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로 먹는 비타민이 암 발생률 높인다"?!

취재 한미영 헬스조선 기자 | 사진 김성만, 박용진(스튜디오100)



비타민 보충제, 먹어야 하나?

- 비타민 효능에 대한 갑론을박

비타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비타민의 항산화 기능이 몸의 피로를 풀고, 컨디션을 회복해 준다. 그렇다면 비타민은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은가? 비타민에 관해 다른 의견을 가진 두 전문의를 만났다.

Vitamin Controversy 1 명승권(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 과장)
“영양제로 먹는 비타민이 암 발생률을 높인다”

서구화된 식사습관, 불규칙한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건강을 지키는 해답은 이미 알고 있다. 채소 위주의 한식 식단, 규칙적인 생활, 꾸준한 운동, 여유로운 마음가짐 등이다. 실천이 어려우니 손쉬운 방법으로 영양제 등에 눈을 돌리게 된다.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 명승권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평소 식사로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비타민 섭취는 과일과 채소만으로 충분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사람이 안 먹는 사람보다 병에 덜 걸린다’는 역학연구는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나 권위 있는 영양학회 등에서도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의 섭취를 적극 권장한다.

“사람들은 과일과 채소 가격이 비싸고 필요량만큼 섭취하기 어려우니 상대적으로 값싸고 먹기 편한 비타민제나 항산화제를 찾습니다. 비타민제가 ‘국민 영양제’로 등극한 배경이죠. 천연비타민과 합성비타민의 화학 구조식은 다르지 않지만, 과일과 채소의 천연비타민은 다른 영양성분과 함께 몸속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비타민제 열풍 속에서 2007년 의학계는 ‘비타민 쇼크’를 받았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크리스티안 글루드 박사가 “비타민보충제가 오히려 사망률을 높일 수 있으니 따로 복용할 필요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비타민의 항산화 효과를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어서 ‘코펜하겐 쇼크’라고도 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비타민 A·C·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모두 복용하는 사람은 복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5% 높고, 비타민A만 복용하면 사망 위험은 16%, 베타카로틴만 복용하면 7%, 비타민E만 복용하면 4% 높았어요. 즉 한 가지만 먹든, 두 가지를 먹든, 전부 먹든 사망위험률은 평균 5%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제가 2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보니 비타민A, 비타민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 복용군과 미복용군 사이 암 발생률은 차이가 없었으나, 방광암 발생률은 복용군이 52% 높았습니다.”

암, 심혈관 질환, 노화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활성산소다.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은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지키는 항산화제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발표된 200편 이상의 연구 결과에서도 각종 비타민, 항산화제, 영양물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과 소화기 암 발생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성산소를 없애려면 항산화 물질이 필요하지만 합성비타민이나 천연원료 비타민을 섭취했을 때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요. 단, 임신 1~2개월 전부터 임신 초기 3개월까지 엽산을 0.4mg~0.8mg 복용하면 신경관 결손에 따른 무뇌증 등 태아 기형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경험적 효과나 가설은 신중하고 엄격한 연구 필요
비타민C는 대표적인 항산화제다. 오염과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의 필수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C의 효능을 강조하는 대표주자는 ‘메가 비타민 요법’을 창안한 라이너스 폴링 박사이다. 다량의 비타민C를 섭취해 감기를 예방·치료하고 암 예방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피부 클리닉이나 노화방지 클리닉에서 메가 비타민요법을 시행하지만, 이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비타민C 1일 권장량은 100mg인데, 메가 비타민 요법은 1500~2000mg 복용을 권장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비타민C를 하루 1000mg 이상 먹으면 설사와 같은 위장장애, 결석, 용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과잉섭취에 주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비타민C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지용성 비타민보다 부작용이 덜합니다. 그러나 메가 비타민 요법은 임상시험 등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에요. 반복적인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효과나 안전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피로가 심할 때 사용하는 정맥주사도 주의해야 한다. 미국 의사 존 마이어스가 개발한 영양제 주사인 ‘마이어스 칵테일’은 천식, 섬유근육통, 만성피로증후군 등에 대체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비타민C와 비타민B군, 칼슘과 마그네슘 등이 주성분이다. 과일이나 채소 등 음식으로 비타민이 작용할 만큼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정맥주사로 공급하는 원리다.

“2009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34명의 섬유근육통 환자를 대상으로 2개월간 진행한 마이어스 칵테일 주사 임상시험 결과, 섬유근육통 치료에 효과가 없었습니다.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한 환자에 한해서만 단기간 주사제로 보충할 것을 권합니다.”

탈리도마이드의 비극이 주는 교훈
각종 논란은 반복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다. 약이나 치료법이 특정 질병 치료나 예방에 효과 있음을 입증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동물 실험 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는데, 임상시험은 3단계로 나뉜다. 소수 건강인을 대상으로 한 시험을 마친 후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투여량과 용법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환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한다. 임상시험을 거친 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시판하게 되는데, 시판 후에도 약효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조사연구를 계속한다. 시판 후 연구로 문제가 나타나면 허가를 취소하기도 한다.

