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심장·신장은 '형제 장기'… 동시에 관리해야"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심장서 보내주는 혈액 영양분 있어야 신장 건강 신장은 노폐물 잘 걸러야 심장 부담 줄어 SGLT-2 억제제 신장질환, 심부전 치료제로 등장



심장과 신장은 '형제의 장기'다. 심장이 아프면 신장도 아프고, 신장이 아프면 심장도 아프다. 심장이든 신장이든 망가지면 서로 영향을 주게 된다. 하나의 질환이 생기면 다른 하나가 빨리 생긴다. 최근 의료계에서 심장과 신장의 통합적 치료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장과 신장 질환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치료제도 등장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와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고윤석 교수를 만나 심장과 신장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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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왼쪽)와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고윤석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장과 신장, 왜 영향을 주고 받나?

김성균 : 심장과 신장은 형제 같은 장기다. 심장이 보내주는 혈액의 영양분이 있어야 신장이 살 수 있기 때문. 또 신장이 혈액 속 노폐물을 잘 걸러줘야 심장도 건강하다. 심장과 신장은 서로 도와주면서 상호작용 하고 있다. 실제로 신장질환자를 진료할 때는 심장질환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신장질환자의 사망 원인은 신장이 아니라, 대부분 심장 문제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신장질환이 진행할수록 심장질환 유병률은 증가한다. 만성 신장질환 1기에는 협심증·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유병률이 0.8%지만, 4기가 되면 9.8%로 올라간다. 뇌혈관질환 유병률도 만성신장질환 1기일 때 3.8%에서 4기 8.8%로 증가한다.

고윤석 : 심장병 환자도 신장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심장이 제기능을 못하면 신장에 피를 잘 보내주지 못해 신장이 상하게 된다. 신장에서 노폐물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면 심장에 부담을 준다. 심장은 ‘일’을 더 많이 하게 돼 심장 벽이 두꺼워진다. 신장에서는 레닌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은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혈압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혈압이 올라가면 심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심장-신장 증후군’ 사이클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는 어느 한 고리를 끊어야 호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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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고령화로 인해 신장질환과 심장질환자가 증가한다?

김성균 : 신장과 심장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고령, 비만, 당뇨, 고혈압 등 공유되는 것들이 많다. 인구가 고령화 되고, 생활습관의 변화로 비만, 당뇨, 고혈압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만성 신장질환도 늘어나 전국민의 9%가 앓고 있다. 오래 살다보니 신장질환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만성 신장질환은 다시 각종 심장병과 심장병의 마지막 단계인 ‘심부전’ 환자도 증가시킨다.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기능이 감소해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고윤석 : 3~4년 뒤인 2025~2026년엔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고령인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간다.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질환은 심장·신장질환이다. 암은 5년 이상 생존하면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만, 심장이나 신장질환에는 졸업이 없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진다.

-신장질환과 심부전 모두 당뇨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김성균 :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10%나 된다. 혈당 수치가 높다는 것은 우리 몸 전체가 설탕 독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혈당이 높으면 우리 몸의 단백질 조직이 흐물흐물해진다. 신장 세포들도 고혈당에 오래 노출되면서 죽어간다. 신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노폐물을 거르는 것이다. 신장의 안쪽에 있는 실타래처럼 동그랗게 뭉쳐진 작은 모세혈관 덩어리 ‘사구체’가 빽빽하게 유지돼야 노폐물이 잘 걸러지는데, 고혈당으로 이 조직이 헐거워지면 노폐물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등 피 속 영양소가 다 빠져나간다. 신장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실제 전체 신장질환의 55%는 당뇨가 주 원인이다. 당뇨 환자는 결국 신장질환을 갖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신장 기능이 나빠진다. 투석이나 신장이식까지 해야 하는 신부전 상태가 올 수 있다. 동아시아인들은 당뇨병성 신장질환의 진행이 서구인보다 더 빠르다는 보고가 있다.

