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세계로 떠나는 힐링여행 '이탈리아 아말피'
글 김종우(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사진제공 헬스조선 문화사업팀
입력 2014/09/30 16:32
바다와 산 그리고 인간의 삶이묻어있는 유럽 최고의 풍경에, 해산물과 야채가 어우러진 지중해 음식, 이탈리아 소시민들의 삶 속 깊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헬스조선의 ‘이탈리아 아말피 지중해 트레킹’을 다녀온 뒤 나는 아말피의 매력에 푹 빠졌다.
현재의 아말피 로드는 무솔리니 시절에 건설됐다.바다에 접하는 절벽 위에 건설됐기 때문에 자동차가 겨우 교행하고, 버스라도 서로 만나면 겨우 빠져갈 수 있을 정도로 좁다. 교통상황이 그렇다보니 1시간 정도 걸리는 소렌토~아말피 간 이동 시간이 3시간 정도 걸릴 때도 있다.
아말피 로드를 따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다. 지중해와 해발 1000m가 넘는 산과 절벽, 산 중턱에 지은 집과 농장, 그리고 사람이 사는 곳들을 촘촘히 연결한 도로가 어우러져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작가들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50선’ 중 낙원 부문 1위를 차지했고, 국내 한 항공사에서 ‘달리고 싶은 곳 유럽편 1위’로 꼽은게 우연이 아니다. 수많은 자동차 회사의 CF 촬영지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여행 일정은 소렌토까지 기차로 이동한 뒤, 소렌토~아말피 구간은 로컬 버스로 여행한다. 아말피 로드는 버스가 잠시 정차하는 동안 내려 탄성을 지르고 지나가는 곳이었고, 6년 전 내가 이곳에 왔을 때도 그랬다.
1시간 30분 남짓 버스를 타고, 아말피에 도착해서는 1~2시간 머문 뒤 다시 소렌토로 돌아간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그곳을 버스를 타는 대신 직접 걸으며 보고 느끼는 호사를 누렸다.
첫 번째 트레킹 페리에리 밸리 (Valle delle Ferriere)
아말피의 바다에서 시작, 두오모(성당 건물)를 지나 상점이 연결되어 있는 곳을 20여분 정도만 올라가면 다소 한가한 숲길을 만난다. 그리고 경사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계곡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 온통 레몬 밭이다. 계단식 밭에 레몬이 가득하다. 설명에 따르면 사람 얼굴만한 레몬도 발견된다는데, 한국에서 접하는 레몬보다는 2~3배 크다고 한다. 레몬 밭은 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면, 근처에 바다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울창한 숲을 만나게 된다. 깊은 계곡을 올라가다보면 댐을 몇 개 만날 수 있고, 계곡 주위에 옛 건축물들이 눈에 띈다. 1시간 남짓 걸어서 산 중턱에 오르면,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만난다. 이른바 산 중턱의 트레킹 코스다.
작정하고 정상에 오르려면 3-4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고, 이 지역의 가장 높은 곳은 해발 1400m 정도라고 하니, 손쉬운 일반 트레킹 코스는 아니다. 이렇게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코스로 트레킹을 계속 할 수 있다. 우리가 걸었던 코스는 아말피 옆 마을 폰톤(Pontone)까지 이어진다. 대략 400~600m 정도의 고도에 레몬 밭과 마을이 있다.
이렇게 마을 길을 지나 한 고개를 넘으면 아말피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포인트를 만나게 되고, 여기부터는 바다를 계속 보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산중 마을이기는 하지만 교회가 있고, 약수터와 카페도 있다. 아말피 지역 트레킹은 이처럼 높은 곳에서도 사람 사는 냄새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말피 지역을 높은 산 위에서 보면, 웅장한 두오모가 도시의 한 중간에 당당하게 서 있고, 그 주위에 붉은 천장과 하얀 벽으로 되어 있는 집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다에는 범선이 떠 있어 더욱 낭만스럽다. 하산길 내내 눈이 즐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아말피 코스다. 이렇게 마을에서 시작해 산 중턱에 오르고, 다시 다른 마을로 내려오는 서킷 코스가 첫 번째 아말피 트레킹이다.
이 지역 트레킹 코스 중 늘 첫 번째로 소개되기 때문에, 무척 가슴이 설레는 코스다. 해안에서 바로 시작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 일행처럼 산 중턱에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차로 산 중턱까지 올라가서 시작을 하기 때문에 등산의 부담은 줄이면서 바로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트레킹은 산 마테오(San Matteo)에서 시작된다. 유럽에서의 트레킹이 늘 그렇듯이 성당 앞 광장이 출발 지점이다.
