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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아이들이 이중 언어를 배웠을 때 소통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아이들이 이중 언어를 배웠을 때 소통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SD는 아동기부터 사회 기술, 언어, 의사소통의 발달 등이 느리거나 손상된 발달 장애의 일종으로, 특정 관심사나 활동 등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사회적 관계 형성이나 의사소통을 어려워하는 특징을 보인다. 지금까지는 언어 습득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자폐 아동에게는 한 가지 언어만 가르쳐야 한다고 권장됐다. 이번에 이런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 그리스 테살리 대학,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공동 연구팀은 이중 언어 사용이 자폐 아동의 의사소통 능력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기 위해 6~15세 자폐 아동 103명을 추적 분석했다. 이 중 43명이 이중 언어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공감 등과 같은 정신 이론을 확인하는 비언어적 거짓 믿음(FB) 과제를 실시했다. 또 언어 능력, 규칙과 관습을 이해하고 인식한 바를 설명하는 초언어적 인식 기술, 집중력 등 실행 기능도 측정했다.

그 결과,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자폐 아동에 비해 이중 언어를 배운 자폐 아동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 평가와 집중력 등 인지 실행력 평가 모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감 능력 평가에서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자폐 아동은 평균 76점으로 평균 57점을 받은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자폐 아동보다 월등히 높았다. 인지 실행력도 2배 정도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살리대 의대 엘레니 페리스테리(Eleni Peristeri) 교수는 “이중 언어는 아이에게 상대방이 그리스어를 사용하는지 알바니아어를 사용하는지 등 다른 사람의 지식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며 “인식 후에는 해당하는 언어에 집중하도록 해 실행력까지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제네바대 언어학과 스테파니 두레만(Stéphanie Durrleman) 교수는 “자폐 아동의 공통점은 상대방 입장에 초점을 맞추는 걸 어려워한다는 것”라며 “이번 연구 결과로 이중 언어 사용이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게 한다는 데서 분명하게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고 말했다.

사회 경제적 수준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어 실험 참가자의 배경을 분석해본 결과,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자폐 아동이 단일 언어를 구사하는 자폐 아동보다 낮은 사회 경제적 환경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 경제적 수준과 무관하게 이중 언어 사용이 자폐 아동의 소통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자폐증 연구 협회 공식 저널 ‘Autism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