고윤석 : 당뇨병이 있으면 혈관이 망가지기 때문에 동맥경화성 질환인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높다. 당뇨병을 앓은지 7~10년이 지나면 환자의30~50% 이상에서 관상동맥질환이 생긴다. 협심증·심근경색증 등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사람은 나중에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심부전 위험이 높다. 당뇨병은 초기에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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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고윤석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당뇨약 SGLT-2 억제제가 신장질환, 심부전 치료제로 등장했다?

김성균 : SGLT-2 억제제는 포도당을 오줌으로 빼내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체내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떨어뜨리므로 처음에 혈당 강하제로 개발했다. 그런데 이 약은 나트륨도 소변으로 배출시킨다. 체내 나트륨이 감소하면서 혈압이 떨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혈압이 감소하면 신장·심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병의 진행을 막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관련 대규모 연구들이 나오면서 신장내과·심장내과 의사들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당뇨병성 신장질환자가 SGLT-2 억제제 ‘포시가’를 복용했더니 투여 3개월째부터 단백뇨가 30%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백뇨가 아예 없어지는 환자도 있었다. 단백뇨는 신장 기능을 대변하는 지표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이 약이 신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뇨병이 없는 신장질환자에게도 SGLT-2 억제제가 신장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확한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안 났지만, 이 약이 신장 사구체 내 압력을 효과적으로 낮춰주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신장질환 치료는 50년간 바뀐 게 없다. 최근 20년 동안 레닌 안지오텐신 시스템을 저해하는 약들만 쓰다가 SGLT-2억제제가 나오면서 신장질환을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무기’를 만나게 된 셈이다. 최신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신장질환 치료를 위해 SGLT-2 억제제 투여를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당뇨병성 신장질환의 1차 치료제로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

고윤석 : 아스피린을 진통제로 만들었는데 항혈소판, 항혈전 효과가 발견된 것처럼 SGLT-2 억제제도 혈당강하제로 나왔지만 써보니 심장·신장에도 좋은 것이 밝혀지고 있다.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신장을 통해 나트륨이 나가면서 심장 부하를 줄여줄 수 있다. 당뇨 조절이 되면서 심장·혈관이 보호되는 효과도 있다. 심부전은 환자 절반이 진단 5년 이내 사망할 정도로 생존율이 낮은 질환이다. 그런데 최근 대규모 연구에서 SGLT-2 억제제 ‘포시가’를 복용했더니 심부전 환자의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10~20년 사이 수명을 늘려주는 심부전 약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 결과는 의미가 크다. 심장내과에서는 심부전 1차 치료제로 SGLT-2 억제제를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혈압을 낮추는 약들을 심부전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미 혈압이 낮은 심부전 환자는 쓸 약이 없었다. 이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에 치료제를 쓰면 효과가 더 좋을까?


김성균 : 신장질환의 경우 이미 당뇨병성 신장질환이 있는 환자 뿐만 아니라 비당뇨병성 신장질환자의 경우도 단백뇨가 감소하거나 없어졌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당뇨병이 있든 없든 가능한 빨리 약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단백뇨를 없애는 약은 거의 없었다. 신장질환이 있다면 빨리 쓰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당뇨병이 없는 신장질환자도 SGLT-2 억제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학회에서 노력하고 있다.

고윤석 : 심부전의 경우는 초기보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이 돼 심박출량이 떨어진 환자에게서 효과가 있다.

-신장·심장 질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성균 : 신장질환은 많이 진행되면 되돌리기 힘들다. 초기에 잘 관리하면 진행되지 않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년에 한번 전국민 소변 검사를 해주고 있다. 소변 검사만으로도 신장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소변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됐으면 가까운 신장내과에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장 건강을 위해서는 저염식,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고윤석 : 모든 질병은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저염식, 운동 등을 실천하자. 수십 년간 해왔던 생활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꾼다고 과도하게 욕심내지 말아야 한다. 하나씩 천천히 바꿔야 한다. 심장질환자들은 신장도 같이 나빠질 것이라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관상동맥질환으로 스텐트를 넣으면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심장이 안좋으면 신장도 상하므로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은 꼭 신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