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질환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 폐경 10년 이내 하면 부작용 걱정 없어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09/06 09:07
최근 연구서 '유방암 위험 되레 낮아졌다'고 밝혀져
과거 '유방암 유발 연구' 때문에 받는 사람 8% 불과
여성호르몬 보충하면 골절·인지기능 저하 등 줄어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 8%만 받아
한국 여성은 평균 49세에 폐경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여성호르몬 불균형으로 ▲골다공증 골절 ▲안면홍조·발한 등 혈관운동증상 ▲질위축 등 비뇨생식기증상 등이 나타나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된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는 "증상의 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며, 꽤 오랫동안 고통받는 사람도 있다"며 "폐경 후 증상은 평균 7.4년 지속되는데, 심하면 80대까지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60~70대 폐경 인구의 20~30%, 80대 이상은 5%가 폐경 후 증상을 겪는다.
폐경 후 증상은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로 완화된다. 그러나 호르몬 요법을 받는 사람은 약 8%에 불과하다(대한폐경학회). 호르몬 요법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유방암 발생에 대한 우려다. 2002년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서,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을 받으면 유방암 위험이 높다고 나오면서 공포심이 커졌다. 하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관련된 후속 연구 내용은 달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신정호 교수는 "후속 연구에서는 폐경된 지 10년 이내에 호르몬 요법을 하면 사망률이 24% 줄었으며 유방암 위험도 오히려 낮아지거나 큰 차이가 없다고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 NIH 연구는 폐경된 지 5~20년이 지난 여성을 대상으로 호르몬 보충 요법을 시작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이 폐경 여성의 유방암 발생을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김의혁 교수진은 폐경 진단을 받은 50세 이상 여성 35만6160명을 대상으로 여성 호르몬 보충 요법과 유방암 상관관계를 살폈다. 그 결과 호르몬 보충 요법을 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유방암 발생 확률이 약 11% 낮았다. 김의혁 교수는 "폐경 초기인 50대 여성에게 사용했을 때 유방암 위험이 가장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10년 내 사용해야 이득 볼 수 있어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은 유방암 위험을 낮출 뿐 아니라, 여성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골소실을 예방해 골다공증 관련 골절을 감소시킨다.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감소의 정도가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은 가능한 빨리 해야 좋다. 대한의사협회지에 실린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60세 이하이거나 폐경된지 10년 이내의 갱년기 증상이 있는 환자가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을 시작할 때 최대한의 효과와 안전성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신정호 교수는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은 동맥경화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나이가 들면 대부분 동맥경화가 조금씩 있어, 가능한 60세 이하일 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유방암·자궁내막암 병력이 있는 사람은 치료 대상에서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