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의사인 줄 알았는데…", 초음파검사, 非의사가 하기도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02/13 15:28
지난 1월, 청주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사 대신 간호사가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다 보건 당국에 적발됐다. 해당 병원에서는 의사가 해야 하는 초음파 검사나 뇌 혈류 초음파 검사를 간호사가 대신 시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실제로 의사가 아닌 간호사나 방사선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는 병원은 비단 청주의 종합병원 뿐만이 아니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당연히 의사가 검사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며 “여러 검사실에서 방사선사들이 동시에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고, 의사는 방에 앉아서 여러 개의 초음파 검사 결과지를 체크만 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초음파 검사를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초음파 검사 기사, 일명 ‘소노그래퍼’가 초음파 검사를 하기도 한다. 한 중소병원 소노그래퍼 유모(31)씨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소노그래퍼 교육을 받고 면허를 따면 개인병원 등에서 무보수로 수련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병원에서 근무중인 방사선사 중 추려서 따로 교육을 시키거나, 외부에서 이미 훈련받은 인원을 뽑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소노그래퍼를 초음파 검사가 가능한 인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의료계는 대부분이 반대한다. 장시간 교육을 받더라도, 병변 부위를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초음파학회 이원재 이사장은 “초음파 검사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정상 부위와 문제가 있는 부위를 판별해 사진으로 찍어놔야 한다”며 “아무리 교육을 잘 받았다고 해도 실제 상황에서는 병변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사·간호조무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가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나와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역시 무면허 의료 행위와 다름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심장이나 산부인과 등에서는 소노그래퍼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심장질환자나 태아, 산모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스크리닝 용도로 소노그래퍼가 초음파 측정을 한 뒤, 최종 판독과 진단은 의사가 하는 ‘협업’ 시스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이원재 이사장은 “기본적인 측정이나 스크리닝을 목적으로 하는 초음파라고 해도 그 과정에서 병변 등 문제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며 “현재 의료계에서는 아직도 초음파는 의사가 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소노그래퍼를 인정하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