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말기 신부전 고통 줄일 수 있게… 혈액투석 환자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 도입 검토해야

이형석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

[전문의 칼럼] 흔한 투석혈관 협착… 시술·수술로 치료 기존 치료법 개선한 약물 코팅 카테터 효과 좋고 재발 적어 글로벌 임상 확인 국내 적응증 확대와 급여 적용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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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


최근 대한신장학회 발표에 따르면 신대체요법을 시작하는 국내 말기 신부전 환자 중 혈액투석 치료 환자가 80%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구대비 혈액투석 환자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나라에 속한다.

혈액투석은 투석도관이나 투석혈관을 이용해 시행하며, 주 3회 유지혈액투석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동정맥루나 인조혈관으로 조성한 투석혈관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 문제는 혈액투석을 위해 연간 300회 이상 바늘 천자를 하다 보니, 투석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협착'과 '혈전증'은 적절한 혈액투석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환자 건강에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혈액투석 치료에 대한 부담에 투석혈관으로 인한 고통이 가중될 경우, 환자는 투석생활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심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게 된다. 그만큼 투석혈관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관리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의료계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투석혈관 장기 개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이어왔다.

새로운 기술로 개발된 스텐트와 풍선카테터는 오랜 연구의 결과물이다. 최근 개정된 미국신장재단 투석혈관 치료지침에서도 새로운 스텐트에 대한 권고 사항이 추가됐다. 다만, 풍선카테터의 경우 동정맥루 치료를 위한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IN. PACT AV DCB)'의 24개월 장기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 전에 치료지침이 출판되면서 현 지침에 반영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풍선카테터를 이용한 경피적 혈관성형술(PTA)은 투석혈관의 가장 흔한 합병증인 협착에 일차적으로 선택되는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협착이 자주 재발하는 일부 환자의 경우, 반복적으로 경피적 혈관성형술이 필요하거나 외과적 수술을 통한 교정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경피적 혈관성형술에 비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하지만, 침습적이고 수술 부위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해 모든 환자에게 시행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풍선카테터를 이용한 혈관성형술은 덜 침습적이고 시술 후 바로 투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오히려 반복적인 시술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치료에 제한점이 있다.

최근에는 기존 풍선카테터의 이 같은 한계를 개선하고 투석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시점을 늦춰주는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가 개발됐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임상 연구에 따르면, 24개월 시점까지 1차 개통률이 일반 풍선카테터보다 높았고 재개통 시술의 필요성은 더 낮았다. 이는 잦은 협착 재발 때문에 반복적으로 경피적 혈관성형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에서 수술적 방법을 선택할 수 없을 경우,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를 사용해 재시술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우수한 효과가 2년 이상 장기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된다.

아쉽게도 현재 국내에서는 가격, 안전성 등으로 인해 투석혈관에 대한 적응증이 없다. 이로 인해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를 투석혈관 치료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된 장기적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반영해, 이미 약물 코팅 풍선카테터를 혈액투석 환자의 투석혈관 협착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임상적 근거가 확보된 치료 옵션이라면 환자들이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급여권 내 포함을 전제로 검토하고 구체적인 적응증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동시에 의료비 증가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요구된다. 새로운 기술의 접목과 기구의 도입은 늘 기존보다 비싸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혈액투석 환자에게 시행되는 재개통 시술의 빈도와 병원 방문 횟수를 낮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