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마음상담 Q&A “남편이 제게 의부증 환자라고 말합니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 글 장정희(맘통합심리상담센터장, 국제코칭아카데미연구원 연구교수)
입력 2018/02/03 08:00
마음상담소
살다보면 마음에 상처가 생긴다. 그 상처가 계속 통증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삶을 방해한다면 어떨까? 혼자서 해결하기보다 누군가 들어주거나 해결책을 듣는 게 도움이 된다. 아동부터 성인까지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문가에게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헬스조선은 맘통합심리상담센터와 함께 실제 심리상담 사례를 소개한다. 이번호에는 배우자를 심하게 의심해 힘들어하는 사례와 극복법을 준비했다.
Q. 정말 답답해 질문합니다. 남편은 제게 ‘의부증 환자’라고 말합니다. 제가 잘못하는 일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부부는 작은 식당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남편의 행동이 수상했습니다. 등산을 자주 가고, 헬스장도 열심히 다니면서 부쩍 멋을 부렸습니다. 언젠가 친구가 등산을 갔다가 제 남편이 어떤 여자랑 있는 걸 봤다면서 “네 남편이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걸 처음 봤는데, 행복해 보이더라” 하는 거예요.
그날 이후 남편의 모든 행동이 의심스러워졌어요. 남편은 제 옆에 있으면서도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 것 같고, 저에 비해 외모가 잘생긴 남편이 불안합니다.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 때문에 평생 마음 고생한 친정 엄마와 비슷한 처지가 될까봐 두렵습니다.
이후 등산길에서 같이 웃던 여자가 우연히 만난 친구의 아내라고 들었지만, 그게 거짓말처럼 느껴집니다. 별의별 상상을 하니 미칠 것 같고, 남편을 아무 데도 못 가게 붙들다보니 싸움도 잦아졌어요. 하루하루가 지옥 같습니다. 제가 의부증 환자인가요?
A.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랑하는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갖고 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이 갑니다. 오죽하면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하시겠어요.
어릴 때 아버지의 부정으로 고통당한 어머니를 옆에서 보며,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간접적으로 경험하셨으니, 어머니와 비슷한 처지가 될까봐 불안하다는 이야기도 이해가 됩니다. 더구나 남편은 외모가 준수하고 자신은 그에 비해 초라하다 느끼니 불안한 마음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남편이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걸 처음 봤다’는 친구의 말이 워낙 자극적이어서 그 불안감을 더 키웠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의부증이나 의처증은 망상장애나 편집증, 정신분열로 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직접 ‘제 증상이 의부증인가요?’라고 물을 정도라면 그런 증상이 있을지 몰라도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의부증이나 의처증이 있는 사람은 자기 확신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질문을 하신 분처럼 누구의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자신의 상태를 확실히 알고 싶다면 이성적으로 자가진단 해볼 수 있는 기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의심의 정도가 적절한가? 터무니없는 근거를 바탕으로 남편의 부정을 확신하지 않는지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둘째, 합리적인 의심인가? 배우자의 부정이 아닌 것이 확인됐는데도, 그 확인된 내용이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위의 두 가지(망상적 의심)에 해당한다면 의부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간혹 의부증이나 의처증은 배우자를 매우 사랑해서 혹은 성격이 깐깐하고 예민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의부증이나 의처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심리적 질병입니다. 의심에 빠져 있는 건 삶을 허비하는 일입니다. 그로 인해 배우자와 불화를 겪는다면 자신의 남은 생을 허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위 두 가지 자가진단 기준에 따라 자신의 증상이 의부증일 수 있다면, 남편과 함께 부부상담을 받아보길 권합니다.
의부증과 의처증의 뿌리는 원(原) 가족에서의 상처로부터 시작한 경우가 많고, 자존감과 직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상처를 원인치료하면 의부증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