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게임체인저라는데… ‘팍스로비드’ 사용제한 많아 그림의 떡?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12/29 16:51
기저질환·상호작용 약물 복용해도 조정 후 투약 가능
오미크론 확산할수록 팍스로비드 활용도 상승 전망
팍스로비드는 정말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약인 걸까? 전문가와 함께 두 치료제의 차이를 정확히 알아보자.
◇원리부터 복용법까지 다른 '팍스로비드' vs '렉키로나주'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렉키로나주는 대상 환자군은 고위험 경증 및 중등증 환자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약이다.
두 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형이다. 팍스로비드는 경구용이고, 렉키로나주는 주사제이다. 제형이 다르다 보니 투약방법도 차이가 있다. 경구용인 팍스로비드는 1일 2회(12시간마다), '니르마트렐비르' 300mg(150mg 2정)과 '리토나비르' 100mg(100mg 1정)를 함께 복용(총 3정)해야 한다. 중간에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반드시 5일 동안 복용해야 한다.
반면, 렉키로나는 1회만 투약해도 되지만, 병원에 가서 60분간 정맥주사로 투여를 해야 한다. 정맥주사라 자가주사가 불가능하고, 의료진이 있는 곳에서만 투약이 가능하다.
두 약은 성분도 완전히 다르다. 팍스로비드는 기존에 HIV 치료제로 사용해 온 '리토나비르'에 '니르마트렐비르'라는 새로운 성분이 더해진 복합제이다. 렉키로나주는 '레그단비맙'이라는 단일성분의 신약이다. 코로나 완치자 혈액에 존재하는 중화 항체를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생산한 단클론항체치료제라서 흔히 '항체치료제'라고 부른다.
성분이 다르다 보니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약물과 사용 제한 환자의 차이가 크다. 간이나 신장에서 대사·배출되지 않는 레그단비맙의 특성상, 렉키로나주는 특별히 상호 작용이 있는 약물이 없다. 그러나 팍스로비드는 중증 간·신장 장애 환자에게 투약이 권장되지 않으며, 약물 상호 작용을 주의해야 하는 약물의 범위도 넓다.
팍스로비드는 진통제(페티딘, 피록시캄, 프로폭시펜), 항협심증제(라놀라진), 항부정맥제(드로네다), 항통풍제(콜히친), 항정신병제(루라시돈, 피모자이드, 클로자핀), 고지혈증 치료제(로바스타틴, 심바스타틴), 폐동맥 고혈압(PAH) 치료제(실데나필), 진정제·수면제(트리아졸람, 경구 미다졸람) 등과 함께 사용할 수 없다.
일부 약은 사용을 중단해도, 바로 팍스로비드를 사용할 수 없다. 전립선암 치료제인 아팔루타미드, 항경련제(카바마제핀, 페노바르비탈, 페니토인), 결핵치료제(리팜핀)가 대표적이다. 생약성분인 세인트 존스 워트는 여성갱년기 건강기능식품 원료임에도 중단 후 바로 팍스로비드 사용은 불가능하다.
유독 팍스로비드의 약물 상호작용이 많은 이유는 팍스로비드의 성분 중 하나인 '리토나비르' 때문이다. 대구가톨릭 약학대학 최준석 교수(대한약학회 홍보위원장)는 "팍스로비드의 약물 상호 작용 위험이 있는 약은 CYP3A 계열인데, 이 계열의 약은 간에서 대사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팍스로비드 성분인 리토나비르도 간에서 대사하는 성분이라 함께 사용하면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팍스로비드는 그림의 떡? 약물 조정하면 사용 가능
약물 상호 작용으로 인한 금기사항만 보면, 팍스로비드는 사용할 수 있는 환자가 거의 없어 보인다. 팍스로비드는 나이, 기저질환 등으로 인해 중증화 가능성이 큰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이나, 기저질환이 있으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해 보인다. 팍스로비드는 ‘그림의 떡’ 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가 소수를 위한 제한 많은 약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병용 금기 약물 등으로 명시된 약을 사용중이라도 약물 조절을 통해 충분히 팍스로비드를 사용할 수 있단 것이다. 약이 있는데도 쓰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팍스로비드와 상호 작용하는 약물이 많긴 하지만, 기존 약제 변경 등을 통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단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살펴 팍스로비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처방이 이루어질 것이고, 처방단계에서는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해 기존 복용약물을 확인 · 조정하면서 팍스로비드 처방이 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처방을 받더라도, 약물 상호작용이 많아 부작용 발생위험이 클 것이란 일각의 우려는 불필요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팍스로비드의 리토나비르는 HIV 치료제로 오랫동안 사용한 약으로, 의사들의 처방경험도 풍부하다. 약물 상호 작용 등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리토나비르를 복용 중인 HIV 환자들은 약물 조정을 통해 상호 작용이 우려된다는 약물들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팍스로비드는 5일이라는 단기간에 사용하는 약이라 내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작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