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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의외의 종목 선전… 한국인 운동능력에 어떤 변화가?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약점이었던 신체 조건, 과학적 훈련으로 보완
격투기 종목은 부진… 저변 약화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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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 레이저런 경기에서 전웅태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DB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 색과 관계없이 근대5종, 높이뛰기, 다이빙, 클라이밍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종목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반면, 태권도, 레슬링 등 강점을 보여 온 격투기 종목은 과거에 비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의 신체조건이나 운동능력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기본적인 운동능력·신체조건 변화 외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체력 관리·훈련 문제, 종목별 선수 저변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외 종목서 선전… 신체조건·운동능력 등 기량 진일보한 결과
지난 7일 도쿄 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 출전한 전웅태가 마지막 라운드인 ‘레이저 런(사격·육상 복합 경기)’에서 최종 세 번째로 결승선을 밟았다. 근대5종 5개 경기(펜싱·수영·승마·육상·사격)에서 전웅태가 기록한 점수는 1470점. 대한민국 최초로 근대5종 메달리스트(동메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처럼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독 자주 등장했다. 국내 선수 최초로 올림픽 높이뛰기 종목에서 최종 4위에 오른 우상혁과 다이빙 종목 최초 4위를 기록한 우하람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해외, 특히 서양 국가들의 ‘메달 밭’으로 여겨졌던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번 대회 결과만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이들 종목에 요구되는 운동능력과 신체조건 등 전반적인 기량이 한 단계 발전했음은 틀림없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정웅교 교수(스포츠의학센터장)는 “전반적인 추세로 보긴 어렵지만, 해당 종목에서 특출난 선수들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며 “전보다 국내 선수들의 체격이 커지고 전체적인 기량이 발전하면서 기존에 종목을 독식했던 서양 선수들과 경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적인 저변 확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여전히 부족하지만,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기량을 키우고 또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약점이었던 ‘하드웨어’, 과학적인 훈련으로 보완
국내 선수들은 태생적으로 남미, 아프리카 선수들보다 신장, 체중 등 전체적인 신체조건과 근력, 탄력 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꾸준히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타고난 민첩성과 순발력, 많은 훈련을 통해 쌓은 근지구력, 심폐능력, 정신력 등으로 약점을 커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약점으로 지목돼왔던 체격, 소위 말하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해외선수들 못지않은 조건을 갖춰가고 있다. 정웅교 교수는 “여러 과학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선수들의 운동방법이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신체조건, 경기력 등이 월등히 나아졌다”며 “이전에는 체력, 체격, 골격 자체가 (서양 선수들과)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우리 선수들도 근접하게 따라붙었다”고 말했다.

◇격투기 종목 상대적으로 부진… 저변 약화·코로나19 등 영향
앞서 언급된 종목들과 달리 그동안 올림픽에서의 좋은 기억들이 ‘과거의 영광’이 된 종목들도 있다. 태권도, 레슬링, 유도, 복싱 등 격투기 종목들이 대표적이다. 여전히 결승, 준결승에 진출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과거와 비교하면 성적이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인 선수 저변 약화와 경기방식 변화, 코로나19 여파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격투기 종목의 경우 과거에 비해 국내에서의 인기나 관심이 크게 줄었다. 그만큼 종목에 대한 지원은 물론, 선수들의 숫자도 점차 줄고 있다. 이로 인해 훈련량과 관계없이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은 전보다 조금씩 낮아졌을 수밖에 없다. 그 사이 해외에서는 여러 훈련을 통해 국내 선수들 못지않은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국내 선수들이 전처럼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려워졌다. 국내 선수 저변이 약해지는 동안 기량을 키워온 해외 선수들이 자리를 꿰찬 셈이다.

여기에 전과 달라진 경기방식,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제 대회 경험, 훈련량 부족 등도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정웅교 교수는 “이번 올림픽의 경우 (선수촌)내부에서의 정상적인 훈련이나 식사 등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반성할 부분 모두 확인… 지속적인 지원 이뤄져야”
어찌됐든 도쿄 올림픽은 끝났다. 이번 대회 결과만으로 우리나라가 특정 종목의 새로운 강국이 됐다고 볼 수 없고, 반대로 특정 종목에서 더 이상 우리나라가 강국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가능성과 반성할 부분을 모두 확인했다면 이제는 이를 토대로 다음 대회를 준비할 시기다. 정웅교 교수는 “비인기 종목의 경우 선수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의 신체조건이나 운동능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이번 대회와 같은 성적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며 “새로운 종목에서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계획적이고 일관성 있는 지원을 통해 계속해서 선수들의 기량을 발전시키고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격투기 종목 또한 지원과 투자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흐름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격투기 종목의 경우)이번 대회 결과는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닌 선수 선발과정, 운동 시스템 등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이 누적된 것”라며 “이를 다시 뒤집기에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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