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손모(33)씨는 2년 전 두통이 있어 타이레놀을 먹었다가 병원 응급실까지 실려간 적이 있다. 약을 먹자마자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눈과 입술이 부어 올랐다고 한다. 약물 알레르기였다. 의사는 "원래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체질인데, 면역력이 떨어져 약물 알레르기가 새롭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약, 쇼크 등 알레르기 유발

약을 복용한 뒤 한 시간 내 두드러기가 나고 입술·눈가 등이 붓는다면 약물 알레르기를 의심해야 한다. 약물 알레르기는 면역세포가 약을 바이러스·세균같은 나쁜 물질로 여겨 과도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아스피린·이부프로펜·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진통소염제, 항생제(페니실린 계열) 등 두통·근육통·감기·염증에 흔히 쓰는 약이 약물 알레르기를 많이 일으킨다. 유병률이 1.5%로 적지 않다.

약물 알레르기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중증일 경우가 많다. 혈압이 떨어져 쓰러지거나 후두·기관지가 부어 숨을 못 쉬는 아나필락시스(심한 쇼크 증상)가 나타날 수 있다. 대한천식및알레르기학회가 2007 ~2011년 14개 대학병원에서 아나필락시스 환자 1707명을 조사한 결과,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약물(47%)이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장안수 교수는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이 약물 알레르기 발생 시 아나필락시스 위험이 더 높다"고 말했다.

약물 복용 후 2~3주가 지나 증상이 나타나는 지연성 약물 알레르기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는 "지연성 약물알레르기는 피부 증상이 아니라 발열·기침·설사·구토 등 증상이 다양해 감기 등 다른 병으로 오인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유발 약과 대체 약 정확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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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유발 약물을 표기한 ‘약물 과민반응 병력카드’를 보고 있는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약물 알레르기가 있다면 어떤 약 성분에 과민 반응을 하는지 정확히 확인한 뒤 그 약을 먹지 않아야 한다. 약을 물에 녹여 피부에 바르거나 패치로 붙여 반응을 검사하는 피부반응검사, 약을 소량 먹게 한 뒤 피부·혈압 등의 변화를 살피는 검사를 받으면 된다. 권혁수 교수는 "약물 알레르기가 있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약을 찾으면 된다"며 "알레르기 원인 약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등에서는 약물 알레르기 환자에게 '약물 과민반응 병력카드'를 만들어 준다. 병원, 약국 등을 방문할 때마다 이 카드를 제시하면 약물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