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특진실] 순천향대부천병원 문종호 교수

완치율 낮아 조기 발견 중요… 담도 전체 조망 검사법 개발
담도계 만성 염증 질환자, 최소 1년마다 정기검진해야

충남 천안시에 사는 이모(62·남)씨는 6개월 전 2㎜×3㎜ 크기의 '0기 담도암' 세포를 순천향대부천병원에서 발견해 레이저로 태워 없앴다. '0기 담도암'은 암이 되기 직전 상태의 세포인데, 악성도가 높은 세포(고분화 이형성증)는 방치할 경우 반드시 암으로 성장한다. 이 병원 소화기병센터 문종호 교수는 "이씨는 담도 결석을 4개 빼냈지만 불편감이 계속돼 담도 안을 끝까지 볼 수 있는 검사를 하러 우리 병원에 왔다"며 "검사 결과 아주 작은 암세포가 발견돼 치명적인 크기로 자라기 전에 없앨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담낭 결석일 땐 정기검진 필요

담도계암은 위암·대장암 만큼 흔하지는 않다. 하지만 2010년 담도계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4877명이었다. 국내 다발암 8위로 췌장암(4673명·9위)보다 많이 걸린다.(국가암등록통계 자료) 담도계암은 일찍 발견하기 어려워 완치율이 20~40%에 불과하다. 문종호 교수는 "초기엔 증상이 없고 암이 커져서 담도를 막아야 몸이 누렇게 변하는 황달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며 "대부분 황달이 생긴 뒤 발견되기 때문에 완치율이 크게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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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부천병원 소화기병센터 문종호 교수(오른쪽 첫번째)가 지름이 5~8㎜에 불과한 담도에 극세내시경을 넣어서 2㎜×3㎜ 크기의 초기 담도암을 찾아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러나 담도계암에 잘 걸리는 고위험군(群)이 뚜렷하기 때문에 정기 검진만 해도 초기 진단을 통해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문 교수는 "전체 환자 중 담도 결석 환자가 27%, 간디스토마 감염자가 93~94%라는 국내·외 조사 결과가 있다"며 "담도계에 만성 염증을 초래하는 담도 결석 같은 병이 있으면 담도의 세포가 잘 변형돼 암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담도계 만성 염증 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면, 담도계암이 잘 생기는 60세 이상부터 정기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담도내시경으로 1㎜ 암도 찾아

담도계암 고위험군은 6개월~1년마다 정기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정기검진에는 빌리루빈 같은 간·담도의 이상을 확인하는 혈액 검사가 들어가야 하고,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내시경초음파(위내시경으로 소장에 초음파를 대서 담도계를 검사)가 포함돼야 한다. 다만 최신 CT도 0.5㎝ 이하의 담도계암을 발견할 수 없고, 내시경초음파도 담도계 전체를 보기 어렵다고 한다.

문종호 교수는 "암이 의심되면 담도 안에 직접 초음파나 내시경을 넣는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 굵기의 초음파 관을 담도 안에 집어 넣어 암세포가 있는지, 근육층을 뚫고 퍼졌는지 등을 확인하는 검사가 먼저다. 이상이 있으면 5㎜ 굵기의 극세내시경을 위와 소장을 통해 담도 안에 넣는다. 암으로 의심되는 세포를 정확히 확인하고 조직검사를 하기 위한 것이다. 담도 안을 제대로 보려면 극세내시경을 90도 가까이 구부려야 하는데, 내시경을 이 각도까지 구부리기도 어렵고 고장이 잘 난다. 문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검사법을 개발했다. 우선 작은 관을 담도 안으로 끝까지 밀어넣고, 이 관을 따라 내시경을 담도 끝까지 넣는 방법이다. 문종호 교수는 "이렇게 하면 극세내시경이 고장도 안 나고 담도 전체를 다 볼 수 있어서 1㎜의 0기 담도계암도 찾아낸다"고 말했다. 이같은 검사법은 문교수가 국내에서 처음 개발했다.

0기 암은 레이저로 태워 없애

정밀검진을 통해 0기 담도계암을 발견하면 레이저로 태워 없앤다. 순천향대부천병원이 개발한 새 치료법이다. 문 교수는 "시술 후 1주·4주·6개월 뒤 내시경으로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데, 아직 재발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담도계암은 수술이 기본 치료인데, 그게 가능한 경우도 전체의 10~40%에 불과하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외과 최규성 교수는 "담관·담낭과 함께 소장·췌장이나 간을 잘라내는 큰 수술인데, 암을 떼내는 데 성공해도 완치율이 20~50%에 불과하다"며 "그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이 안되면 생존기간이 5~8개월에 불과하다. 문 교수는 "두 가지 항암제를 병용하는 최신 치료는 생존 기간을 12개월, 토모테라피 방사선 치료까지 병행하면 22개월까지 연장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