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건강
수영 高手인 중년 여성의 어깨 통증
글 박진영 원장 | 월간헬스조선 1월호(160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입력 2015/01/13 14:20
<국가대표 팀닥터 박진영의 ‘골골 몸짱’ 탈출하기>
중년 건강에 좋은 수영, 부상없이 즐기기
“나이보다 10년은 더 젊어 보이시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수영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거든요.”
“아~ 네.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그때부터 환자의 긴 얘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분의 일상도 동일 나이대의 다른 주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십수 년간 자식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신없이 지냈고, 자식들 다 대학 보내고 나니 갑자기 삶이 무기력해졌으며 남은 것은 주름살과 뱃살뿐이더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와 함께 시작한 수영에 재미를 붙이게 됐고, 실제로 살이 빠지면서 건강해지자 더 즐겁게 운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미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까지 모두 섭렵해 수영의 고수(?)가 돼 있었습니다. 속도도 빨라서 같은 반 회원들이 한 시간 동안 다섯 바퀴를 턴한다면, 자신은 일곱 바퀴를 턴할 정도라고 자랑했습니다. 대화는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디가 아프세요?”
“무리한 것도 없는데 오른쪽 어깨가 얼마 전부터 계속아파요. 설거지하기도 힘들 정도예요.”
“아니요. 전혀 없어요. 어깨 때문에 고생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필자는 환자에게 엑스레이 촬영과 초음파 정밀검사를 권했습니다. 진단 결과, 오른쪽 어깨를 들어 올리는 근육인 회전근개(힘줄)에 손상이 있었습니다. 심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부 근육(힘줄)이 찢어져 있었고 염증도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전근개 손상은 어깨에 심한 충격을 받거나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잘 생깁니다. 예를 들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어깨를 부딪히는 경우나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드는 직업을 가진 경우, 혹은 반복적으로 같은 동작으로 어깨를 사용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 환자는 다친 적이 없고 힘든 일을 하는 것도아니기 때문에 어깨를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생긴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수영이 원인이었습니다. 수영은 근골격계에 매우 안전한 운동입니다. 물속에 있기 때문에 중력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근골격계가 손상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래서 허리나 무릎이 아픈 중년 여성들이 생깁니다. 하지만 단기간 무리해서 실력을 향상시키려 할 경우 어깨에는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자주 하는 수영 동작인 ‘물살 가르기’를 할 때 팔 안쪽으로만 내회전을 하기 때문이지요.
반복되는 내회전 팔돌리기 동작은 회전근개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환자에게 팔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저으면서 물살을 가르는 방법을 알려드렸습니다. 또 수영장 강사와 상의해서 수영 동작을 바꾸라고 했습니다. 접영은 어깨 동작이 크기 때문에 어깨 손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는 말도 했습니다.
2개월 후 환자가 다시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지난번 병원을 다녀간 뒤 며칠간 코치와 함께 자세를 교정했고, 이후 바꾼 자세로 수영했더니 속도는 조금 줄었지만 어깨가 훨씬 편안해졌다고 합니다.
물론 욕심을 버리고 접영은 자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통증도 80%정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수영은 참 좋은 운동입니다.
하지만 위 환자처럼 수영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하는 경우라면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이런 문제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습니다.
어깨 운동에 좋다고 해서 수영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수영하면서 어깨 올리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호소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이 너무 무리해서 몸을 쓴 것이 원인입니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특별히 치료할 방법은 없습니다.
MRI검사 등을 통해 근육 상태를 자세하게 볼 수 있지만, 어깨 수술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영하다 어깨가 아프다면 한동안 수영을 배우기보다는 아주 느린 속도로 어깨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느리게 뺑뺑이를 돌다 보면 어느새 부담이 줄어들고 어깨가 편안해질 것입니다.
관절염 등이 있는 경우라면 아쿠아로빅처럼 수영장에서 몸을 가볍게 움직이는 정도의 운동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중년 건강유지에 도움을 주는 좋은 운동인 수영, 이제 더 건강하게 즐기세요.
중년 이후 운동으로 수영은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욕심은 버려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빨리 가려고, 더 많이 가려고 무리하는 순간 수영은 어깨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돌변한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정형외과 주임교수, 글로벌 견·주관절 센터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수석 팀닥터를 지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에서 이사와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박진영네온정형외과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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