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끝나지 않을 전쟁 ‘트라우마’… 취약계층 지원 절실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전쟁 후 PTSD 환자, 비슷한 날씨·공기에도 아픔
치료 시급한 상황… 국제사회 협력·지원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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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피난민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DB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달여 째 계속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무차별 폭격으로 의료체계마저 붕괴되며 부상자·환자 관리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피해가 커질수록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신체·정신건강에 대한 염려 또한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충격과 피해가 누적될 경우, 전쟁이 끝나더라도 치료·회복에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상자 3455명… “정신적 트라우마·고통 큰 상태”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이후 이날까지 총 3455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1417명, 부상자 2038명이며, 이 중 어린이 사망자·부상자는 각각 121명·171명이다. 전쟁을 피해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등으로 떠난 피난민 숫자도 400만명에 육박한다.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을 뿐 실제 사상자나 피난민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았어도 식량 부족과 의료체계 붕괴에 따른 기저질환 악화, 정신적 충격 등의 피해를 입은 사람까지 합하면 피해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의료 시설 60여 곳이 피해를 입었고, 많은 약국 또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여기에 감염병 관리 또한 불가능해지면서 코로나19를 비롯해 홍역, 결핵 등의 유행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린이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최소 40만명의 아동이 피난길에서 납치·학대는 물론, 추운 날씨 속 저체온증과 같은 질병과 심리적 스트레스에 무방비하게 노출됐다. 폴란드 현지 난민 의료지원에 나선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정철웅 교수는 “여러 날 극도의 긴장감 속에 전쟁터를 빠져나오느라 몸도 힘들고, 무엇보다 정신적 트라우마가 커 보였다”며 “난민 생활이 길어지면서 평소 가진 질환들을 관리하지 못해 고통이 심한 환자들도 많아 의료적 지원이 절실해 보였다”고 전했다.

◇“전쟁 후 PTSD 환자, 비슷한 날씨·공기에도 아픔 호소”
러시아는 현재도 무차별적인 침공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처럼 전쟁 기간이 길어지고 피해 규모가 커질수록 향후 피난민에게 남게 될 ‘후유증’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모두가 확인해온 사실이기도 하다. 전쟁 중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여러 질환들의 발병률이 전쟁 후 늘어날 경우, 이로 인해 사망자가 증가하는 상황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신체 질환만이 문제가 아니다. 당시 충격과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가 수년, 수십년, 길게는 평생 치료되지 않을 위험도 있다. 실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불안·우울장애, 수면장애 등은 전쟁과 같은 재난을 겪은 뒤 여러 신체 질환들 못지않게 적극적이고 빠른 치료·관리가 필요한 질환이기도 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심민영 사업부장은 “군인은 물론, 전쟁 통에서 직·간접적으로 죽음을 가까이 경험한 민간인 역시 심한 트라우마가 생긴다”며 “실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만나보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당시를 떠올리는 장소, 물건은 물론, 날씨, 분위기만 느껴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치료 시급한 상황… “국제사회 협력·지원 절실”
지금의 피해와 앞으로 발생할 후유증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침공을 멈추는 것이 급선무다. 이후에는 빠른 환자 치료·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어린이를 비롯한 취약계층과 충격에 대한 노출·트라우마가 심한 사람일수록 초기에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심민영 사업부장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30% 정도가 자연 회복되고, 70%는 크고 작은 증상을 겪는다”며 “1~2년 내에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만성화돼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을 고려한다면 전쟁이 끝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피해 복구를 위해 국제적 협력·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심민영 사업부장은 “현지 의료진 역시 내상을 입었기 때문에 당장은 트라우마나 정신과적 문제들에 대한 정상적인 치료가 어려울 것”이라며 “전쟁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다른 이들이 자신들(피난민들)을 위해 지원·협력하는 모습만으로도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는 만큼, 향후 국제 사회의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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