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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안 했어도 산업재해… '스트레스' 인정 기준은?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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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업무량과 극심한 스트레스는 심뇌혈관질환 유병률을 높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은 2019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50대 남성 A씨를 산업재해 사망으로 인정했다. 이는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A씨는 사망 당시 주당 약 40시간 내외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고용노동부가 고시하고 있는 과로 기준인 주당 52시간보다 적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 10개월 전부터 방대한 업무량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음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는 산업재해 판정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 걸까.

◇업무상 질병, 사고와 달리 발병 원인 밝히기 어려워
산업재해란 업무나 직장 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말한다. 흔히 '직업병(업무상 질병)'도 기준에 적합할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는 "업무상 질병은 소음성난청, 진폐증, 심뇌혈관질환(뇌졸중·심근경색 등), 정신질환(적응장애·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근골격계질환(회전근개손상, 추간판탈출증 등), 직업성 암(폐암, 조혈기계암 등), 각종 중독 등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업무상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본인이나 외래의를 통해 업무상 질병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직업환경의학과를 찾아 산업재해 신청을 위한 소견서를 받는다. 이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 산업재해 승인 혹은 불승인 결과를 듣게 된다. 승인되면 산재보험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때에 따라 치료비, 위로금, 보상금, 연금 등이 지급된다. 만약 불복한다면 이의신청도 가능하며, 행정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간단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신청에서 승인까지는 최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판결이 소송을 통해 번복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도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강모열 교수는 "업무상 사고와 달리, 업무상 질병은 업무로 인해 생겼다는 걸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만들어 임상과 전문의,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노무사, 변호사가 함께 논의해 업무 관련성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야근 안 했어도… "극심한 스트레스는 산업재해 인정"
특히 눈에 보이지 않고, 증거도 남지 않는 '스트레스'는 직접적으로 업무상 질병에 기인했다고 판단하기가 더욱 어렵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만, 특히 심장과 뇌에 치명적이다. 법률에서는 심뇌혈관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따로 명시해 뒀다. 강모열 교수는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이거나 "업무상 책임과 부담이 과도한 경우일 때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인정해 업무상 재해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고시를 살펴보면 업무의 양과 시간도 고려사항이다. 발병 전 12주 동안 ▲평균 1주 업무의 양이 30% 이상 증가했거나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 이상이거나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면서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는 경우다. 그러나 이는 참고용 기준일뿐, 재판부는 이 기준이 구속력을 갖기는 어려운 것으로 봤다. 지난 10일 A씨의 행정소송 판결에서 재판부는 "A씨의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가 정한 업무상 질병 여부 결정 기준에 못 미치지만, A씨의 업무는 양이나 범위가 방대했기 때문에 A씨에게 상당한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강모열 교수는 "업무 부담은 크지만, 업무에 대한 자기 재량이 적으면 업무상 긴장감과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진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지지적인 직장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동료와 상사로부터의 지지가 있으면 업무 스트레스에 관해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강 교수는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이나 장애는 매우 다양하다"며 "특히 수면장애로 이어지는 등 삶의 질이 악화될 정도라면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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