출발 후 5분이 채 지나기 전에 신의 길이 나타난다. 저절로 탄성이 바로 나온다. 해발 600m 높이의 지역에서 시작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 3시간 가까이 걷는다. 여행 가이드북에는 5.3km, 6시간30분 코스로 명시되어 있지만 우리는 3시간 만에 끝냈다. 너무 멋진 풍경에 홀린듯이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언제 도착했는지 몰랐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뒷걸음질로라도 천천히 걷고 싶은 코스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신(神)을 만나는 경험을 한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가슴 속 깊이 내재돼 있던 영성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곳을 3시간 만에 완주했다니,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
먼발치 아래에는 아말피의 작고 예쁜 마을 포지타노(Positano)가 보이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아말피 로드가 보인다. 저 멀리 지중해의 섬들과 어디론가 향하는 배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 능선을 돌 때 마다 새로운 산의 모습이 보이고,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노천 카페를 만나기도 한다.
이 코스는 호텔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하면 9시부터는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다. 대중교통도 비교적 잘 정비돼 있어서 마을버스로 출발지까지 갈 수는 있다. 택시비는 비싸서 30분 남짓의 거리에 100유로를 낼 각오를 해야 한다. 코스는 산 중턱 몬테페르투소(Montepertuso) 마을에서 일단 끝이 난다. 점심시간이다.
신의 길을 걸은 뒤 정찬으로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여행객들은 계속 지나온 길을 더듬고 있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 감동을 쏟아낸다. 레몬첼로 한 잔에 취해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게 자연스럽다.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시간, 유난히 긴 점심시간이었다.
몬테페르투소에서 바닷가 마을 포지타노까지는 마을 버스를 타는 게 좋다. 신의 길을 걸은 사람들이, 사람들이 만든 인공 계단을 따라 포지타노까지 내려가기에는 인간의 무릎 관절이 허락하지 않는다. 포지타노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아말피의 축소판이다. 바다에 뛰어들 수도 있고, 보트를 탈 수도 있다.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카페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도 있다.
세 번째 트레킹 神이 아닌 인간의 길
아트라니(Atrani)에서 시작, 스칼라(Scala)를 거쳐 빌라 침부로네(Villa Cimbrone)까지 가는 코스다. 도심 골목과 마을, 그리고 산 중턱에 자리잡은 멋진 정원까지 아기자기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표고차 400m의 5km코스다. 아트라니는 아말피에 바로 붙어 있는 마을이다. 아말피에서 500m 정도 해안을 끼고 돌다가 마을로 들어가는데, 동네 골목을 누비는 것으로 트레킹은 시작된다.
산을 깎아 만든 마을이라, 언덕을 오르내리고 좁은 골목을 누비면서 한참 걷게 된다. 바로 인간의 길인 것이다. 이렇게 30분 넘게 사람이 사는 냄새를 맡으며 걸은 뒤에야 본격적으로 오르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음악의 도시’ 라벨로(Ravello)로 향한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1시간30분 남짓 걸리는 길이기 때문에 도리어 여행 친구들과 말을 많이 하게 된다. 40~50년 쌓아온 자신의 삶의 끄트머리를 털어놓고, 서로의 여행 경험을 주고 받으며 오르막을 계속 오르면 라벨로를 만난다.
바그너의 저택이 있어 유명해진 곳, 여름에는 음악 축제가 열리는 조용한 소도시다. 라벨로로 들어가는 터널 안에2003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의 지휘자 정명훈 포스터가 결려 있어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도시처럼 친근감이 들었다. 이곳에 가야 할 또 다른 이유는 빌라 침부로네(침부로네 별장) 때문이다.
이 작은 마을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이유 중 하나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멋진 별장이 있다는 것이다. 경사가 급한 언덕 위에 그렇게 넓은 정원이 가꿔질 수 있다니! 별장에 들어가면 우선 아담한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지중해를 향해 뻗어있는 산책로가 나타나고, 산책로 옆에는 귀부인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줬을 식물원과 연주회 장소가 될 무대가 있다.
절벽 끝자락에는 지중해가 한 눈에 보이는 천상의 테라스가, 그 밑에는 카페가 걷기에 지친 여행객을 유혹한다. 빌라 침부로네는 1000년의 역사를 지닌 별장이다. 숱하게 많은 귀족들이 대를 이어가면서 지켜온 곳. 그 매력에 이끌려 시인 토마스 무어, 철학자 러셀, 소설가 DH 로렌스, 영국 수상 처질 등 수많은 명사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언덕 위 정원. 인간은 신들의 산책로를 이곳에 옮겨 놓아, 신과 함께 노닐 인간의 정원을 만들고 싶어 했을 것이다.
