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최민정 '굵은 허벅지'… 쇼트트랙에 담긴 체형의 과학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2/11 17:50
튼튼한 하체, 스피드 스케이팅에 불리한 작은 키도 극복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를 보다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 뭔가 모를 기시감이 느껴진다. 똑같이 스케이트를 타고 빙판 위에서 속도를 다투는 경기인데 왜 이렇게 달라 보일까? 바로 선수들의 체형 때문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은 대부분 키가 매우 크고, 건장하다. 반대로 쇼트트랙 선수들은 키가 작고 왜소하다. 이를 보고 경기마다 유리한 체형이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메달리스트 스피드 스케이팅 김민석(23·성남시청)과 쇼트트랙 황대헌(23·강원도청)을 비교해보면, 황대헌이 180cm로 178cm인 김민석보다 2cm 더 크다. 이건 왜 그런 걸까?
◇키·상체 크면 스피드 스케이팅, 작으면 쇼트트랙에 유리해
일반적으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는 키가 크고 근육질일수록, 쇼트트랙 선수는 키와 체구가 작을수록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상대 선수를 견제하거나 몸싸움을 벌일 필요 없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다른 무엇보다도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는 것이 중요해 근육량과 절대 근력이 강해야 한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주로 체구가 큰 서양권 선수들이 순위권에 많은 이유다. 반면, 쇼트트랙은 약 48%가 곡선 구간인 경기장에서 상대 선수를 견제하며 경기해야 한다. 곡선을 돌 때 원의 중심 반대 방향으로 원심력이 작용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선수들은 몸을 안쪽으로 굽히고 몸과 지면이 만드는 각도를 50~30도까지 눕힌다. 키나 덩치가 크면 원심력을 더 강하게 받으며, 순발력을 발휘해 작은 틈을 파고들기 힘들어 불리하다. 강릉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송선홍 교수는 "쇼트트랙은 곡선 구간이 많아 원심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낮아야 하고, 스피드 스케이트는 보폭이 커야 하고 빠르게 강한 힘을 내야 해 키가 크면 유리하다"며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은 팔을 움직이면서 추진력을 받고, 쇼트트랙은 거의 팔을 움직이지 않아 상체 체구에서 특히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하체 근육
체형을 떠나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체 근육이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도종걸 교수는 "스케이트 종목은 단단한 코어 근육을 기반으로 엉덩이에 붙은 대둔근과 하체의 대근육인 대퇴사두근, 햄스트링, 내전근 등을 특히 많이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각 종목 선수들을 관찰해 보면, 모두 건장한 허벅지를 관찰할 수 있다. 근육이 클수록 폭발적인 스피드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이병훈 교수는 "체내 근육은 빠르게 수축하는 속근과 천천히 수축하지만 지구력이 높은 지근으로 나뉘는데, 효과적으로 힘을 내는 속근이 근육 크기가 크다"며 "폭발적으로 힘을 내는 운동과 훈련을 하다 보면 근육에 산소 공급이 잘 안 돼 무산소 대사가 이뤄지면서 속근이 많아져 근육이 커진다"고 말했다. 속근은 미세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지 않아 무산소 대사로 단련된다.
특히 쇼트트랙에서 강인한 허벅지는 필수다. 스피드 스케이팅에 있는 긴 구간 곡선 구간보다 쇼트트랙의 짧은 곡선 구간에서는 약 3배에 달하는 원심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훈련 중인 쇼트트랙 선수 최민정(24·성남시청)의 하체 근육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5일 500m 예선 경기 전 언론사 카메라에 훈련을 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탄탄한 하체 근육이 눈길을 끌었다.
편파 판정 논란이 많은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은 보란 듯이 자기 기량을 뽐냈다.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메달이 나온 적 없는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김민석이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성공했고, 뒤이어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황대헌이 금메달을 따냈다. 선수들의 노력은 말로 하지 않아도 보인다. 두 선수 모두 각 경기에서 유리하다고 알려진 체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