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온라인 수업’과 ‘게임의 유혹’ 사이… ‘현명한 제약’ 필요할 때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4/13 16:27
청소년들의 PCㆍ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학 연기 등으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강에 따라 동영상 수업을 듣기 위해 스마트기기를 손에 들고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의 '게임사용장애(게임중독)'를 우려하는 부모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게임사용장애는 부모의 관심과 지도로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청소년 1000명 중 8명은 게임사용장애
PC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유혹도 커지면서 게임 사용 시간도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밖에 나가 놀지 못하니, 친구들 간의 친목 활동도 온라인 게임 상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PC나 스마트폰 시간과 상관없이, 게임 사용이 가장 많은 것은 청소년층이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의 게임사용률은 90.8%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게임사용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게임 사용 시간이 많다고 무조건 게임 중독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뇌에 보상체계와 관련된 뇌 부위(전전두피질, 복측선조체 등)의 기능적 연결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게임 중독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 인터넷사용자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1000명 중 8명이 게임사용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게임사용장애로 진단하는 것도 아니다. 게임사용장애는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며, 이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는, 게임 행위의 패턴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에 대한 통제력 상실 ▲다른 취미나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최우선시 ▲개인·가족·교육·직업 등에 부정적 결과가 생겨도 게임 지속 등 3가지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때 게임사용장애를 진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질병코드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부모의 지도로 '자기조절능력' 기르도록 유도해야
게임사용장애는 그 자체보다, 우울증·불안장애·적응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어 위험하다. 그밖에 장시간 게임을 하느라 근골격계 이상, 시력기능 이상, 안구건조증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게임사용장애는 다른 물질 중독과 마찬가지로 뇌 도파민 회로의 기능을 망가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팀이 물질 중독자의 뇌와 게임 중독자의 뇌를 비교한 결과, 오른쪽 안와 전두엽, 측좌핵, 전대상회, 우측배외전두엽 등 거의 비슷한 부분이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규만 교수는 "게임 중독으로 생긴 뇌 변화는 중독으로부터 회복하면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며 "물질 중독처럼 뇌를 '비가역적'으로 바꾸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게임사용장애는 부모의 관심과 지도로 예방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게임 사용 시간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지키도록 유도하면서 자기조절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한규만 교수는 "절제된 시간 동안만 게임을 사용하도록 부모가 도와야 한다"며 "운동, 친구 만나기 등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게임사용장애 예방을 위해 다음 6가지 수칙을 지킬 것을 권고한다. ▲2세 이전에는 PC·스마트폰 사용 금지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는 하루 1시간 이하로 사용 ▲중독 방지 어플리케이션 설치 ▲부모가 자녀의 사용 시간 정해주기 ▲수면 시간대에는 사용하지 않기 ▲스마트폰 보관함 활용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