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30년 쓸 수 있는 인공관절, 로봇으로 오차 없이 심는다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12/08 08:30
베스트 클리닉 이춘택병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수술 로봇 도입… 퇴행성관절염 수술 경험 1만건 넘어
가상 수술로 정확도 높이고 시간 단축… 입소문 듣고 외국인 환자 직접 찾아와
퇴행성관절염 초기라면 무릎을 덜 움직이고 혈액순환을 늘리는 재활운동을 통해 주변 근육의 힘을 키우면서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가능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퇴행성관절염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행해지는 인공관절 수술은 8만건이 넘지만 수술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절대로 수술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만큼 인공관절 수술은 실력있는 의사에게 받아야 하는 어려운 수술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연골 조직을 잘라내고 여기에 금속이나 세라믹으로 된 인공관절을 붙이는 것인데, 이때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연결하는 축(하지정렬)을 일직선으로 맞추는 게 수술 성공의 관건이다. 이춘택병원의 윤성환 병원장은 "인공관절 위치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축이 틀어져 한 부위로 하중이 집중된다"며 "그러면 인공관절의 수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수술을 해도 통증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 시 하지정렬에 오차가 생길 확률이 22%나 된다는 미국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하지정렬을 맞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로봇으로 정확성 높이고 30년 쓸 수 있는 재료 사용
이춘택병원은 수술 결과를 높이기 위한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교한 수술을 위해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인공관절 수술에 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가상수술을 한다. 환자의 무릎 CT 영상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꼭 맞는 인공관절을 이식하기 위해 피부는 얼마나 째고 뼈를 어느 위치에서 몇도의 기울기로 잘라야 하는지 가상수술로 미리 파악한다. 이 결과를 로봇에 입력하면 로봇이 0.1㎜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잘라낸다. 윤성환 병원장은 "로봇을 이용하면 엉덩이에서 발목까지 이어지는 정렬축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며 "뼈를 깎으면서 일일이 인공관절의 각도를 맞춰보는 과정을 줄일 수 있어 수술시간이 30분 정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수술 시간이 줄어들면 감염의 위험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이춘택병원은 인공관절 수술 로봇인 로보닥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도입했는데, 수술 건수는 가장 많다. 지난해 1만건을 넘었다.
이춘택병원은 기존 코발트크롬 인공관절에 비해 두 배 이상 단단하고 20% 가벼우며 마모율은 97% 적은 '베리라스트'라는 제품을 쓴다. 이 제품은 금속 알레르기의 원인인 니켈과 크롬 함유율이 0.0035%, 0.02%에 불과해 민감한 환자도 쓸 수 있을 만큼 안전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유일하게 '30년 수명'을 인정받았다.
◇외국 대통령 부인 명성 듣고 먼저 연락
이춘택병원은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인력도 없고 별도의 마케팅 활동도 하지 않지만 외국인 환자가 끊이지 않는다. 척추수술이나 인공관절 수술은 긴 회복기간이 필요해 외국인 환자 유치가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이달에 벌써 3명의 외국인 환자가 이춘택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의 라투 에펠리 나일라티카오 전 대통령의 부인이 이춘택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불과 한달 전까지 피지의 대통령이었던 그가 퇴임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아내의 무릎을 고쳐주는 일이었다고 한다. 윤성환 병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결과에 만족한 외국인 환자의 추천으로 또 다른 외국인 환자가 우리 병원을 찾고 있다"며 "우리의 수술 실력이 인정받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성환 원장은 병원 설립자인 故 이춘택 이사장의 사위로 지금까지 8000여 건의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