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쌍벌제·삼진아웃보다 ‘센’ 리베이트방지법, 제약계 ‘긴장’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12/29 10:42
1월1일부터 새로운 리베이트 근절 대책 시행
2018년 1월 1일부터 개정된 ‘약사법 시행규칙’과 ‘의료기기 유통 및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이 시행된다. 제약업계에선 ‘선샤인 액트(Sunshine-Act)’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더 강력하고 새로운 리베이트 근절 대책이다. 앞으로 제약사는 의사·약사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고, 보건복지부가 요구하면 관련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별칭에서 알 수 있듯, 주로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제약사와 의사·약사간 경제적 이익의 흐름을 양지(陽地)로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등에서 앞서서 시행되고 있으며, 리베이트 근절 효과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만원 이상 무조건 기록으로 남겨야
제약업계에서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기존에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 제공 제약사·의사 모두 처벌)’나 ‘삼진아웃제(리베이트 3회 적발 시 해당 의약품의 허가를 취소)’는 물론 ‘부정청탁금지법(일정 금액 이상 식사·선물·경조사비 제공 금지, 일명 김영란법)’보다 훨씬 강력한 내용의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복지부가 모든 영업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리베이트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에 따라, 제약사나 의료기기사는 ▲견본품 제공 ▲학회 참가비 지원 ▲제품 설명회 시 식음료 제공 ▲임상시험 및 시판 후 조사비용 지원 등 모든 영업활동을 할 때 ‘누가’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제공했는지 작성하고 영수증이나 계약서 같은 증빙서류를 5년간 보관해야 한다. 다만, 1만원 미만의 식음료비는 내역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복지부는 “적발과 처벌보다는 제약사 스스로 투명하고 자율적인 거래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적 압박 앞에서 또다른 편법만 생길 것” 우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그룹은 제약사 영업사원들이다. 현장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쏟아진다. 한 대형 제약사의 영업사원 A씨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리베이트 없이 효능 및 복용편의성을 가지고 당당하게 겨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영업사원이 리베이트를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누군가 한 명이 리베이트를 하는 순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문제가 있다”며 “앞선 규제들이 그랬듯, 새로운 편법이 등장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영업사원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리베이트가 더욱 음성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중소 제약사에서 2년째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B씨는 “글로벌 제약사나 판매 채널이 확실한 대형 제약사의 경우 별 타격이 없겠지만, 영업력에 기대어 매출을 올려왔던 중소 제약사들은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며 “새로운 규제가 나올 때마다 리베이트는 더욱 교묘하고 음성적인 방식으로 진화했던 것처럼 새로운 편법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업사원 입장에서 회식비 명목 등으로 의사·약사가 먼저 리베이트를 요구할 때 이를 거절하기란 매우 힘들다”며 “법인카드는 기록이 남게 됐으니 결국 개인 비용으로 지출을 하고 회사에서 이를 지원하는 방식의 편법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력 6년차의 영업사원 C씨는 “기존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으로 말했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는 법을 적극적으로 따르고 리베이트를 일체 제공하지 말라고 하지만, 영업 실적 압박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며 “써야 할 보고서가 조금 늘어났을 뿐, 영업방식이 대대적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회원사로 소속돼 있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는 규제만으로는 리베이트를 없앨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협회는 자체 공정경쟁규약을 더욱 강화하는 등 자정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전무는 “모든 영업활동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점에서 리베이트가 적발되더라도 앞으로는 ‘영업직원의 일탈 행위’로 빠져나가는 식의 대응이 앞으로는 불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의 취지가 타당하고, 국민정서상 시행 시기를 더 미루기 힘든 면이 있다”며 “그러나 규제일변도의 정책만으로는 리베이트를 완전히 뿌리 뽑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