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파도는 크림빛 비치를 어루만지고…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매년 찾는 휴가지,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선택한 신혼여행지, 영국 BBC 방송 선정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천국’, 미국 NBC 방송이 고른 ‘세계 톱5 여행지’, <트래블러>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해변’ 1위…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없는 인도양의 낙원 세이셸을 여행하는 법.
에메랄드 반지를 갖고 있다면 세이셸에 갈 때는 빼 놓고 가는 게 좋겠다. 글자 그대로 에메랄드빛인 세이셸 바닷물에 빠뜨리면 찾기 어려울 것이다. 요트 돛을 올리고 선착장을 뒤로 하면 빛은 바뀐다. 청색 계열 모든 물감을 서로 달리 섞어서 만들어 낼 수 있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푸른 빛깔을 붓에 찍어 수평선까지 뻗은 투명한 실크에 줄지어 칠하면 세이셸 바다가 된다. 서부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청색 비단을 수평선 너머에서 바다의 여신이 아래 위로 부드럽게 흔들어 물결 변주를 만들어 낸다. 해변에 울리는 파도 소리는 먼 한국에서 찾아온 방문자를 맞는 그녀의 환영사일까.
크림빛 모래는 밀가루처럼 곱고 부드럽게 맨발바닥을 감싼다. 길고 오랜 시간 동안 산호가 부서지고 그 조각이 다시 바수어져 이루어진 백사장이다. 115개 섬으로 된 세이셸공화국 어디를 가도 그림엽서감인 바다와 해변이 펼쳐 있어 이 나라를 영국 <BBC> 방송 선정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천국’으로, 미국 <NBC> 방송이 고른 ‘세계 톱5 여행지’로, <트래블러>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해변’ 1위로 꼽히게 한다.
물론, 남국의 풍광만이 윌리엄 영국 왕자와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가 신혼여행을 위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족 휴가를 위해, 프리미어리거 데이비드 베컴이 결혼 10주년 여행을 위해,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매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세이셸행 항공기에 오르게 한 건 아니다. 인도양 최고의 골프코스인 르무리아 리조트에서 야자수를 갤러리로 “굿 샷”을 외치고, 원시 동식물과 벗하며 해발 920m 몬셰이셸로아산 정상까지 트레킹해 오르면 백사장에서 보던 인도양의 청색 변주곡이 조감도로 펼쳐진다. 스킨스쿠버다이빙, 바다낚시 등 해양에서 즐기는 모든 레포츠는 최고급으로 즐길 수 있다.
인구 2만7000명의 초미니 수도 빅토리아에서는 매년 세계 각국 문화사절단이 참여하는 세이셸 인터내셔널 카니발이 열리는데, 한국 민속공연도 선보인다. 지난 2월 말 전 세계 100여 개 팀이 참가한 올해 카니발에선 거리를 가득 메운 현지인과 관광객들에게 부채춤 공연을 선보였다.

세이셸의 섬은 올망졸망 모여 있다. 200여 곳의 최고급 리조트가 위치한 본섬 마헤에서 쾌속선을 이어 타며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발레드메 국립공원과 기네스북에 오른 앙세라지오 비치가 있는 프랄린섬과, 톰 행크스가 열연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촬영지인 앙세소스다종 비치가 있는 라디그섬을 하루에 돌 수 있다. 프랄린섬 발레드메 국립공원은 ‘성경의 에덴동산이 지상에 재현된 곳’으로 불리고, 아담과 이브의 열매라고 불리는 코코드메르의 전세계 유일한 서식지이다.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검은 앵무새가 야자수림 사이로 날아다닌다. 라디그섬에선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해변의 바람을 맞아 보자. 섬이 작아 두세 시간이면 한 바퀴를 돈다.
앙세소스다종 비치는 늦은 오후에 가보자. 수평선에 떨어지는 석양 줄기가 백사장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알다브라환초에 서로 반사하며 적색 협주곡을 연주한다. 운이 좋으면 눈을 꿈뻑이며 느릿느릿 걷는 100세 넘은 자이언트거북과 마주친다.
