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혈액 검사로 난소 기능 체크… 난자·배아 보관 빠를수록 임신율 높아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1/08 10:16
난임 치료
임신 계획 있으면 난소·자궁질환 검사
난자 10년·배아 5년까지 보관 가능해
스트레스 관리 등 심리 치료도 중요
15년 이상 난임 환자를 봐 온 분당차병원 권황 난임센터장의 말이다. 국내 난임 인구는 20만명 이상이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17년 기준). 전문가들은 경제·사회적 문제로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고, 초혼(初婚)연령이 2018년 기준 남자 33세, 여자 30세로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난임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40대 환자가 30%… 난소 기능 저하"
과거에는 20~30대 난임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30~40대 난임 환자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17년 기준 20대 난임 환자는 14.3%에 불과하며, 30~40대가 나머지 85.7%를 차지한다. 권황 난임센터장은 "내원하는 환자만 보면 10명 중 3명은 40대"라며 "환자 나이가 많아지는 건 사회 구조상 어쩔 수 없으나, 나이가 들수록 난소가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난소 건강은 크게 난소 기능과 난소 나이로 판단한다. 권 센터장은 "혈액을 통해 'AMH(Anti-mullerian hormone, 항뮬러관호르몬)' 농도 측정으로 난소 기능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AMH 은 난소 기능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수치가 1.1ng/㎖ 이하면 기능이 저하됐다고 판단한다. 그 외에 FSH, LH 같은 수치로도 기능을 알 수 있다. 난소 나이는 말 그대로 신체 나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난소 기능과 상관없이 난소도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권 센터장은 "AMH 수치가 똑같은 20대와 40대 난임 환자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난소 나이가 더 많은 40대가 더 난임으로 고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인과 질환 함께 살펴야
조기폐경 수준으로 난소 기능이 나빠지지 않는 한, 난소 기능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때문에 결혼 유무와 별개로 임신 계획이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의 난소 기능을 검사해보는 게 좋다. 이때 초음파 등으로 부인과 질환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등 난임 원인이 될 수 있는 각종 부인과 질환 환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2014년 35만9328명에서 2018년 48만2087명으로 34.2% 증가했다. 권황 센터장은 "미래에 임신 계획이 있다면 무작정 자궁질환을 치료하면 안 된다"며 "가임력을 보존하면서 치료도 함께 해야하는데, 개인에 따라 질병 치료와 임신 시도 중 어떤 것을 먼저 할지에 따라 임신 성공률이 달라질 수 있어 난임을 전문적으로 보는 의료진의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자·배아 동결 보관 고려를"
이미 난소 건강이 불량한 상태라면 난자나 배아를 하루라도 빨리 동결 보관하는 게 최선이다. 권황 센터장은 "어제, 오늘, 내일 사이 난자 건강이 갑자기 달라지기도 하며,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의 난자가 임신에 유리한 게 사실"며 "보통 미혼이면 난자를, 기혼이면 배아를 동결 보관하며 난자는 10년 이상, 배아는 5년간 보관 가능하다"고 말했다. 차병원그룹은 자체 개발한 난자 유리화 동결법 기술을 이용해 미국·호주 등 7개국에 63개 종합병원·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모두 합치면 1시간에 1명 꼴로 아기가 태어난다.
권황 센터장은 '직접적인 가임력 보존이나 임신 뿐 아니라 환자 마음 치료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난임 부부의 72%는 우울함을 겪는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로 스트레스 문제가 심하다. 난임 환자의 우울함이나 스트레스는 과거 의료진이 신경쓰지 않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최근 난임 환자에게 심리 치료를 병행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많이 내고 있고, 국내서도 따르는 추세다.
권 센터장은 "우울함과 스트레스는 양질의 수면을 방해하는데, 수면의 질은 난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차병원에서는 산부인과 뿐 아니라 수면센터 의료진 등이 함께 환자를 보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난임 환자의 궁극적인 임신 성공을 돕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