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맞춤형 협심증 치료_"심혈관 좁아져도 무조건 스텐트 심을 필요 없습니다"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 이미진 헬스조선 인턴기자

혈류 압력 이용한 검사로 병변 위치·상태 정확히 알아내 꼭 필요한 경우만 스텐트 시술

아주대병원 심혈관센터는 경기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심혈관전문센터이다. 1994년 아주대병원 개원과 함께 문을 열어, 경기도 지역의 심장 보호자 역할을 한지 올해로 18년째에 접어들었다. 수원뿐 아니라, 오산·동탄·화성·용인 등에서도 협심증·급성 심근경색 등이 발생하면 아주대병원에 의지한다. 이 병원 심혈관센터장 탁승제 교수는 "우리 병원은 지난 2005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심혈관센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 병원은 평균 수명 연장과 함께 계속 늘고 있는 심혈관질환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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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탁승제 심혈관센터장이 협심증 환자에게 심장 혈관의 압력을 측정해 협착 정도를 알 수 있는‘혈류역학검사’결과를 화면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혈류 압력 재서 혈관 협착 상태 파악

자영업을 하는 이모(55·수원 장안구)씨는 3개월 전부터 계단을 오를 때 가슴이 뻐근하고 숨이 차올라 아주대병원 심혈관센터를 찾았다. 관상동맥 조영술을 해보니 이씨의 심장 혈관 세 가닥 모두 50% 넘게 좁아져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세 가닥의 혈관에 모두 스텐트를 삽입할 만한 상태였다. 그러나 주치의는 심근 허혈(혈류량이 부족)을 유발하는 혈관이 한 가닥일 수도, 세 가닥 모두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혈류의 압력을 재서 혈관의 협착 정도를 파악하는 '혈류역학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심장 왼쪽 앞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혈관 한 곳에서만 허혈이 나타나 그곳에만 스텐트 시술을 했다. 나머지 두 혈관은 약물 치료로 관리하도록 결정했다. 탁승제 교수는 "보통은 혈관조영술을 했을 때 50% 이상의 협착이 나타나면 바로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관상동맥우회술을 한다"며 "하지만 우리 병원은 혈류 압력을 이용한 검사를 통해 병변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 꼭 필요한 시술만 하기 때문에, 합병증 가능성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인다"고 말했다.

서울대 등 3개 의대와 공동 연구

혈류역학검사를 위해서는 먼저 환자의 혈관에 아데노신이라는 약을 주입해, 혈류 상태를 사람이 운동할 때의 수준으로 맞춘다. 즉, 심장이 혈액을 가장 많이 뿜어내야 할 때 실제로 어느 정도 피가 나오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그 때 잰 압력이 기준의 80%를 밑돌면 협착이 심하고 심근 허혈이 생겼다고 판단해 바로 스텐트나 관상동맥우회술 등 심혈관 확장술을 시행한다. 시술 뒤 혈류의 압력이 100%로 돌아오면 회복된 것이다. 지난 2009년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관상동맥 조영술에서 50% 이상의 협착이 나타난 환자를 대상으로 혈류역학검사를 추가 시술한 결과, 최대 37%는 심근 허혈이 없었다는 미국·유럽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이 검사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했지만, 탁승제 교수는 아주대병원 개원 초기부터 이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현재 이 검사는 아주대 외에는 국내에서 서울대, 인제대, 계명대 등 3개 의대 부속병원에서 주로 시행한다. 4개 병원은 혈류역학검사에 대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연령·병력 고려해 협착 약해도 초음파 검사

주부 김모(65·용인 기흥구)씨는 집안일을 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 아주대병원 심혈관센터를 찾았다. 혈관조영술을 시행한 결과, 두 개의 심장 혈관에서 40% 이내의 협착이 발견됐다. 그러나 주치의는 김씨가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다"는 병력을 듣고 초음파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두 혈관 모두 시작부터 말단 부위까지 동맥경화증이 있었다. 혈관조영술에서는 병변 부위의 협착 정도가 과소 평가 됐던 것이다. 이 병원 순환기내과 윤명호 교수는 "혈관조영술은 방사선 촬영을 통해 미리 혈관에 넣은 조영제의 그림자로 혈관 상태의 단면만 파악하는 것"이라며 "반면, 초음파 검사는 혈관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의 혈관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 환자나 당뇨병·뇌졸중·고혈압 환자는 혈관이 완전히 폐쇄되거나 구불구불한 가지가 쳐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더 치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윤명호 교수는 "혈관 구조가 스텐트 시술을 하기에 복잡하면 관상동맥우회술이나 약물치료로 심근 허혈을 완화시켜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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