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묻지마 폭행, 왜 이러는 걸까?
기획 이태경 헬스조선 기자 | 글 강이헌(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RH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입력 2012/10/30 10:50
사회 이슈를 정신과학적으로 푼다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흉악범의 ‘묻지마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탄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흉악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흉흉해졌다는 뜻일까? 누구나 마음속에 분노와 화(火)가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범죄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뉴스에 비친 우리 사회가 갈수록 점점 더 무서워 보이는 것은 과도한 염려일까?
외로움
외로움이란 사람이 느끼는 심리적 아픔 중에서 매우 강력한 요소다. 사람은 누군가 같이 있어 주는 것을 좋아하고, 어디에라도 소속해 있는 것을 좋아하며, 또 그것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따돌림(왕따)이 무서운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항상 이 외로움을 피하려 한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서로의 무리(계급)가 매우 촘촘해지면서 사소한 차이에도 폐쇄적으로 돌변하기 쉽다. 일정한 직업 없이,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다수에게 외면받는 외톨이가 늘어나는 사회구조에서 외로움은 강력한 범죄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성격 혹은 기질
비슷한 환경이라고 다 똑같이 범죄를 저지르진 않는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더 짜증을 내거나, 더 수줍어하거나, 더 공격적인 자기만의 독특하고 특징적인 ‘성격’ 혹은 ‘기질’을 지닌다. 어떤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의 욕구가 심하게 좌절되거나, 외상 혹은 고통, 지나친 충족 등의 유해한 환경과 만나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자기만의 도식(틀)이 유기, 불신, 결함, 특권의식, 부족한 자기통제 등 부적응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 이 경우 커서도 충동적이고 훈육되지 않은 행동양식이 지배적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사람의 특징적 양상은 다른 사람의 욕구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쾌락만 즉각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양상이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분노나 충동성을 갖고 있지만, 그 강도는 앞서 말한 이들보다 훨씬 약하고, 또 건강한 성인 양식이 발달되어 있어 분노나 충동성을 제약하는 행동조절이 가능하다.
환경
흉악한 범죄는 아니지만 종종 등장하는 지하철 내 각종 사건들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이런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의 성장환경에서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대개 한계를 제공하기보다는 허용하고, 방임하고, 우월감을 심어 주는, 지도받지 않은 환경이 전형적이다. 어떤 경우에는 일반적인 수준의 불편함을 참아내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거나, 적절한 감독이나 지도,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안내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의 내면에는 특권의식이 자리잡고 있어서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고, 자신에게는 특별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으며, 자신은 보통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적용되는 상호성의 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에게는 현실적 여건, 다른 사람들의 생각, 남에게 피해를 주는지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욕구나 감정을 배려하거나 공감하지 못한 채, 자신의 힘을 행사하고,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며, 자신의 욕구에 맞도록 타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긴장과 염려
상식 밖의 사건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거야 어디, 무서워서 다니겠나”라고 말한다. 적당한 수준의 긴장과 염려는 자신의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 그렇다고 근거가 희박한 발생 가능성에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고 두려움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믿는 기차와 비행기도 사고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사고가 발생할까 무서워 매번 전전긍긍하며 이용한다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것이다. 항상 현실적 위험에 대한 인식을 하면서, 자신의 동선과 생활환경에 대한 안전과 범죄 예방에 주의한다면 각자의 안전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이 된다. 특히 어린이나 여성의 경우, 위급한 상황을 설정 혹은 상상해 본 후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행동을 메뉴얼화해 보자. 그것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대처 요령을 몸에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흉흉한 분위기에 너무 움츠러들 필요 없지만,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