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막힌 심장 혈관 뚫었어도… LDL 관리 소홀하면 또 쓰러진다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8/14 06:14
스텐트 시술 후 관리 중요
막힌 심장 혈관을 뚫는 심장 중재 시술이 보편화됐다. '스텐트 시술'로 대표되는 이 시술을 받은 사람 중에는 백씨처럼 심장 혈관이 다시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4명 중 1명이 4년 안에 재발을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보건경제학회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급성 관상동맥질환의 총 발생건수는 13만4000건이었다. 같은 해 재발건수는 3만5770건이었다. 산술적으로 26.7%가 재발하는 셈이다. 사망률도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1년 발표한 자료에서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의 8.3%가 1년 안에 심근경색이 재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꼴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도 전체 재발률 및 사망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4명 중 1명은 재발… 환자 절반 이상은 "재발 위험 몰라"
재발이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는 '시술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우선, 한국의 심장 중재 시술 실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실제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지난해 기준 OECD 평균이 인구 10만명당 112명이지만, 한국은 38명에 그친다. 위험한 환자 대부분이 심장 중재 시술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국 주요병원의 시술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1980~90년대 스텐트 시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시술 부위 재협착에 의한 재발이 20~30%로 높았지만, 이후로 기술이 발전해 스텐트 자체로 인한 재발률은 현재 3%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재발 여부,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결정
심장 중재 시술은 병의 완치가 아니다. 막히거나 좁아진 곳만 뚫어 당장의 위기를 넘기는 시술이다. 이미 혈관이 좁아진 상태라면, 시술로 뚫은 곳 외에도 다른 부위가 언제든지 막힐 수 있다. 재발을 막으려면 단기적으로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약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콜레스테롤, 그중에서도 LDL콜레스테롤을 관리해야 한다. 김효수 교수는 "LDL콜레스테롤은 심혈관질환의 재발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라며 "낮게 유지할수록 혈관이 다시 막힐 위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려면 짜고 기름진 식단을 피하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등의 생활습관이 기본이다. 다만, 시술을 받은 사람은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LDL콜레스테롤은 간에서 70%가 생성되고, 나머지 30%만 식사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건강한 생활습관만으로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시술 받은 초고위험군은 약 복용 필수
이런 이유로 시술을 받았다면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약을 적절하게 복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한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요한 환자 중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는 61.2%에 그친다.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환자는 33.7%다. 같은 만성질환인 고혈압·당뇨병보다 훨씬 낮다. 고혈압의 경우 약 복용 비율이 92.1%, 치료 지속률이 64.3%다. 당뇨병은 각각 76.1%, 54.8%다.
대한지질동맥경화학회는 심장 중재 시술을 받은 환자를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LDL콜레스테롤을 70㎎/㎗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정상 범위인 130㎎/㎗ 미만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