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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통화 활용… 응급 환자 살리는 119 ‘다매체 신고’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신고 방식 다양… 취약 계층 위해 영상·앱 등 다양하게 적용

사례1
충남 지역에 거주 중인 러시아인 A씨는 지난 1월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상으로 인해 119 신고를 하게 됐다. 당시 신고 접수를 받은 상황실 내에는 러시아어가 가능한 인력이 없었고, 충남소방본부는 곧바로 통역봉사자에게 전화를 걸어 3자 동시통역을 실시했다. 통역봉사자를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한 소방본부는 즉시 해당 장소로 구급차를 출동시켰으며, 환자는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돼 치료받을 수 있었다.

사례2
지난 3월 경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 조기 축구를 하던 6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을 토대로 환자에게 심정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상황실은 구급차를 출동시키는 동시에, 신고자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했다. 확인 결과 환자는 심정지 초기 상태였고, 상황실 요원은 신고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신고자는 요원의 신호와 구령에 맞춰 환자에게 가슴압박을 실시했으며, 환자는 약 4분의 심폐소생술을 통해 의식과 호흡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출동한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119구조 또는 구조 요청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만큼 사고는 항상 예기치 못한 장소, 상황에서 일어나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신고 방식이 계속해서 다양화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러 방법으로 신고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여러 상황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고, 구조될 수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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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매체 신고를 활용할 경우 음성 통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신고가 가능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역·영상통화 활용… 외국인·청각장애인도 직접 구조 요청

앞서 소개된 두 사례는 각 지역 소방본부의 ‘119통역 서비스’와 ‘다매체 신고’의 한 종류인 영상통화 신고·지도가 적절하게 이뤄진 결과다.

다매체 신고란 음성통화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환자, 또는 장애인·외국인 등과 같이 음성 신고가 어려운 이들에게 정보통신(ICT)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고방식을 제공하는 ‘보충적 119신고 접수 시스템’이다. 문자나 영상통화, 애플리케이션 등 기존 음성전화 신고 외에 대부분 신고 방식이 다매체 신고에 포함된다. 문자 신고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119상황실에 신고 내용을 입력·전송하는 방식으로, 사진·영상도 전송이 가능하다. 영상통화 신고의 경우 119를 입력한 뒤 영상통화 버튼을 누르면 상황실 요원과 대면한 상태에서 소통할 수 있다. 영상과 음성이 함께 전달되다보니 환자 상태뿐 아니라 주변 지형, 지물, 소화 장비 등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되며, 상황실 판단에 따라서는 119에서 신고자에게 영상통화를 걸 수도 있다. 애플리케이션 신고는 ‘119신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활용하는 것으로, 애플리케이션 내 신고 서비스를 이용하면 GPS 위치정보가 상황실로 전송돼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조난사고 등으로 인해 신고자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더욱 유용하게 쓰인다.

영상통화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신고 통역 서비스 역시 넓은 의미에서 다매체 신고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119통역 서비스는 음성 전화 신고가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3자 통역을 제공함으로써 출동 속도를 높이고 더 많은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도록 도입된 시스템이다. 충남, 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언어·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수어 통역 서비스 또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변 보호자·지인 또는 문자 메시지 신고에 의존해야 했던 언어·청각장애인도 전문 수어 통역사, 상황요원에게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환자의 신고 내용뿐 아니라 환자와 현장 상황 파악을 위한 상황 요원의 질문 또한 수어로 신고자에게 전달돼, 환자와 요원이 서로 묻고 답하며 정확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소방청 정보통신과 이경우 소방위는 “다매체 신고란 기존 음성 신고 외에 여러 매체를 이용한 신고 방식”이라며 “전통 재래시장 Iot(사물인터넷) 화재감지기를 통한 자동 신고 또한 다매체 신고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해 이송 절반 응급·준응급… “다양한 신고 방식 필요한 이유”

빠른 신고와 대처는 환자의 치료 결과와 생명을 좌우한다. 신고방법이 다양해지는 이유 역시 분명하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함이다.


특히 119 신고가 대부분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양한 신고 방식을 이용한 빠른 신고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소방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송인원 162만1775명 중 26.7%(43만3318명)가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 상 ‘응급’으로 분류됐다. 응급에는 ▲흉통·의식장애·호흡곤란·호흡정지·심계항진·심정지·마비에 해당하는 경우 ▲심각한 기전에 의한 중증외상환자인 경우 ▲수분 이내에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고 구급대원이 판단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응급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수 시간 이내 처치가 필요한 ‘준응급’이 31%(50만3470명)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이송 환자 중 절반 이상이 한시가 시급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소방청 대변인실 강원식 소방위는 “많은 구조 요청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서 이뤄지며, 이는 신고 취약계층도 마찬가지”라며 “다매체 신고를 적극적으로 도입·시행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이유다”고 설명했다.

◇다매체 신고 건수 10만건 늘었지만… 여전히 모르는 사람 많아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다매체 신고 건수는 81만9971건으로 지난해(70만847건)보다 10만건 이상 증가했다. 다자 간 영상통화 기능을 개발하고 신고 가능 기기를 다양화하는 등 정보통신 기술 발전과 함께 신고 시스템 또한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이처럼 이용 건수가 늘고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아직까지 활용은 둘째 치고 이 같은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소방청과 각 지역 소방본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는 있지만, 전화 통화 신고에 대한 익숙함과 새로운 신고 방식에 대한 낮은 관심 등으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긴급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때 대비가 돼있지 않다면 당황한 채 흘려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다매체 신고는 외국인이나 언어·청각 장애인이 아닌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스템으로, 사고로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 공연장, 공사현장 등 주변 소음으로 인해 음성 신고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이경우 소방위는 “언론보도나 홍보책자·영상 등을 통해 다매체 신고 사례가 전해지면서 전보다 관심이 늘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신고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방청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 연구와 함께 홍보 방법을 검토·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서는 영상통화 또한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안전을 위해 보다 많은 신고 방식을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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