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조모(49)씨는 부쩍 살이 찌고 부터 매일 아침 108배를 한다. TV에서 매일 절체조를 하면 심신 단련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는 한 배우의 말을 듣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108배를 마친 어느날 일어서다 조씨는 ‘악!’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무릎에 심한 통증이 있어 응급실로 간 조씨는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절을 하면서 무릎에서 뼈 부딪히는 소리가 났지만 개의치 않고 108배를 강행한 것이 무리수였다고 주치의는 조씨에게 말했다. 조씨는 "평소에도 무릎이 이유 없이 자주 붓고, 뼈 소리가 났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씨처럼 심하지는 않더라도 무릎이 아프거나 무릎을 굽힐 때마다 뼈가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난다면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연골은 심한 충격에만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 나쁜 자세로 계속해서 자극할 때도 쉽게 닳거나 파열된다. 절체조가 심신 단련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곤 하지만, 무릎 연골이 심각하게 닳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독이 된다.

연골에는 혈관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치유되거나 잘 재생되지도 않는다. 손상된 연골이 치유되지 않고 계속 퇴행하면 결국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무릎에 통증이 느껴질 때는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조기 진단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세사랑병원 전재훈 원장은 “퇴행성관절염은 초, 중, 말기로 구분한다”며 “조씨는 퇴행성관절염 중기로, 관절 통증이 심한 편이기 때문에 주사치료와 더불어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관절면을 다듬거나 손상된 연골을 재생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씨와 같은 중기 환자는 앉았다 일어날 때, 양반다리를 하거나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올 수 있고, 이유 없이 무릎이 붓기도 한다. 이는 연골손상이 더욱 진행됐거나 연골판이 파열됐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럴 때는 요즘 자가골수 줄기세포 치료를 해보기도 한다. 자가골수 줄기세포 치료는 15~50세 환자에게 시술할 수 있으며 환자의 엉덩이 뼈에서 자가골수를 직접 채취해 이용하는 방법이다. 전재훈 원장은 “관절내시경을 통해 이뤄지는 이 치료는 직경 0.5㎝ 정도의 구멍을 2~3개만 뚫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손상 범위가 2㎝ 이하면 주사로 주입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초기 퇴행성관절염의 경우는 연골손상이 경미해, 주로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 시큰거리며 아프다. 따라서 약물치료나 무릎주변 근육강화 운동을 하고 때에 따라 통증이 심하면 주사치료를 한다. 말기에는 뼈와 뼈 사이가 완전히 달라붙어 인공관절 치환수술 밖에는 치료법이 없다. 걸을 때 통증이 심하고 밤에도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기도 하며 심한 경우 O자형으로 다리모양이 바뀌기도 한다.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하고 효율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전재훈 원장은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MRI와 관절내시경 둘 다 이용하는 것이 좋다"며 "MRI는 무릎에 있는 구조물과 무릎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 등의 구조물을 잘 볼 수 있지만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 손상을 알아낼 확률은 80~90% 정도이고, 관절내시경은 연골과 반월상연골판 손상의 100% 진단이 가능하지만 근육이나 인대 등의 구조물은 진단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퇴행성 관절염 조기 진단이 필요한 경우>
1. 6개월 이상 무릎에 통증이 있다.
2. 이유 없이 무릎이 붓는다.
3. 무릎의 자세를 변경하거나 양반다리 자세를 할 때 무릎 안쪽에 통증이 온다.
4.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