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역대 대통령과 골프의 묘한 상관관계[이종현의 골프이야기]

에디터 배만석 | 이종현(<레저신문>편집국장)

골프는 사치스러운 스포츠로 인식되지만 외교와 비즈니스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과 골프는 어떤 관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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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즐기고 있는 역대 대통령 사진

이승만 대통령

주한미군 위해 골프장 조성
골프를 직접 치진 않았지만 국내 골프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은 했다. 주한미군이 휴일마다 군용 비행기를 타고 일본 오키나와에 가서 골프를 치고 온다는 말을 듣고 서울에 골프장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북한과 대치 중인데 미군이 한국 땅을 비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18홀 코스로 복원된 게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있던 '군자리 코스'다.

박정희 대통령

한양골프장엔 전용 캐디도 근무

평소엔 테니스를 즐겼지만, 골프 라운딩도 자주 나갔으며 꽤 잘 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코어는 80대 중후반 정도였으며, 군 장교와 정치인들에게 골프를 적극적으로 권할 만큼 골프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외국 정상은 물론 청와대 직원들과도 골프를 자주 즐겼다. 그가 즐겨 찾던 한양골프장, 뉴코리아골프장에는 전용 캐디도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

청남대에 퍼블릭 골프장 만들어

다른 대통령에 비하면 재임 기간 중 골프를 자주 친 편이다. 전성기 때는 드라이버로 240야드를 날리는 장타를 자랑했으며, 핸디캡은 12 안팎이었다. 청남대에 퍼블릭 골프장을 만들라고 한 것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유망한 미래 산업"이라며 기업인들에게 골프장 건설을 적극 권유했다. 전국의 골프장을 골고루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우 대통령

홀인원한 뒤 "소문내지 말라" 지시
골프는 꽤 좋아했지만 재임 땐 자주 치지 않았다. 핸디캡은 18 안팎. 노 전 대통령은 골프를 조용히 즐기는 스타일이었다. 한번은 강북의 S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했는데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다가 뒤늦게 언론에 알려졌다.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대신 부인 김옥숙 여사와 함께 청와대 내 골프연습장을 자주 찾았다. 특정 골프장보다는 전국의 골프장을 두루 다녔다.

김영삼 대통령

골프장에서 집권 계기 만들고도 골프는 싫어해

“재임 중 절대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해 공무원은 물론 정치인들도 골프를 마음대로 치지 못했다. 공직자에게 골프금지령을 처음으로 내린 대통령이고 전두환 대통령 시절 만든 청와대 골프연습장을 없애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던 계기는 골프장에서 만들어졌다. 1989년 10월 통일민주당 총재 때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총재와 안양골프장 회동을 갖고 3당 합당의 단초를 마련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골프를 싫어하는 건 김종필 전 총재와 대비되는 실력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

골프를 국민 화합의 계기로 삼아
골프치지 않았지만 골프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를 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인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하자 골프를 국민 화합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중 골프장을 더 많이 만들어 국민들이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국산 클럽 맞추고 취미로 골프 즐겨

1996년 총선에서 낙마한 뒤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골프에 입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끔 와이셔츠 바람으로 연습장을 찾아 드라이버를 휘두를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다. 핸디캡 18 정도였으며, 국산 M 골프클럽 회사에서 맞춤 채를 제작해 사용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주말에 골프연습장을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임 중 정치·비즈니스·외교용이 아닌 취미로 골프를 즐긴 대통령으로 유일하다. “쓸모없는 농지를 골프장으로 조성해 골프장 이용료를 반값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으며, 골프 산업 발전에 관심을 가졌다.

이명박 대통령

골프 붐 기대했던 업계에 찬물 끼얹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 골프계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골프를 잘 알기에 개별소비세(특소세)를 비롯한 각종 규제가 해결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를 좋아하는 공무원들에겐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가 암흑기였다. 사실상 골프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동반 라운딩 제안을 사양한 일화도 유명하다. 그의 골프 실력은 싱글 수준으로 알려졌다. 2005년엔 79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 지인에 따르면 드라이버샷 거리가 270야드에 이른 적도 있다고 한다. 퇴임 후에는 골프를 가끔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에는 사이판으로 여행 가서 라운딩을 즐겼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골프 못 치지만 활성화 기대 높여
골프는 못 치고 요가와 탁구를 취미로 즐긴다. 책 읽기, 테니스, 피아노도 좋아한다.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골프 활성화 방안 마련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역대 대통령 중 골프 활성화에 대해 직접 언급한 대통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프레지던츠컵 명예의장이다. 사실 박 대통령은 골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휴일에 골프를 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건의에 대해 “그럴 시간도 있으세요?”라고 말해 골프 즐기는 공무원들을 긴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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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국장
이종현
<레저신문> 편집국장.
시인이자 골프 전문기자로 28년 째 신문과 인터넷에 전문 칼럼을 쓰고 있다. 문인협회 회원이자 대한골프협회 운영위원을 맡고있다. 서원밸 리골프장에서 골프장 최초로 그린 콘서트를 열어 14년 째 진행하며, 국내 최초로 연예인 구단을 만들기도 했다. <조용필 그대의 영혼을 빼앗고 싶다> <시가 있는 골프> <골프장으로 간 밀 레와 헤르만 헤세> 등 10여 편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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