 빼도록 노력해야 하고, 스트레스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에게 맞는 적합한 운동을 해 근력을 높이면, 심폐 능력이 향상된다.


-어떤 연구를 해나갈 예정인가?
관상동맥 질환자 중 조기에 발견해 협심증 없이 잘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발견이 늦거나 증상 없이 지내다가 허혈성 심근병증으로 나타나는 환자도 상당수다. 이런 환자 중 심근이 일부 살아 있는 것을 MRI로 확인할 수 있는데, 관상동맥 우회술이 잘 되면 심근이 회복해 심장 이식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심근경색 치료에 있어서 관상동맥 우회술의 역할을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려고 한다. 또 관심 있는 연구 주제는 심장 이식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 사람보다 공여자가 훨씬 적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종이식 분야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유전자를 조작해 사람 몸에 들어가도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하는 식이다. 지난해 초 미국에서 환자에게 실제로 적용하기도 했다. 당시 환자가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됐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선 제일 앞서 있다. 나는 2010년부터 연구를 하고 있다. 5년 정도 잡고 형질 전환한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관상동맥질환자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한다면?
지난해부터 관상동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표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관상동맥 우회술 숫자가 맹장 수술 숫자보다 훨씬 많았다. 그 정도로 이제 흔하게 시행됐던 수술이고 그만큼 안전하게 시행됐던 것. 1990년대 미국보다 우리나라 현재 심장 수술의 성적은 더 좋다. 심장내과 의사와 흉부외과 의사가 항상 상의해서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가장 좋은지 상의해서 설명하니, 환자는 안심하고 잘 따라줬으면 좋겠다. 매우 많은 환자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다. 그러나 관상동맥 우회술은 정부에서도 관심이 많아서 2008년부터 질 평가 사업을 시행해 왔다. 관상동맥수술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사업이다. 1차 발표에서는 상급 종합기관 8곳과 건국대병원 포함 종합기관 2곳까지 총 10곳에서 1등급을 받았다. 그 당시 검사 대상 병원은 77개 기관이었다. 그러나 2022년 8차 발표에서는 88개 기관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77개 기관이 1등급을 받았다. 그만큼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어느 곳에서든 수술 잘 받아, 심장 건강을 챙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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