아말피에서 놓쳐서는 안 될 4가지
◇ 이탈리안 정식
소렌토 외곽의 플라워 가든이 있는 파토리아 테라노바(Fattoria Terranova)라는 레스토랑 메뉴를 강추한다. 이탈리아 음식은 그렇게 맛있다고 할 수 없다. 맛이 있어도 다양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편견을 깰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정식 메뉴는 이렇다. 꽈배기 치즈를 곁들인 프로슈토, 루스티카 피자, 해물 샐러드, 라구소스를 곁들인 소렌토식 팀발레토 리소토, 얇게 저민 구운 감자를 곁들인 농어 요리와 빵가루를 뿌려 오븐에 구운 꽃상추 롤, 디저트, 와인, 그리고 레몬첼로.
◇ 잠시 멈추는 명상 시간
카프리섬 ‘천상(天上)’의 산책길, 아말피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신들의 길’, 빌라 침부로네의 테라스. 이런 명소에서는 일단 멈춰야 한다. 그리고 감동이 뼈 속까지 느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멋진 풍경에 취해 발걸음을 재촉한다면 분명 후회를 하게 된다. 잠시 명상을 해도 좋고, 그게 안 된다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떠보라. 새로운 느낌을 온 몸으로 받을 수 있다.
◇ 본젤라토와 레몬첼로
트레킹 뒤의 탈진과 갈증은 본젤라토 아이스크림과 레몬첼로가 해결해줄 것이다. 레몬첼로는 알콜 도수 30도의 레몬 술인데, 시각(노란색)·후각(강한 레몬향)까지 보태 마시는 한 잔이 갈증과 피로를 단숨에 날려준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본젤라토로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없다.
◇ 포지타노의 카약
아말피 해안을 바다에서 보면서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카약을 타는 게 좋다. 지중해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다. 바닷물은 그렇게 차지 않다. 손을 지중해에 담그고, 천천히 노를 지어 바다 한가운데 나가서, 조금 전에 걸었던 ‘신의 길’을 바라보면 뱃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파도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지중해, 해안가 도로, 높은 별장, 하늘과 맞닿은 산, 레몬 밭을 바라본다. 1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아말피를 나와서 다시 인간 세계로
살레르노 지역의 트레킹은 소렌토의 트레킹과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아말피 지역에서 이곳까지는 큰 산 하나를 넘어 차로 2시간 남짓 이동해야 한다. 이곳에서 곧장 고속도로를 타고 로마까지 3시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아말피 트레킹은 소렌토에서 시작해 살레르노에서 끝나는 게 일반적이다.
살레르노는 기차가 들어가는 제법 큰 도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발달해 항구 선착장에는 피아트 승용차가 가득 들어차 있다. 문화와 예술도 발달해 두오모 뿐 아니라 박물관과 미술관도 많다. 지중해에 접한 제법 큰 도시이기 때문에 해안선은 백사장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이곳 트레킹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해안을 따라 걷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해안가를 벗어나서 도심을 걷는 도심 트레킹이다. 도심 트레킹은 기차역에서 출발한다. 역 앞에 보이는 조그마한 성당은 꽤 유서 깊은 분위기를 풍기고, 두오모로 이어지는 넓은 보행로와 그 곳을 꽉 채운 상점들은 이곳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곳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보행로를 1km 가까이 걸은 후에야 본격적인 역사 지역을 만난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느긋하게 한 숨을 돌린 뒤, 골목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학교의 오라토리오에 귀를 기울인다.
+ 기본 여행 정보
일반적인 아말피 여행은 나폴리에서 시작해 살레르노에서 끝난다. 두 도시 모두 로마에서 3시간 정도 기차나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트레킹이 목적이라면 나폴리로 직접 들어가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며, 유럽 지역에서 환승을 하면 나폴리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아말피 지역의 트레킹 코스는 다양하다.
3박4일짜리도 있다. 산행보다는 경치를 즐기면서 느긋하게 걷고 싶다면 산 중턱까지 연결되는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말피 지역 트레킹 코스는 ‘아말피 해안 24개 트레킹 코스(24 Walks along the Amalfi Coast)’에 지도, 사진, 해발 고도, 걸리는 시간 등 자세한 안내가 들어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이자 화병·스트레스 클리닉 센터장이다.
헬스조선 문화사업팀 자문위원으로 지난 6월 헬스조선의 ‘이탈리아 아말피 지중해 트레킹’ 프로그램에 힐링멘토로 참가했다. 헬스조선 아말피 트레킹은 10월21~30일지에도 진행된다.
월간헬스조선 9월호(134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