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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풀면 재감염 늘까?… 英선 ‘4차 감염’도 70여명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4/14 07:10
“집단 면역 근거 없다”… 재감염 우려
재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체계적 조사·관리 필요
정부가 완화된 방역 지침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뀐 방역 정책이 향후 코로나19 재감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국내 재감염 추정 사례는 2만6000여건으로, 우리보다 앞서 방역을 풀었던 영국의 사례를 고려한다면 현재보다 재감염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 또한 국내에서 최근 2~3개월 사이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던 만큼, 시간이 지나 감염으로 인해 생긴 항체가 줄어들면서 재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거리두기 해제할 듯… 전문가 “집단면역 근거 있나” 우려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5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 발표되는 방안에는 모임 인원·시간제한 해제 등 대대적인 방역 완화 지침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확진자와 사망자·위중증 환자 수 등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국민들이 백신 접종과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인해 대규모 집단면역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아직까지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정점을 지났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확진자·사망자가 발생 중인 데다, ‘XL’ 변이와 같은 새 변이 바이러스도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과 오미크론 변이 감염에 의해 집단면역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대해서도 정확한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현재 어느 나라가 대규모 감염을 통해 집단감염을 달성했는가”라며 “많은 전문가가 집단면역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데, (정부는)혈청역학조사를 통해 집단면역이 형성됐다는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1~2월 확진자 90일 뒤 재감염 가능성… 영국 80만명 재감염
방역완화와 맞물려 재감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증상 유무에 관계없이 최초 확진일 90일 이후 재검출된 경우 ▲최초 확진일 이후 45~89일 사이 재검출이면서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 노출력이 있는 경우 코로나19 재감염으로 정의하고 있다. 2월 중순 이후 두 달여 동안 매일 수십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시기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이 4~5월 이후 재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우주 교수는 “3월 중순(19일)까지 파악된 재감염 사례가 0.284%인데, 이는 지금보다 유행 규모가 작았던 시기에 감염된 사람들이 90일 이후에 재감염된 수치”라며 “1월 중순 이후 감염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모두 재감염 위험이 있는 만큼, (1월 중순으로부터)90일이 지난 시기에 재감염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의 사례를 보면 방역 완화가 재감염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마스크 착용과 자가격리 의무를 해제하는 등 일찌감치 방역을 완화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까지 영국에서는 총 80만4463건의 재감염 사례가 확인됐으며, 이 중 5만 여명이 조사 발표일 일주일 사이 재감염 판정을 받았다(영국 보건안전국).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세 차례 감염된 사람은 8717명이었으며, 네 차례 감염된 사람도 74명이나 됐다. 가디언은 재감염이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전체 확진자 증가 ▲감염 후 시간 경과에 따른 면역 약화 ▲백신 미접종자 재감염 위험 상승과 함께, 방역 완화로 인한 바이러스 노출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재감염 2만6239명… “재감염자 연령·기저질환 등 조사해야”
앞서 정부는 지난달 말 전체 확진자 1200만3054명 중 재감염 사례를 346명으로 파악했으나,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2020년 1월부터 2022년 3월 19일까지 확진자 924만3907명을 대상으로 재조사를 실시했다.
새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재감염 사례는 2만6239명(0.284%)이며, 이 중 37명은 3차 감염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2차 감염자 중 오미크론 유행(지난해 12월) 전 재감염 발생률(추정)은 0.098%, 오미크론 유행 이후 발생률은 0.296%로 약 3배 증가했다. 재감염으로 인한 위중증 환자는 14명, 사망자는 15명이다.
전문가는 방역 완화 후 재감염 발생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개인 방역 수칙 준수를 강조하는 한편, 재감염자 성별, 연령, 기저질환 등 재감염 관련 구체적인 데이터들을 조사·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우주 교수는 “고령자나 면역저하자의 경우 감염 후 완치되더라도 항체가 잘 생기지 않고, 생기더라도 빨리 줄어들어 재감염 위험이 더 높다”며 “재감염자들이 앓고 있던 기저질환이나 연령, 재감염 후 사망한 사람들의 특징 등을 조사해 잠재적으로 재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재감염 발생과 관련 “오미크론 유행 이후 확진자 규모가 증가해 재감염 추정 사례 증가가 예상되므로, 확진 후 주의사항을 지속 강조하고 재감염 추정사례 발생 현황, 예방접종 영향 및 중증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주기적으로 확진자 전수를 대상으로 재감염 추정 여부를 분석·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주의사항을 적시에 안내하고 지속 강조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