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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례없는 '대동맥혈관 병원'… "초응급 수술, 365일 24시간 책임진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3/06/21 08:57
[주목! 이 병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
대동맥 명의 '송석원 교수' 병원장에
10년 손발 맞춘 의료진, 함께 팀 꾸려
패스트트랙 진료 시스템, 지체 '제로'
전국 어디에서 응급 환자 오든 소화
"대동맥 수술 '1년에 1000건'이 목표"
심혈관질환 중에서도 가장 치사율이 높은 질환이 대동맥 질환이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분출되는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는 혈관으로, 고혈압·흡연 등에 의해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태를 '대동맥류', 대동맥 안쪽 벽이 갑자기 찢어지는 상태를 '대동맥 박리증'이라고 한다. 대동맥류가 터지는 것이 '대동맥 파열'이다.
급성 대동맥 박리증이나 대동맥 파열은 발생하면 환자가 병원 문턱도 못가고 사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야말로 초응급 질환으로, 병원에 와도 수술 사망률이 20%나 된다.
송석원 병원장과 함께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손발을 맞췄던 영상의학과 이광훈 교수, 마취통증의학과 남상범 교수, 심장혈관외과 전문의 2명, 간호인력 등 총 10명이 같이 이대대동맥혈관병원으로 이동했다.
송석원 병원장은 "전국 어느 병원에서 대동맥 응급 수술 의뢰가 오든 모두 소화하기 위해, 인력 등 인프라가 확대된 '병원급'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대동맥 수술 의사를 4명으로 세팅하고, 1년에 1000건의 대동맥 수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국내에서 한 해 3000건의 대동맥 수술이 이뤄지므로 3분의 1을 소화하겠다는 포부다.
◇응급실 지체 시간 '제로'
대동맥 수술은 분초를 다투는 초응급 질환이므로 모든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환자는 대부분 갑작스러운 복통이나 흉통을 호소하다 119에 실려 병원에 가는데, 대동맥 응급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에 가도 심장혈관외과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어야 하고 수술실, 중환자실 등의 공간이 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수술을 해볼 수 있다. 그런데 수술실에 올라가기까지 많이 지체돼, 응급실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송석원 병원장은 "응급실 체류 시간을 제로로 만들고 앰뷸런스 구조 카트에서 수술실 침대로 바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365일 24시간 전국 모든 병원서 전원 가능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은 365일 24시간 전원(다른 병원에서 환자를 보냄)을 받을 계획이다. 언제 어디서든 그곳이 부산이나 제주도라도 가능하다. 송석원 병원장은 "병원이 위치한 서울 강서구는 고도제한이 있어 헬기가 뜨고 내리는데 용이하고 병원 옥상에 헬리패드가 있다"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헬기에서 응급 환자를 그대로 수술실로 이동시키고 수술이 끝나면 중환자실로 이동시키는 것이 하나의 코스로 가능했다"고 했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서는 'E-xpress 시스템'이 가동된다. 일종의 패스트트랙 진료 시스템으로 대동맥질환 응급 환자가 온다고 연락이 오면 관련 의료진과 행정 파트까지 문자가 전송이 돼 환자 도착 전에 수술 준비를 마치고, 환자 도착과 함께 바로 수술실로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환자 도착 전에 수혈에 필요한 혈액·약 등을 준비해 놓는다. 송석원 병원장은 "의료진들은 모두 환자 도착 전에 수술실에 모여 있을 것"이라며 "365일 24시간 불시에 혼연일체로 움직이려면 팀원들 모두 같은 뜻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0년 넘게 손발을 맞춰온 팀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는 4개의 팀을 운영, 계획된 수술을 하는 팀, 응급 수술을 하는 당직팀을 시스템화 할 계획이다. 의료진들은 효율적으로 일하고 환자의 치료 결과도 좋아질 것이라고 송 병원장은 예상했다.
◇대동맥 수술·시술 모두 가능
대동맥 수술은 병든 혈관을 제거하고 인조혈관으로 바꾸는 것이다. 보통 수술 시간이 5시간 걸리는데, 심정지를 시키고 환자 체온을 28도까지 내려야 한다. 수술 시간 동안 혈액은 순환되지 않는데, 체온을 내려야 장기들이 버틸 수 있다. 수술을 빨리 끝낼 수록 좋은 이유다.
대동맥 질환에도 2012년부터 가슴·배를 열지 않는 시술이 가능해졌다. 병든 혈관은 그대로 두지만 혈관 안으로 스텐트를 삽입, 혈액이 스텐트 도관으로 흐르게 한다. 사타구니쪽으로 관을 넣어 시술한다. 심장을 멈추지 않고, 체온을 낮추지도 않으며 흉복부에 큰 상처를 남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몸에 부담을 안주고 회복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수술과 시술을 동시에 시행할 수 있도록 영상 장비와 수술 장비를 함께 갖춘 수술실)도 갖췄다. 환자에 따라 일부 혈관은 수술을 하고, 일부 혈관은 스텐트 시술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경우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이용할 수 있다.
송석원 병원장은 "이보다 더 강력한 팀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1위를 만들겠다"며 "이런 대동맥 수술팀이 전국에 몇 군데 있어야 대동맥 질환자들이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대동맥 수술을 하는 전문 의사를 트레이닝 하는 것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