“탈리도마이드의 비극이 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탈리도마이드는 1957년 독일 제약회사가 개발한 진정 수면제인데, 진정 수면 효과 외에 임신 초기 입덧을 완화하는 효과가 경험적으로 알려졌어요. 그런데 약을 복용한 임신부가 46개국에서 1만 명 이상 팔다리가 짧거나 없는 ‘해표상기형’이라는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했습니다. 결국 1962년 이 약의 처방과 판매가 중지됐죠. 경험적으로 효과 있어 보이거나 가설이 그럴 듯하더라도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신중하고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Vitamin Controversy 2 염창환(비타민연구회 회장)
“원료 원산지 확인과 올바른 사용이 관건이다”

많은 이들이 항산화 효과 등을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비타민 영양제를 선택한다. 천연비타민은 과일과 채소 등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전부이며, 그 밖의 모든 비타민제는 합성 비타민이다. 천연원료 비타민제도 천연비타민이 아닌 합성비타민이다. 천연 성분을 1%만 함유해도 ‘천연원료’라고 표기할 수 있다. 비타민연구회 염창환 회장(리오단클리닉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비타민은 원료 원산지와 함량을 꼼꼼히 따지고,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타민C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안전물질?
세계보건기구는 ‘비타민C를 하루 1000mg 이상 먹으면 설사와 같은 위장장애, 결석, 용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권장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염창환 원장은 1회성 보고라고 일축했다.

“비타민C는 많이 복용해도 특별한 부작용이 없습니다. 신장결석, 설사, 비타민B12 파괴, 반동성 괴혈병, 산화스트레스 증가, 철분의 과다흡수 등 부작용에 대한 보고는 1회성에 지나지 않습니다. 2000년 발표한 영양 권장량에 비타민C 관용량(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안전한 용량의 최대치)이 제시됐어요. 성인은 하루 2g을 복용해도 설사나 소화기계 자극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비타민C는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정상세포는 보호하고 활성산소는 없앤다. 메가 비타민 요법을 창시한 라이너스 폴링 박사는 비타민 열풍을 몰고 왔다. 1일 비타민C 권장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 45mg, 우리나라는 100mg이다. 그러나 메가 비타민 요법은 1500~2000mg 섭취를 권한다.

“비타민C가 최적으로 작용하는 ‘혈중 적정 농도’에 도달하려면 고용량 비타민C가 필요합니다. 비타민C를 고용량 복용하면 배에 가스가 차고 복부 통증, 설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메가 비타민 요법은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의 비타민C 양을 찾는 것이 우선이에요. 장이 견딜 수 있는 만큼 비타민C를 복용하면 항산화력이 유지됩니다.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해열제, 해독제, 항바이러스제, 항암작용, 항염증 작용을 합니다. 소변으로 배출되기 전에 혈중 농도를 높이고 백혈구를 통해 다른 조직으로 이동해 작용합니다. 비타민C는 소변을 산성으로 만들고 이뇨작용을 해요. 또 항염증 작용을 하므로 오히려 결석을 예방합니다. 단, 결석이 생긴 환자나 가족력이 있으면 결석 발생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는 산화마그네슘 300mg이나 비타민B6 10mg을 같이 복용하면 결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질환마다 고용량 비타민C 필요량이 다릅니다.”

혈중 농도를 높이려면 비타민 주사가 효과적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C는 필요 이상 복용하면 일부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변으로 배출된다. 고용량 비타민을 복용해도 일부만 혈액에 도달하고 나머지는 배출된다는 이야기다. 비타민을 ‘값비싼 소변’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때 활용하는 방법이 정맥주사를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주입하는 ‘마이어스 칵테일 요법’이다. 마이어스 칵테일, 일명 ‘비타민 주사’는 비타민 B5·B6·B12 등 비타민B군과 비타민C, 마그네슘, 칼슘 등을 수액에 섞어서 30분 동안 천천히 정맥으로 주입한다.

“비타민을 복용한다고 모두 흡수되지 않습니다. 비타민C 1000mg을 먹어도 75% 정도만 흡수됩니다. 많은 양을 먹더라도 혈중 농도가 오르지 않는데, 정맥주사는 혈중 농도가 곧바로 올라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이어스 칵테일 요법은 비타민과 미네랄, 식염수를 섞어 수액 50~100cc를 만들어 주 2~3회 간격으로 주사합니다. 천식, 편두통, 피로, 섬유근육통, 우울, 심혈관 질환,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만성 두드러기, 월경통,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D·E·K 등은 고용량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B군과 비타민C는 필요 이상 복용하면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고용량을 복용해도 특별한 부작용이 없습니다. 단, 신부전증 환자나 적혈구 파괴가 계속 일어나는 용혈빈혈 증상을 보이는 글루코스6 인산 탈수소효소 결핍 환자에게는 정맥주사 시 주의해야 합니다.”

일부 의사들은 ‘영양 과잉 상태인 현대인에게 비타민 등 영양제 복용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펜하겐대학 연구팀은 비타민 A와 E가 암 사망률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했습니다. 종합비타민을 살 때 비타민 A와 E가 함유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건강상태나 환자 상태에 따라 맞는 영양제를 복용합니다. 의사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좋으며, 올바른 사용만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입니다.”

Health Tip 비타민C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
비타민C를 다량 복용하면 감기에 덜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감기 치료 효능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명승권 과장은 “2010년 발표된 임상시험 29편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 1일 권장량 100mg인 비타민C 보충제를 하루 200mg 이상 복용해도 감기 예방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며 “일부 실험에서 감기 증상이 가볍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 뿐 비타민C 효과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염창환 회장은 “고용량 비타민C를 복용하는 사람도 감기를 비롯한 다양한 감염 질환에 걸릴 수 있다. 비타민 1000mg을 복용해도 감기증상은 좋아지지 않지만 5~10g의 비타민C는 감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효과가 크거나 없을 수 있지만, 감기가 나으려면 하루에 비타민 10g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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