세이셸은 그저그런 아프리카 섬나라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는다. 빅토리아 다운타운은 길거리를 다니는 현지인의 얼굴이 검을 뿐 남유럽이나 남미의 작은 도시 같다. 모든 섬의 어느 거리를 찾아가도 늘 깨끗하다. 출국 전 예방접종도 필요없다. 청결한 재래시장에선 열대과일과 문어, 홍돔, 참치 등 세이셸 특산 어물을 영어가 유창한 현지 상인과 흥정할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지배를 받은 이 나라에선 영어와 프랑스어가 자유롭게 쓰이고, 리조트와 레스토랑에선 달러와 유로화가 모두 유통된다. 현지인은 깍듯하고 친절하다. 방문자 또한 유럽 사교계를 연상시키는 매너를 지켜야 한다. 대부분의 리조트와 레스토랑에서는 저녁 시간에는 라운드 티셔츠와 반바지, 샌들 차림의 남성 관광객에게 정중하게 “긴바지와 칼라 달린 셔츠를 입으시고, 발등을 덮는 신발을 신어 달라”고 드레스 코드를 요구한다. 한여름에 긴바지라니? 이곳의 여름은 동남아처럼 찜통 폭염이 없어서 괜찮다. 레스토랑 테이블에 착석했다면, 현지식인 문어카레와 홍돔찜을 주문하자. 이 나라 주식은 생선과 쌀이며, 레시피는 프랑스·영국·아프리카·중국·인도 음식의 영향을 두루 받았다. 코코넛밀크와 빵나무 열매를 비롯한 독특한 향신료의 배합이 환상적이다. 마늘, 양파, 고추가 기본 양념이라 한국인 입맛에 딱 맞다.
우리 돈으로 하루 10만원 선인 게스트하우스부터 시작해 작고 깔끔한 호텔도 많지만, 윌리엄 왕자나 오바마 대통령 등이 묵은 프리게이트, 노스아일랜드 리조트 등 최고급 리조트는 하룻밤 묵는 데 700만~ 1000만원이 든다. 르메르디앙, 포시즌, 힐튼, 콘스탄스 등 세이셸의 고급 리조트에는 유럽의 품격이 흐른다. 아시안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미국인도 많지 않아서 영어보다 유러피언 커플의 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어 대화가 많이 들린다. 리조트 안의 수영장에서 토플리스로 선탠하는 유럽 여성도 있는데,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다. 밤이면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재즈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이어진다.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바라면 작은 섬 하나를 통째로 쓰는 리조트가 기다린다. 물론, 모든 여행자가 VVIP 리조트에서 영국 왕세자와 같은 사치를 누릴 수는 없겠지만, 세이셸에선 누구나 마음의 호사를 누리게 된다. ‘서울에서 떠날 수 있는 가장 멀고 아름다운 낙원에 와 있구나’하는 생각만 해도 눈 앞 바다 위 흰 구름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몰고 가슴속으로 쑥 들어온다.
여행 문의 세이셸관광청 02-737-3235, www.visitseychelles.co.kr
Travel Tip 두바이 스톱오버
한국에서 세이셸에 가려면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 중 한 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두바이를 거치는 노선을 추천한다. 2월 현재 대한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이 코드셰어로 운항하는데, 비행기 환승 시간이 한나절 이상 뚝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인천 공항에서 두바이에 도착하는 날과 세이셸에서 떠나 돌아가는 날 각각 알차게 두바이를 즐길 수 있다. 마천루가 쑥쑥 올라가는 두바이 시내와 아랍 최대의 금 수크(전통시장), 공작새 수백 마리를 풀어 키우는 두바이 왕궁 앞 등을 둘러보는 시티 투어도 좋고, 동서남북 지평선이 모두 모래뿐인 사막에서 현지인이 운전하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에 탑승해 모래 언덕을 롤러코스터 타듯 달리고 밸리댄스 곁들인 바비큐 저녁을 먹는 사막 투어도 재미있다. 축구장 30면 넓이인 중동 최대 두바이몰에서 면세 쇼핑을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매일 오후 6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음악과 함께 진행되는 두바이몰 분수 쇼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분수 쇼보다 화려하다. 두바이공항 면세점은 항공편 스케줄이 있으면 상당수가 24시간 열기 때문에 어느 시간대에 가도 쇼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