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못하는 '폐동맥 판막', 가슴 안 열고 혈관 통해 교체한다

유대형 헬스조선 기자

선천적 심장질환 관리법 역류 방치하면 오른쪽 심장 점점 망가져 심부전·부정맥뿐 아니라 돌연사까지 부담 줄인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 위험도·합병증 적고 일상 복귀 빨라 심장 초음파·MRI 등 정기적 관찰 필수

▲ 선천적 심장질환자는 주기적으로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으며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사진은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최재영 교수가 폐동맥판막 치환술을 설명하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날 때부터 심장에 문제가 있는 '선척적 심장질환' 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신생아 100명 중 1명은 선천적 심장질환을 앓는 채 태어나는데, 대부분 심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거나,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전달하는 폐동맥 판막에 문제가 있는 '우심실유출로 질환(RVOT)'이 나타난다.

◇반복적인 치료 필요한 '선천적 심장질환'

선천적 심장질환이 있으면 전신에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심부전, 부정맥, 운동할 때 숨이 차거나 활동력이 떨어지는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선천적 심장질환은 현재까지 특별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임신 중 음주, 흡연 등이 기형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주요 원인으로 보지는 않는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최재영 교수는 "일부 유전자 이상, 가족력이 관계있는 경우가 있지만 고혈압, 당뇨병을 유전적 질환이 아닌 것처럼, 선천적 심장질환도 유전적 질환이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선천적 심장질환 중 폐동맥 판막에 문제가 있는 경우, 과거에는 좁은 곳을 넓히고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수술이 표준 치료법이었다. 이때는 가슴을 열어야 해 위험 부담이 크고 삶의 질이 떨어졌다. 문제는 선천적 심장질환은 한 번의 치료로는 완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폐동맥에 넣은 인공 판막을 교체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가슴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재영 교수는 "환자가 자라면서 수술한 부위가 다시 좁아지거나, 판막 기능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 판막에서 역류가 발생해 우심실이 점점 더 망가지게 된다"며 "이로 인해 돌연사하거나 심부전, 부정맥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수술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있었고, 심장 수술 자체 위험성이 컸기 때문에 수술을 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와 의료 발전에 따라 심장 수술 위험도가 낮아지면서 수술하는 편이 기대 수명을 늘리고, 합병증을 막으며, 심장 손상을 막는 데 좋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최 교수는 "하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폐동맥 판막 기능 이상을 방치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필요하면 폐동맥 판막 삽입술을 하는 등 미국심장학회, 유럽심장학회 등에서 최근 치료 지침이 확립된 상태다"고 말했다.

◇가슴 열지 않는 경피적 시술, 수술 부담 줄여

이를 고려해 혈관으로 시술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2000년에 최초로 경피적(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으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폐동맥판막 치환술'을 시작했다.

최재영 교수는 "시술에 대한 위험도, 고통, 합병증이 적고, 입원 기간도 수술보다 짧아 일상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개흉 수술을 반복한 환자일수록 때 위험도가 커지는데, 이때 경피적 시술로 수술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최재영 교수는 "수술과 시술은 보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많은 경우에는 시술이 수술을 대체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반복적인 개심술을 줄여 삶의 질을 향상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천적 심장질환에 쓰이는 판막에는 금속 판막과 조직 판막이 있다. 금속 판막은 한 번 삽입할 경우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혈전 발생, 조직 침착, 석회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재영 교수는 "혈전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항응고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소의 판막을 활용한 생체조직을 사용한다. 조직 판막의 경우, 판막 수명이 10년 정도이므로 환자들은 10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만일 대비해 초음파 검사 등 정기 관찰 필요

선천적 심장질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으며, 이를 통해 혈류역학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 MRI 검사를 통해 심장 기능이 얼마나 저하됐는지, 우심실이 얼마나 부었는지, 얼마나 좁아졌는지 등을 상세히 파악해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치료 시기를 늦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 관리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회복이 어려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최재영 교수는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이후에 치료해도 효과가 크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심실 기능을 상실하거나, 오른쪽 심장이 굳어지거나, 삼첨판이 망가지기 전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을 받는 대다수 환자의 경우 관리를 잘하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시술하고 1주 정도면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이후에는 아스피린과 같은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최재영 교수는 "인공판막 시술 후에는 염증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감염성 심내막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기능적으로 판막 기능이 나빠질 수 있어, 부정맥이 있거나 숨이 차는 것과 같은 증상이 느껴진다면 의료진과 상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