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세계적인 명작에 나타난 ‘키스’의 두 얼굴

글 문국진 박사

사람 몸은 의학과 예술의 만남

사람들 간 몸의 접촉에 있어서 입술을 타인의 손등, 뺨, 목, 입술 등 신체의 한 부위에 접촉함으로써 인사, 존경, 친밀, 애정 등을 표현하는 몸짓언어를 키스(Kiss)라고 한다.

고대 희랍에서는 신분이 낮은 자가 높은 자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었으며, 성적인 의미는 지니지 않았다. 그러나 고대 로마시대에 와서는 성적인 사랑의 표현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상대의 손등, 볼이나 이마에 가볍게 하는 정도이던 것이 입술과 입술로 변하고 그것이 혀가 상대의 입속에 들어가는 이른바 튜브 키스(Tube Kiss)로 변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키스에 대한 유래가 이처럼 시대나 지역 및 신체의 부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키스가 인간에게 중요한 친밀감의 표현방식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키스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자기 감정을 부담 없이 가벼운 몸짓으로 나타내기 위함이다.

거장들의 그림도 키스 장면을 표현한 작품이 많은데 대체로 두 형태의 것을 본다. 그 하나는 입술을 입이 아닌 신체 부위에 접촉시킨 경우와 다른 하나는 입과 입이 접합된 것을 볼 수 있는 데, 두 형태 모두에 화가가 나름대로의 독특한 표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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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작 ‘키스’, 빈, 아카데미 미술간

클림트와 로댕 작품 속 ‘키스’의 차이점

에로티시즘의 화가 클림트(Gustave Klimt 1862~1918)도 키스라는 나름대로 무궁무진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소재를 택해 그림을 그렸다. 그의 작품 <키스>(그림 1,1907~1908)에서, 남자는 여성을 포옹하고 볼에다 입을 대고 정중하게 사랑을 전하고 있으며, 여성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을 그에게 내맡기고 있어 사랑에 도취한 여성의 신비를 은은히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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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 작‘키스’, 런던, 데이트 갤러리

근대 조각을 확립한 시대의 거장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작품에도 키스 장면을 조각한 것이 있는데, 그의 작품 <키스>(그림2, 1886)를 보면 한 쌍의 남녀가 황홀한 입맞춤을 하는 조각이다. 서로가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에 미묘한 연인 간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순간이야말로 두 남녀는 사랑의 완전한 결합으로 자기들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데 몰두하고 있어, 이 정도라면 튜브 키스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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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르 작‘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상티유, 콩데 미술관

19세기의 프랑스 화가 앵그르(Jea n-Aug uste-Dominique Ingres, 1780~1867) 작품 <파올로와 프란체스카>(그림 3, 1816)는 단테(Alighieri Dante, 1265~1321)의 《신곡》 중 ‘지옥’ 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그림인데, 바로 죽음의 그림자가 따르고 있는 키스를 표현했다. 즉 남자가 목에 있는 힘을 다해 길게 뽑고 여인의 볼에 키스하며 사랑을 퍼부으려는 순간, 그녀의 남편이 나타나 칼을 들고 그들을 덮치려 하는 죽음의키스를 묘사하였다. 즉, 부정(不貞)의 키스는 비록 그것이 입이 아닌 부위에 행한 것이라 할지라도 죽음을 부른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분만 중 태아의 머리가 분리된 사건
이들 작품을 보는 필자의 감회는 남다르다. 직업상 시체 부검을 하는데 산부인과에서 임신부가 분만 도중에 태아의 머리가 떨어졌다는 사건의 태아를 감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 사건내용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분만실에서 의사는 숙달된 빠른 솜씨로 태아의 머리를 잡아 당기면서 분만을 시도하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태아의 머리가 털썩 떨어져버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놀란 의사는 허둥지둥 몸통 분만을 마저 끝마쳤다.

가족들은 의사가 너무나 지나친 힘을 가하여 머리가 떨어진 것으로 여기고 경찰에 신고하였고, 경찰은 분만된 아기의 몸통, 머리, 그리고 태반을 상자 속에 넣어 가지고 필자에게 감정을 의뢰해왔다. 감정 결과, 아기는 이미 산모의 자궁 내에서 사망한 지 오래되어 종잇장같이 변한 이른바 지상아(紙狀兒)로 변해 있었다.

태아가 자궁 내에서 사망하면 양수(羊水)가 침윤(수분이 스며들어 젖음)되어 태아의 몸에 표피가 떨어지고, 수포가 생기는 등의 변화를 일으키고 내장이 연화(軟化)되어 이른바 시태침연(屍胎浸軟)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여기서 시간이 더 경과되면 탈수되고 위축되어 종잇장 같은 상태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태아의 각 장기를 조직검사하였더니 선천성 매독의 소견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태아의 부모는 매독에 감염돼 있었고 그것 때문에 태아도 감염되어 자궁 내에서 사망했던 것이다.

 

술집에서 키스로 옮은 매독
며칠 후에 담당 경찰관이 찾아와 알려주는 말에 의하면, 매독검사를 받은 두 부부는 그때서야 매독에 감염된 사실을 비로소 확인하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 집은 싸움이 벌어져 일대 수라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매독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부인은, 남편이 다른데서 매독에 감염되어 자기에게 전염시킨 데 대한 분노와, 그것 때문에 태아가 사망하였고 그것도 단두아, 지상아를 분만하는 무서운 결과를 낳았다며 흥분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남편이 찾아와 자기는 절대로 다른 여인과 동침한 일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며 오히려 부인을 의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혹시 술집 등에 가서 다른 여인과 키스한 적은 없는가 물었더니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런 적은 있다고 작은 목소리로 답하는 것이었다.

 

안전한 키스, 죽음을 부르는 키스
놀라운 사실은 근래에는 오럴 섹스(Oral Sex)를 즐기는 경향이 있어, 매독이 성기에서 입으로 감염된 후 다시 입에서 입으로 감염되어 키스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태아의 부모는 매독에 감염된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오럴 섹스로 인해 매독환자가 증가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2006년 3만6000건이 보고된 바 있으며 국내의 경우 의료기관에 내원한 성병 환자 중 4~5%가 매독이며, 그 수는 꾸준히 증가되어 2008년에는 1548건으로 증가되었다는 보고이다. 이렇게 매독환자가 증가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매독에 특효약인 페니실린을 최근에 와서는 페니실린의 부작용으로 의료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그 책임과 그 피해에 대한 배상을 의사에게 떠맡기므로 의사들이 이 약의 투여를 꺼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림트의 <키스>와 같은 경우는 안전하지만, 로댕의 <키스>는 앵그르의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에서 보는 바와 같이 키스가 죽음을 부를 수도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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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진 박사

문국진
문국진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법의학자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과장, 고려대 의과대학 법의학 교수, 뉴욕대 의과대학 법의학 객원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대한법의학회 명예회장,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평화교수 아카데미상, 동아의료문화상, 대한민국학술원상, 함춘대상, 대한민국과학문화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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