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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코스 설계자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코스'
글 이종현
입력 2014/11/10 15:53
설계자들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코스는?
골프장 설계자들이 선정한 세계 최고코스는 단연 세인트앤드루스(스코틀랜드) 올드코스이다. 이번에 선정된 100대 코스 중에서 유일하게 설계자가 없다. 이번 선정에 참여한 설계자의 23%가 1위로 꼽았고, 69%가 ‘톱10’에 선정했다. 세계 골프 역사의 한복판에서 있는 세인트앤드루스는 설계자들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골프 성지(聖地)이다.
2위는 가장 위대한 골프코스 설계자로 꼽히는 알레스트 멕켄지의 ‘작품’사이프레스포인트(미국)이다. 이 골프장은 맨땅 위로 카트가 다니게 하고, 절벽의 안전 펜스는 나무를 엮어 만들었다. 코스 내 인공 시설물을 두지 않기 위해서다. 3위 파인밸리(미국), 4위 오거스타내셔널(미국)보다 더 화제가 된 코스가 5위에 오른 내셔널골프링크스오브아메리카(미국)다. 골프전문 잡지나 골프장 순위 선정 회사의 ‘100대 코스’에 전혀 들지 못한 골프장이다. 뉴욕의 롱아일랜드에 있는데, 외부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설계자 입장에서만 바라본 코스이기에 5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의외의 코스는 또 있다. 18위 노스버윅(스코틀랜드)이다. 역시 설계자들만 높이 평가한 곳인데, 이유는 골프의 재미를 가장 중요시했기에 순위에 든 것으로 보인다. 노스버윅은 다른 코스와 달리 벙커와 해저드에 전략적 개성을 부여했고, 개성은 골프에 대한 흥미로 연결돼 설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한국 골프장은 순위에 없어
100대 코스에 든 골프장은 국가별로 미국(41%)에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실제로는 영국이 42%로 더 많다. 영국은 스코틀랜드(18%), 잉글랜드(17%), 아일랜드(7%)로 나뉘어 있다. 영국 이외의 유럽이 5%, 호주가 5%, 뉴질랜드가 2%를 차지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는 한 골프장도 100대 코스에 들지 못했다.
한국 골프장이 100대 코스에 들지 못한 것은 정보의 부재 탓일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코스가 없다는 점에서 아쉽긴 하다. 골프장 설계자들의 평가 기준이 재미(fun)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코스도 골프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잘 디자인된다면 언젠가는 100대 코스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100대 코스가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은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와 런던 서남부 지역, 스코틀랜드의 어샤이어·파이프·오거스·뉴욕의 롱아일랜드·호주의 샌드밸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에 모여 있는 100대 코스가 총 28곳이며, 대표적인 곳이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와 몬터레이의 사이프레스포인트, 페블비치, 뉴욕의 내셔널골프 링크스오브아메리카다. 스코틀랜드 골프여행을 계획한다면 100대 코스를 모두 둘러보는 것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50년 이상 된 곳이 전체의 73% 차지
이번 100대 코스 중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코스가 73%에 이른다. 특히 1920년대에 만들어진 코스가 20개로, 명문 코스는 역사와 정통성이 뒷받침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1900~1940년에 만들어진 코스가 50%에 육박하며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설계자인 알레스트 멕켄지는 “코스 설계는 예술적 활동이므로 용역비가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설계자들은 예술성을 중시하고, 개발자들은 코스 품질을 최우선 순위로 잡아 코스를 개발하려는 의지가 강해 당시 만들어진 코스가 지금까지 최고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현재 대표적인골프장 설계자로 꼽히는 탐 덕의 퍼시픽듄즈(19위·미국·2001년 오픈), 카일 필립스의 킹스반스(20위·스코틀랜드·2000년 오픈)도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100대 코스의 가치는?
골프장 순위를 매기는 작업은 1960년 대에 들어 골프전문 잡지 <골프다이제스트>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미국골프협회가 가지고 있는 코스난이도를 적용해 ‘미국에서 가장 어려운 200개 코스(200 Toughest Golf Coursein America)’를 발표했다. 이것이 골프순위 발표의 시초이다. 이후 1969년에 <골프다이제스트>가 다시 시작했다. 이후 100대 코스 선정은 클럽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실제 클럽들은 100대 코스를 통해 큰 효과를 봤다. 이후 다른 잡지는 물론 각종 미디어,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골프코스 순위 선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누가 봐도 100위 감이 못 되는 골프장들이 상위 순위에 오르는 웃지 못할 일이 생겨났다. 선정사들이 관여된 미디어나 단체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모두 나름의 선정 기준을 정해 100대 코스를 선정하고 있으나, 모든 참여자들이 해당 코스를 방문할 수 있는 것도 아닌지라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방지하고, 순위선정사나 클럽의 사적 욕심이 적용되지 않은 순수 세계 100대 코스 순위 선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나온, 세계 유명 코스 설계자들이 선정한 ‘세계 100대 코스’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일본 설계자는 참여 한국 설계자는 없어
‘세계 100대 코스’ 선정에 참여한 골프장 설계자들은 미국설계자협회, 유럽설계자연구소 소속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쉽게도 한국 설계자는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한 반면, 일본인 설계자는 몇 명 포함됐다. 250명이 각각 자신만의 선정 기준에 따라 1~100위를 선정했고, 250명이 매긴 순위를 취합해 전체 순위가 가려졌다.
설계자들은 코스의 전략성, 심미성, 골프장의 역사, 관리상태 등 다양한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고 한다. 코스의 다양성과 전략적 요소, 시각적 아름다움, 재미는 순위 선정에 참여한 모든 설계자들의 공통된 기준이었다. 특히 재미가 가장 중요시됐는데, 재미 요소가 없는 코스는 아예 선정 작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미가 없는 골프장은 아무리 좋아도 순위서 제외, 홍보 위한 게 아니라서 특히 더 의미 있어“
이종현
레저신문 편집국장이자 골프·여행 칼럼니스트.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시인이다.
《골프장으로 간 밀레와 헤르만 헤세》, 《시가 있는 골프》등 저술.
월간헬스조선 11월호(178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